진찰료 인상-의료계가 반대?












공급자-건보 공단의 수가 계약이 시작된 건, 의약분업 이후이다.

이 수가 계약 과정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이게 얼마나 비정상적 과정인지 설명하면 길지만, “최저 임금 위반하면 신불자 만든다.”는 황당함의 백만배 쯤 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한마디로 정상적 사고를 가진 자들의 계약 과정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아무튼 그 결과, 해마다 수가는 1~3% 가량 올랐다. 3.0% 이상인 경우는 지난 17년 중 몇 차례되지 않는다. 당연히 물가상승률, 임금 상승률을 따라 잡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의료계 경영 상태는 날로 악화 되었는데,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행위료라고 할 수 있다.

의료 행위는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행위료가 지나치게 낮으니 검사, 의약품, 비급여 소모품 등으로 손실을 메꾸려고 했다. 그러니 검사가 남발되고, 불필요한 의약품 소모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의약품 실거래가 제도, 심평원 삭감, 리베이트 법 등으로 원천 봉쇄된 상태이다.

낮은 행위료는 경영 압박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자긍심에도 문제가 된다. 수술은 매우 중요한 행위이지만, 수술 행위료를 다 합해야 2천억원 정도로 조제료의 1/6 수준도 안된다. (2011년 기준) 외과 의사 수나 약사 수는 비슷하다. 약사의 업무를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수술 행위가 조제 행위 가치의 1/6 도 안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의료인들이 자신이 하는 행위의 값어치가 그토록이나 저렴하고 싸구려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숭고한 희생, 인류애 따위를 붙이려고 해선 안된다. 요즘 말하는 열정 페이와 뭐가 다른가.

행위료 중에서도 또 문제가 되는 건, 진찰료이다.

우리나라 진찰료 수준은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주사나 처방이 없으면, 진료받고 돈 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니 할 말이 없기는 하다.

아무튼, 진찰은 진료의 시작이며 끝인데, 우리나라 진찰료는 지나치게 낮다.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도 이보다는 더 받는다.

진찰료가 유럽이나 북미, 적어도 싱가폴 수준만 되어도 많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3만여 개원가는 진료 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진료하고 상담할 수도 있고, 검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진찰료 인상으로 의료비 총액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낮은 진찰료를 올릴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의료 수가는 각 행위에 고정된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해 계산하는데, 진찰료의 상대가치점수가 워낙 낮은데다가 환산지수 인상율이 고작 1~2%에 그치니 오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찰료만큼은 수가계약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즉, 진찰료는 과거처럼 정부가 정해 고시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찰료만큼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 하며, 시민 단체는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의제이다. 진찰료 인상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더 큰 복병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의료계 일각에서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다.

진찰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부터 언급되었지만, 의료계 일부는 진찰료 인상으로 인해 환자가 감소할 것을 우려한다. 주로 일일 진료 건수가 많은 진료과목이 그렇다.

결국 의료계 발등을 찍는 건, 의료계이다. 이것 하나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담하다.



<참고 자료>



2018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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