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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심의 댓가-연명의료결정법












연명의료결정법은 결과적으로 의사의 재량권, 의사에 대한 환자 보호자의 신뢰,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모두 빼앗아간 꼴이 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대상자는 1) 모든 임종 환자 2) 말기환자 등 죽어가는 모든 환자이다.

이 둘의 차이는 사망이 임박했느냐 아니면, 회복 가능성이 없어 수 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느냐의 차이이다. 현행 법으로는 말기환자의 대상 질환은 암, AIDS, COPD, LC 이다.

이 법은 한 마디로 '죽으려면 서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서류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이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환자가 생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었다 해도,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또 필요하다.

즉, 환자가 의식이 있으면, 환자에게 직접 확인해야 하고, 의식이 없으면 의사 2명이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에게 확인해야 하는데, 이들은 모두 19세 이상이어야 하며, 가족 2인 이상으로부터 환자가 평소에 연명의료중단을 원했다는 진술을 받아 법정 서식을 작성해야 하며, 만일 가족 중 누구라도 그에 반하는 진술을 할 경우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 없다.

이 절차를 어기면 의사는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 정지 혹은 취소를 당할 수 있다.

만일 사전에 사전영면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지 않았던 환자가 말기 환자라면 의사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한 마디로 '당신은 말기 환자이므로 치료해도 회복할 수 없으며 조만간 사망할 것이므로 우리는 치료를 중단할 것인데 이에 동의하느냐'고 물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고, 이 과정을 녹취 혹은 녹화하라는 것이다.

만일 사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지 않았던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면,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를 받아야 한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해외에 있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가족 전체의 합의를 받기 전에 심정지가 발생하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어겨도 의사는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 정지 혹은 취소를 당할 수 있다.

이 같은 처벌은 환자의 가족, 친지 등이 부적절한 과정을 겪었다고 고발하거나, 병원 근무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당국이 인지하여도 처벌할 수 있다. 환자가 연명의료중단 결정으로 사망하면, 이 같은 고발이 들어오지 않을까 적어도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는 3년은 마음 졸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 연명의료중단 결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가정이 많으며, 고지해야 할 사항, 작성해야 할 서류가 많아, 어디서 어떤 헛점이 발견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했을까?

한 마디로 이 법을 고안한 고명하신 교수님들은 의사들이 감히 환자의 사망에 관여하는 것이 미덥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네 주제에 환자의 치료 중단 결정을 내리고, 너 따위가 환자에게 사망 선언을 해?'

라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싶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애초 취지는 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환자와 여러가지 이유로 더 이상의 치료를 원치 않는 가족의 의지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그랬을 때, 그 결정을 내린 의사를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이어야 했다.

과거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가족의 의지를 존중했더니 느닷없이 의사를 살인죄로 몰아 기소했던 일이 있었다.

그게 보라매 병원 사건이다.

보라매 병원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외상으로 뇌손상을 받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 보호자를 수소문하다 연락이 닿지 않자, 보호자의 동의없이 수술이 진행되었다. 이후 부인이 나타났고, 부인은 '보호자 동의없이 수술 했고,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퇴원을 원했고, 의사들은 그럴 경우 사망 한다며 만류했는데, 부인은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환자를 데려갔다. 결국 환자는 사망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올케가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결국 검찰은 부인을 살인죄의 주범으로, 의사들은 종점으로 기소 했으며, 재판 끝에 의사들은 징역 1년 6개월 형과 집예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이후 사실상 존엄사로 간주되었던 Hopeless Discharge(소생 희망이 없어 병원에서 객사하지 않도록 집으로 모시는 것)나 DAMA(Discharge Against Medical Advice. 즉,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의 퇴원)라는 관행은 사라졌다.

즉, 사법부의 무리한 판결로 환자나 가족들이 치료받지 않고 퇴원할 권리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의사들은 살인죄로 기소당하지 않기 위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했다.

이후 또 변수가 생겼다.

이른바 '김 할머니 사건'이다.

2008년 김 할머니는 Y 대 S 병원에서 폐조직 검사 중 과다출혈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후 인공호흡기 등에 연명하였는데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병원은 거절했고, 이에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사망했다.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 제거 후에도 200 일 이상 생존했다.

가족은 왜 그리도 강력하게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는지, 또 병원은 왜 그리도 강력하게 이를 반대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핵심이 "소생 가능성"은 아닐 것으로 추정한다. 즉,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명치료 중단을 반대했거나,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쨌든 김 할머니 사건은 연명치료 중단과 존엄사 논쟁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존엄사는 악용될 수 있다.

즉, 존엄사를 빌미로 더 치료하면 소생할 수 있는 환자의 죽음이 발생하거나 환자의 의지에 반하여 연명치료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가능성에만 힘을 주어 입법한 건, 마치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며 막무가내 식으로 정신보건법을 개정한 것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정신보건법이나 연명의료중단결정법은 모두 사실상 의료 현실을 무시한, 탁상논리적 입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이 없어도 의료 필드에서는 치료자와 환자 간의 자생적 규율이 만들어져 큰 탈 없이 실행되었다. 굳이 필요하다면,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의 선언과 이 권리를 존중 했을 때 의사를 보호할 장치 정도만 있었으면 됐다.

그러나, 입법의 결과는 산으로 간 꼴이 되었다.

연명의료중단결정법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해 보인다.

적어도 당분간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임종 환자는 거의 예외없이 심폐소생술이 시행될 것이며, 말기 환자의 경우도 적극적 치료가 계속될 것이다.

왜냐면, 과거에는 환자의 상태, 가족의 의지, 경제력, 의학적 소견 등을 가장 잘 아는 주치의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의 정도를 조절하거나 자연사하도록 했다면, 이제는 그렇게 오지랍을 떨다가 감수해야 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연명의료중단을 하기보다는 심폐소생술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실상,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DNR(심폐소생술 금지)은 암묵적인 존엄사의 한 형태이었다.

그러나, DNR이 무력화된 이상, 극소수의 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존엄사는 실현되지 못하게 되었고, 의사는 의미 없음을 알면서도 환자의 늑골을 부러트려가며 가슴을 눌러댈 것이다.

몇몇 인사들의 공명심을 만족시킨 댓가로는 너무 크다. 누가 이 책임을 질 것인가?


2018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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