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실물 화폐의 대체제가 아니다.





케인즈






1.
"가상통화 열풍의 근원은 국경 없는 가상화폐가 전 세계 통화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오마이 뉴스 기사 중)
     

그렇지 않다.

사토시를 비롯해 가상 화폐를 기획하고 만든 사람들이나 여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전 세계 통화를 대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토시나 초기 비트코인에 관여한 자들은 비트 코인을 실험으로 생각했을 뿐, 이것이 실물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단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게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미국 저소득 주택 담보 대출자들이 금리 상승으로 주택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했다.
금융 기관들은 대출금 회수 불능 상태에 빠져 파산한다.
달러 유동성 위기는 다른 나라 금융기관으로 퍼진다.
유동성 위기는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국제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오마이 뉴스 기사 중)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국 금융기관이 파산 위기에 빠진 건 담보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걸로는 AIG가 파산 위기에 빠진 걸 설명할 수 없다. AIG는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리테일 금융기관이 아니라 보험이 주 업종이다.

물론, 리만브라더스처럼 모기지 채권에 직접 투자하였다가 파산한 경우도 있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이 컸던 건, AIG 같은 금융기관들이 자제력을 잃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CDS. Credit Default Swap)을 마구 팔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모기지 채권이 부도 났을 때, 이 채권의 CDS를 사고 꼬박꼬박 프리미엄을 낸 CDS 매입자에게 부도난 만큼의 돈을 갚아 주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즉, 모기지 채권 부도는 직접적으로는 채권 소유자에게 손실이 가지만, 이에 대한 CDS를 팔며 프리미엄을 먹었던 금융 기관 역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금융 기관이 파산에 몰리게 된 것이다. AIG는 무려 85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

기자가 주장하듯 단순히 대출금 회수 불능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실제 주택을 위해 대출한 금액의 20배에 이르는 금융 시장이 MBS, CDO, synthetic CDO, CDO squared, EDS, TRS 등 각종 파생 상품으로 만들어졌고, 이 시장이 붕괴된 것이다.



3.
브레튼 우즈에서 케인즈는 어느 나라도 무역수지 흑자나 적자가 나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했다. 특정 국가의 지나친 흑자나 적자는 타국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International Clearing Union을 만들고 이 기구가 방코르(Bancor)라는 화폐를 만들어 무역에 이 화폐를 쓰자고 주장한 것이다.

그래서 만일 어느 국가가 적자가 나거나 흑자가 나면, 그 국가는 이자를 내도록 강제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이 제안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케인즈의 주장대로 되었다면, 우리나라 같은 개도국의 성장은 정체되었을 것이며, 미국은 지금처럼 만년 무역 적자국이 될 필요도 없었고, 중국의 고도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자국 통화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무역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곧 다른 나라의 적자를 의미한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세계 경제의 위협이라고 단순화 시키는 건, 그냥 반미적 주장일 뿐이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건, 미국의 경제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월등했기 때문이다. 세계 대전 이전만 해도 영국 파운화가 기축 통화였다. 브레튼 우즈 체제가 구축될 당시만해도 금환본위제를 기반으로 화폐의 가치를 보증했기 때문에, 독보적인 양인 8천톤이 넘는 금을 가진 미국 화폐를 기축 통화로 결정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는 건 결국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소비되는 막대한 자금은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누리는 시뇨리지 효과 등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은 건, 달러 기축 통화 체제의 문제라기 보다는, 화폐 제도 나아가 금융 시스템 자체가 여전히 미성숙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가상 화폐가 실물 화폐, 특히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건 억측이다. 스마트 폰이 컴퓨터를 대체할 수 없듯이 가상 화폐는 실물 화폐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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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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