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한 올림픽 정신












만일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한다면, 이는 사실상 올림픽 정신과 올림픽 대회 절차에 관한 올림픽 헌장의 많은 부분을 위반하는 것이다.

올림픽 헌장 제 2조 10항은 다음과 같다.


"스포츠와 선수의 정치적 혹은 상업적 남용을 반대한다."
(to oppose any political or commercial abuse of sport and athletes;)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오랫동안 프로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었다. 스포츠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는 표어 아래, 건강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신사들의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좋게 말해 신사, 사실은 귀족들의 운동으로 시작)

근대 올림픽은 이 같은 정신을 이어 받아 스포츠 역량 뿐 아니라, 공정한 경기, 결과에 대한 승복 등을 중시하였다. 따라서 스포츠를 업으로 하는 사람과 건강한 육체를 갖기 위해 운동하는 아마추어가 같이 경기하는 건 공정하다고 볼 수 없었기에 프로 선수의 출전을 금지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마추어 선수 출전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아마추어 선수의 경계는 매우 모호해졌다. 단지 프로가 아닐 뿐 올림픽 경기를 위해 전문적으로 길러지는 선수를 아마추어 선수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올림픽 조직위는 '흥행'을 위해 높은 경기력을 가진 프로 선수의 참가를 은근 슬쩍 용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프로 선수의 참가 여부는 올림픽 위원회가 아니라 각 종목의 국제경기연맹(IF)이 정하고 있다. 지금 올림픽 종목 중 프로 선수가 참가하지 않는 경기는 거의 없다.

올림픽 정신의 퇴색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 경기는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FIFA 월드컵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올림픽 헌장 제 6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올림픽대회의 경기는 국가간의 경쟁이 아닌 개인전 또는 단체전을 통한 선수들간의 경쟁이다."
(The Olympic Games are competitions between athletes in individual or team events and not between countries.)


즉, 올림픽 경기는 A 매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각 선수는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뛰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언론과 관전자들은 각 국가의 메달 수와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 역시 올림픽 정신을 퇴색시키는 것이다.

올림픽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건 올림픽 헌장에 수 차례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 올림픽은 이미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 바 있다.

제 11회 베를린 올림픽이 개최된 1936년, 나치 독일은 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했다. 정치적 이유로 올림픽을 보이콧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북한의 이번 올림픽 참가는 누가 봐도 정치적이다. 불과 10 명의 선수에 140명에 달하는 응원단, 예술단을 보내는 건 올림픽을 이용해 체제 선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 기를 앞세우고 입장한다고 해서 평화에 한 걸음 다가갔다고 믿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 장소 등에서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선전도 허용하지 않는다(제 50조)고 선언하고 있다. 개,폐막식 시상식 등 올림픽 개최지에서 정치인은 어떠한 형태의 연설도 할 수도 없다.(제 55조)

그러나 올림픽 헌장의 이 강행 규정들이 잘 지켜질 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역사가 히틀러가 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장으로 썼던 것을 비난한 것처럼, 2018년 동계 올림픽에 대해 이렇게 쓸 것이다.

"핵 개발로 국제 사회를 위협한 북한은 개최국이자 동족들의 국가인 남한의 협조를 받아 자신들의 무고와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것에 올림픽을 십분 활용했다."



2018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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