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예방을 위한 전기 배선과 북미의 화재 대책











우리나라 화재 원인은 절반이 부주의 때문이고, 1/4 가량이 전기로 인한 화재이다. 대부분 합선, 누전, 과부하가 원인이다.

그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전기 시공, 부적합한 전선과 차단기의 사용, 전기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합선 사고는 전선의 노후나 피복제의 경화 등으로 피복이 벗겨지거나, 쥐가 전선을 갈아먹거나, 전선을 이은 곳에 누수가 되며 생기는데, 사실상 가장 큰 이유는 전선을 이어 붙이며 시공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어느 전기 업체가 신축 주택 배선을 하면서 배전함에서 천장으로 선 하나를 보내 거기서 여러 가닥의 전선을 방사형으로 각 방으로 분배해 시공한 것을 보고 아연질색한 적 있다.

전기 공사 중 배선을 하다가 전선을 이을 필요가 있으면 반듯이 배전함(electric gang box)을 설치하고 그 박스 안에서 이어야 하며, 차단기에서 전등, 스위치 박스, 전기 소켓함(receptacle box) 등으로 잇지 않은 하나의 전선을 바로 보내야 한다.

전선을 이을 필요가 있을 때는 절연테이프로 감아 두기보다는 pigtail wire connector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어떤 상가에서 에어콘을 돌리면 자꾸 차단기가 떨어진다고 차단기를 빼버리고 아예 전선으로 이어버린 것을 본 적이 있다.

차단기(breaker)를 설치하는 이유는 전선이 허용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전기가 흐를 경우 전선이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따라서, 전선의 굵기와 차단기 허용 전류량(암페어)은 정해져 있다.

만일 14게이지(G)의 굵기의 전선으로 배선했다면 차단기는 15암페어를 설치해야 한다. 이 때, 전압 110 볼트라면 50 피트, 220 볼트라면 최대 100피트 이상의 전선을 배선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이 전선에 전등이나 가전기구를 여럿 사용하여 15 암페어 이상의 전류가 흐르게 되면 과열될 수 있으므로 차단기가 전기를 끊는다.

예를 들어, 에어컨, 전자렌지, 전기 오븐, 커피 포트 등 사용 전력양이 큰 가전을 동시에 쓸 경우 차단기는 떨어지게 된다.

전류(암페어) X 전압(볼트) = 전력(와트) 이므로, 동일한 전압(예를 들어 220볼트)에서 사용 전력양이 큰 가전, 예를 들어 1000 와트의 가전을 사용한다면, 그 전선에 걸리는 전류는 4.5 암페어이므로, 1000 와트 이상 가전 3개 이상을 동시에 쓰게 되면 15 암페어 차단기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단기를 20 암페어 혹은 그 이상의 암페어를 사용할 경우 전기가 차단되지는 않을지 몰라도 전선이 과열되어 화재로 이어진다.

또 만일 15 암페어 차단기를 설치하고 14G 보다 가는 전선을 배선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화재가 생길 위험이 있다.

전선의 길이가 차단기의 허용 한계를 넘어 너무 길게 배선할 경우에도 저항이 발생하면서 화재가 날 수 있다.

우리나라 주택은 대부분 콘크리트와 벽돌로 골조를 하지만, 목조로 골조를 하는 미국, 캐나다 주택은 화재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화재 예방에 대해 과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를 한다. 특히 대부분의 화재가 전기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전기 공사에 대한 감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까다롭다.

(북미의 경우, 공정이 끝나면 공정별로 시에서 나오는 감리자(inspector)가 승인을 해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가장 까다로운 승인 절차가 기초 공사, 배관, 전기인데, 특히 전기 승인 받기가 가장 어렵다.)

북미의 건축법은 주택에서 화재가 날 경우 어떻게 불을 끄느냐 보다는 어떻게 빨리 화재 현장에서 탈출 하느냐가 화재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화재가 날 경우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는 대비책을 한다.

만일 어느 한 방에서 화재가 나면, 그 화염이 다른 방으로 퍼지는 것을 막아 대비의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 목조 주택의 벽과 천장은 모두 1/2 인치 혹은 5/8 인치 두께의 드라이월이라는 석고보드로 시공된다.

이 석고보드들은 불연재이므로 불에 타지 않는다. 다만, 열기를 전달하는데, 벽의 구조재인 목재는 화염이 아니라 열기에 의해 발화될 수 있다. 이렇게 발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1시간 방화벽 (1 hour fire rated wall), 2 시간 방화벽 등으로 나누는데, 일반 주택의 경우 1시간 방화벽 기준으로 시공하게 된다.










즉, 방안에서 불이 나서 가구와 침대 등을 타더라도 다른 방으로 불이 옮겨붙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물론 방안에서 피어나는 화염의 양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목조주택의 일부에서 나무의 질감을 느껴보겠다며 벽이나 천장을 목재로 마감하는 경우가 있다.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화재 발생 시에는 매우 취약할 수 있다.

두 번째 대비책은 빠른 대피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모든 외부 출구는 밖으로 열리도록 설계한다. 방 문의 시건장치는 발로 차면 잠금 장치가 부러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캐나다와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원형의 문 손잡이를 퇴출시켰고, 레버 형으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화재로 당황할 때 문을 열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또, 방의 창문, 거실, 부엌 등에 일정 크기 이상의 창을 설치하도록 하여, 위급시 창을 깨고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외벽에 나 있는 창문의 크기가 크면 외부에서 침입도 쉽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외부인의 무단 출입, 특히 창을 깨고 들어오는 침입은 가중하여 처벌한다. 때문에 집 주인에게 총 맞아 죽고 싶지 않거나 반 평생을 교도소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 남의 집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건 참아야 한다.

화재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무조건 밖으로 대피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화재 현장에서 자신만 대피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도와 같이 대피하는 건 이타적인 고귀한 행동이지만, 화재 발생시 누굴 구해보겠다고 화염 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는 건 숭고한 행동일지는 몰라도, 동시에 바보같은 행동이다.

밀양 병원 화재 시, 1층에 있었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세 명은 얼마든지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바보처럼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그 생각만 하며 억장이 무너진다. 바보들... 그들의 명복을 빈다.



2018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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