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병원내 의원 개설에 대하여
기사를 보니,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복지부, 의협, 병협 등이 모여 협의를 하였습니다.
(모든 병원이 아닙니다. 학교법인 즉, 대학병원 제외, 삼성, 아산병원 같은 공익 재단 제외. 오로지 의료법인만 해당)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 시행규칙개정을 병협 측에서 요구하여 이 같은 미팅이 열린 것입니다.
즉, 논란이 된 4차 투자활성화대책과 여기서 논의된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과는 전혀 무관한 회의이며,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걸 오해해서, 정부가 뭘 또하자는 것으로 잘 못 아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병협에서는 회원인 병원의 이익을 위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늘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그 단체의 역할이니까요.
그런데, 이 의료법인 부대사업은 이른바 포지티브 리스트로 규정됩니다.
이건 무슨 말이냐면, 시행규칙에 할 수있는 사항을 나열하고, 그 나열된 것만 부대 사업으로 허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를 네가티브 리스트라고 합니다.
이건, 할 수 없는 것을 리스트로 만들고, 이것만 빼고는 어떤 부대 사업이든 가능합니다.
사실, 병원 입장에서는네가티브 리스트가 더 폭이 넓으므로, 네가티브 리스트로 규정해 주길 원합니다.
의료계는 당연히 이걸 주장해야 합니다.
병원이든 의원이든 의료계 구성원 그 누구라도 잘 되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부대 사업으로 이익을 남긴다고 그게 의원에 폐가 되지도 않습니다.
또, 복지부도 네가티스리스트를 거론한 모양인데, 오히려 의협은 이를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유가 걸작입니다.
"의료법인은 진료•교육•연구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지금 정부는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활동을 통해 병원을 운영토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대 사업이라는 편법을 통해 수익을 확충하라는 셈."
무슨 새대가리에서 나온 소리 같습니다.
의료법인은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또, 당장 직원 월급주고 이자 갚는 게 중요합니다. 진료 수익이든, 진료외 수익이든 수익을 낼 수 있으면내도록 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진료외 수익이 줄면, 진료 수익이 늘어날 거란 보장이 있나요?
게다가 규제는 없애는 게 좋습니다. 병원이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됩니다. 왜 스스로 족쇄를 차려 하는 걸까요?
그러나, 이 날 핵심 쟁점은 병원내 의원 개설 허용인것 같습니다.
병원내 의원 개설 허용은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막상 병원내 의원 개설이라고 하니, 다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보입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싱가폴 등의 외국의 예를 보면 이들 나라의 경우, 종합병원 혹은 대형 병원 옆에 별도의 건물을 붙여 짓고, 그 건물에 각과 의사들이 외래를 개설해 그곳에서 외래 업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런 외래(클리닉) 건물이 병원에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이 외래 즉 클리닉은 병원과 무관하게 각 전문의들이 별도 개설하는 것이며, 운영 또한 별도로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주 이유는 이들 나라의 경우 어텐딩 시스템(attending system)을 도입하기 때문입니다.
어텐딩 시스템이란, 병원에서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고, 그대신 각 전문의들이 자신의 환자를 입원 혹은수술할 경우 병원에 입원시키고, 병원에 와서 회진을 하거나 수술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경우 환자는 그 전문의와 병원 양쪽에 진료비를 지불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이 운영하는 클리닉이 병원과 너무 떨어져 있을 경우, 오가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병원에 이어서, 혹은 가까운 곳에 클리닉을 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법적으로는 어텐딩 시스템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습니다.
의료법 39조 (시설등의 공동이용)
① 의료인은 다른 의료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아 그 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및 인력 등을 이용하여 진료할 수 있다.
②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은 허용하지만, 건강보험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진료비를 의사와 병원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수가 자체가 너무 낮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던 것입니다.
중소병원이나 의료법인이 원내 의원 개설 허용을 희망하는 이유는,
중소병원은 전문의 채용이 쉽지 않고, 채용하여도 급여를 보장할 수 없으며, 그러다 보니, 전문의 부족으로 병원 경영이 쉽지 않으므로, 일종의 독립 채산제방식으로 의사를 초빙하여 병실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입주 의사의 경우, 병원의 시설, 장비를 용이하게 쓸 수 있어 개원 시 장비 도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입원실에 자기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고 수술을 할 수 있으므로 진료비 배분 문제만 잘 해결하면 병원이나 의원 모두 윈윈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성급한 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사항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급했다시피, 단지 장소만 임대해 의원을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일종의 어텐딩 시스템의 형태가 되면, 진료비 분배의 방식에 대한 건보법의 보존책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대충 합의하여 분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이 경우, 의료 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구조가 성공을 거두게 될 경우, 상당수 중소병원은 물론 종합병원 역시 같은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적지 않은 봉직 의사들이 급여에서 탈피하여 그 병원에 독립채산제 형태의 의원을 개설할 가능성이커진다는것입니다.
생각하는 것처럼 기존 의원 개설자들이 병원으로 들어갈 가능성보다는 이럴 경우가 훨씬 더 커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기존의 의원 개설자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그래서 안 그래도 열악한 개원 환경이 더 나빠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이런 저런 걸모두 떠나서, 기본적으로 의원 개설자들의 공통적인 심리는 그 어떤 의료제도 도입도 싫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이제 겨우 자리잡고 기틀을 잡아가는 마당에, 어떤 제도이든 들어와 교란할 경우 자신이 위태로와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과 불신이 뼈 속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병원 내 의원 개설은 신중해야 하며, 사전에 여러 가지 준비를 마치고 나서 논의해야 할 것이지, 이렇게 불연듯 부지불식간에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병원들의 경영 악화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건 단순히 병원 내 의원 개설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므로, 이미 여러 번경험했듯 이런 제도의 파급 효과가 어떻게 튈지 모르므로, 예상 가능한 모든 보완 및 대비책을 마련한 후 시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보완 대비책이란,
근본적으로는 의료전달체계를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은 이미 고시까지 끝난 것이므로 지금 재론하는 건 바보임) 갖추고 의원이 gate keeper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의원 진찰료 (진료비가 아니라) 현실화 및 건보법 개정으로, 의료법이 규정하고있는 어텐딩 시스템의 현실화를 이룬 후에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무리 병원 내 의원 개설 허용을 반대한다고 해도, “병원 건물 안에 의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임대업을 허용하는 것은 사무장병원이 합법적으로 개설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격"이라고 주장하는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도 논리에 맞게 반대를 해야 수긍되는 법이지, 입에서 나온다고다 말은 아닙니다.
<기사>
"의료법인의 의원급 임대 허용 절대 반대"
의료법인의부대사업 중 '의원급 의료기관임대업'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의협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15일 대한의사협회와병원협회·약사회 관계자와 회의를 갖고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제시했다.
개정안은현재 의료법인에 허용된 부대사업 종류에 △목욕장업 △서점 △숙박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외국인환자유치 △종합체육시설업 △수영장업 △체력단련장업 △장애인보장구 등 맞춤제조·개조·수리업 등을 추가시켰다.
특히 건물임대업을 허용하고, 임대할 수 있는 대상에 은행업, 의료 등 생활용품 판매업, 식품판매업(건강기능식품 제외) 등과 함께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의협은 16일 "이미 의료전달체계 왜곡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및 급여 쏠림현상이 발생해 일차 의료기관의 도산율이 증가하는 등 전달체계 붕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며 "병원 내 의원 설립은 이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 2차 의정 합의에서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및 의료전달체계 강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축소와 의원급 경증질환을 확대키로 했는데, 병원 내 의원 설립은 이 같은 합의사항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환자 유인, 과다 진료 등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며 의료질서를 문란케 하는 사무장병원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사무장병원의 근절을 위해 적극 조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병원 건물 안에 의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임대업을 허용하는 것은 사무장병원이 합법적으로 개설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법인의부대사업 범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정하려는 복지부의 의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네거티브 방식은 부대사업 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해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며 "의료법인은 진료·교육·연구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수익 확대를 위한 부대사업 활성화, 수익창출을 위한 편법의 합법화 등은 신중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지금 정부는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활동을 통해 병원을 운영토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대사업이라는 편법을 통해 수익을 확충하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병원 내 의원 설립이 가능해지면 현재 정립되지 않은 의료전달체계에 더 큰 타격이 미칠 것이고 사무장병원이 합법적으로 활개를 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문가단체와도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국민건강에 해가 되는 잘못된 정책이 싹트지 못하도록 정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병원협회의 요구를 받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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