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갱신>이라는 용어를 함부러 사용하면 안 된다.






<면허 갱신>이라는 용어를 함부러 사용하면 안 된다.

다나의원 사태를 빌미로 면허 갱신을 주장하거나, 면허 갱신에 대해 언급하는 언론들이 있는데, 법이 말하는 <면허 갱신>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문이다.

의료법에는 면허 갱신이라는 용어가 아예 없고,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언급되는데, 면허 갱신이란 "면허 등록대장의 기재 사항을 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의료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 면허등록대장의 행정처분 사항의 내용을 기재하고 면허증을 재발급받는 것을 말한다.

만일 자율 정화를 강화하자는 의미로 면허 갱신를 하자고 하는 것은, 면허증 유효기간을 두고, 유효 기간이 지나면, '일정 과정'을 거쳐 면허증을 재발급하자는 것과 같다.

면허 신고제를 시행하고 있는 현재도, 매 3년 단위로 '일정 과정'을 수료하지 않을 경우 면허가 정지되고 있는데, 그 일정 과정이란 보수교육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율 정화를 강화하자면서 면허 갱신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그 외의 별도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자는 것과 같다.

그건 결국 시효가 한시적으로 정해진 의사 면허를 발부하고, 모든 의사들이 다시 시험을 치루거나 신체검사를 받거나 인지능력을 테스트하거나 치매에 걸린 건 아닌지 조사하자는 의미이다.

다들 이에 동의한다면 면허 갱신을 떠들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함부로 면허 갱신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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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서 의료계 내부의 윤리적 문제를 정화하겠다며 '면허갱신제'라는 대책을 내놨다."

이 기사 맞는 겁니까?

관련해 여러 기사를 검색해봐도 정부가 면허갱신제를 하겠다고 선언한 흔적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것은 "면허 관리를 강화하겠다"이지, 면허 갱신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면허 갱신제는 <면허 관리 강화> 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팩트를 보자면,

1) 면허 발급권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따라서 면허 관리자도 보건복지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면허 질적 관리는 의료계가 해야 한다”?

도대체 면허 관리의 개념을 뭐라고 생각하지 모르겠지만, 원칙적으로 또 현행법상 면허 관리자는 보건복지부가 맞습니다.

면허 관리란, 면허 발급, 면허등록대장 기재, 보관, 재발급, 신고, 면허 정지, 취소, 갱신 등의 제반 사항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걸 협회가 하겠다고요?
그걸 전문가니까, 하겠다고요?

전문가건, 전문가 단체건, 시민 단체건 면허를 관리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이게 팩트입니다.

2) 제반 면허 관리 일체를 보건복지부가 하기는 어렵다.

현재 면허 신고를 각 협회가 받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보건복지부가 할 수 있는 업무 역량을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이걸 복지부가 직접 하려면, 대거 직원을 보충해야 하고, 별도 부서를 신설하거나 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는 제로라고 봐야 합니다.

면허 신고제 도입 이후 면허 신고를 복지부가 아닌 각 협회에서 하는 이유도 복지부에 신고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면허 신고는 면허 신고제 도입 이전에 이미 각 협회를 통해 복지부에 신고하라고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던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면허 신고 업무를 협회가 하고 있다고 해서, 면허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를 대신해 면허 관리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이것이 팩트인데, 언론은 정부가 면허갱신제를 한다고 떠들고, 의료계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서 절대 안된다, 전문가가 하겠다고 있지도 않는 일로 떠들고 있으니, 코메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불을 지피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이렇게 면허갱신제 이야기가 설왕설래하다보면, 자연스레 분위기가 면허갱신제 도입 거론으로 넘어가고,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기재부가 덜커덕 예산을 주어 업무 위임을 철회하고 정말 면허 관리 일체를 복지부가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나 사태 같은 전국적 관심사를 갖는 사건이 생겼는데, 복지부가 “면허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말도 못하나요?

협회는 법대로 자율 정화을 강화하겠다 주장하면 됩니다.

협회는 의료법과 시행령에 따라 윤리위를 가동해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하거나, 의료행위를 하기에 부적합한 인원을 찾아 그의 면허를 정지 혹은 취소시켜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요?

그런데 제 역할은 제대로 못하면서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면허갱신제를 하거나, 외국처럼 면허관리국을 만들면 떡고물이 떨어질까봐 그러나요?

그걸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관련 기사>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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