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영국 꼴이 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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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ity of London, 즉 시티의 면적은 1평방마일 밖에 되지 않지만, 영국 전체 세수의 12%, 고용의 7%, GDP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이 뿐 아니라, 이곳에 있는 잉글랜드 은행, 런던 증권거래소와 600 여개의 국제 금융기관은 전 세계 채권 유통의 70%, 파생상품 유통의 49%, 해외증권 유통의 41%, 국가 간 은행 대출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외환 유통량은 하루 평균 2조7260억 달러로 미국의 두 배, 기타 유럽연합(EU) 총합의 두 배에 달했다. (2013년 4월 현재)


그러나, 씨티를 보고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영국의 2차 산업 즉, 제조업은 완벽하게 몰락한 수준인데, 금융과 같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조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제조업이 몰락하자 어쩔 수 없이 경쟁력 있는 금융업을 키웠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금융업을 키운다고, 시티나 싱가폴, 홍콩, 뉴욕 등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니, 영국의 “시티” 사례를 보고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영국의 제조업 몰락을 보고 (영국 꼴 나지 않으려면) 서비스 산업 육성을 집어쳐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건, 제조업을 등한시하자는 말이 아니라, 제조업을 제조업대로 육성하되, 새로운 성장 동력 즉,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새 엔진을 달아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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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금융에 경쟁력이 있었다면, 우리나라는 의료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경쟁력을 갖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전국민의료보험과 건강보험제도 탓이기도 하다.

마른 걸레 짜듯 쥐어 짜며 낮은 수가를 유지한 덕에 <가격 경쟁력>이 생겼고,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려는 재벌 중심의 대형병원들과 이들을 따라가려는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병상을 늘리고 의료서비스 경쟁을 하면서 <신의료기술이 급성장>했는데, 물론 그 이면에는 암정책도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또, 년간 3천명이 넘는 의사를 배출하고, 이들의 90%가 전문의 교육을 받아 고급 인력이 남아돌고 있는 것 또한, 우리나라 의료 경쟁력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대형병원이 성장하고, 국민들이 우월적 의료 혜택을 받는 동안 의원들이나 중소병원이 출혈 하며 고사 직전에 있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전국에서 의원 1,831곳이 문을 열고, 1,536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율이 무려 83.9% 였다.

그 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2009년 이래 5년간 평균 폐업율이 81.6%에 이른다. 이런 업종은 의원 밖에 없다.

대외적으론 경쟁력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곪아 썩어가고 있는 것이 현 의료 시스템의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산업화이다, 의료영리화이다, 의료상업화이다> 라면서 의료서비스 육성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것도 의료계 내부에서 말이다.

둘 중의 하나이다.

죽네 사네 하지만, 아직은 살만 한 것 이거나, 동료들의 고통과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거짓 선동으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자들의 획책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라면, “나는 이 모양 이 꼴인데, 왜 너는 의료관광, 병원 수출로 재미를 보려고 하느냐. 그 꼴은 못 보겠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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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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