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분들이 모여서 의료전달체계를 논의하셨다구요.>
1. 권 실장의 도발적 발언 즉 “동네의원, 중소병원을 살려야 한다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로 왜 그래야 하는지 그 근거를 잘 모르겠다.”는 발언을 자구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좋은 의미에서) 보통 영악한 친구가 아닌데 아무리 그런 자리라고 해서 쉽게 속내를 털어 놓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 날 분위기에 취해 속내를 털어놓고, 뒤늦게 자신의 발언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사실을 깨닫고 궁여지책으로 변명을 늘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니길 바라지만.
2. 진위야 어쨌든, 그가 털어놓은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은, 논의를 <환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와 닿지는 않지만, 환자 입장에 되서 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듯 하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는 <불편을 감수하고, 의료 소비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환자가 원하는대로 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전달체계 논의를 진행하다 보면, 논의 할수록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더 크게 반대한다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또 “목숨이 걸린 선택인데, 의사가 지시하는대로 따를 수는 없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왜냐면, 전달체계 입법화는 환자더러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르라는 게 아니라, 법과 규정이 정하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환자 단체 대표도 비슷한 소리를 하던데,
<어느 누구도 '환자가 왜 동네의원, 중소병원에 가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환자는 1, 2차를 거쳐서 3차병원을 가야한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왜 그래야 하는지, 실제로 그것이 비용대비 효과적인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지 않다.
대학병원 홈페이지에는 교수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정보가 쏟아진다. 그런 의료진을 두고 왜 환자는 동네의원을 가야하나?>
라는 권실장의 질문 혹은 의문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나라 의료법, 건강보험법은 <모든 의사는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것임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의료전달체계는 적어도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의 법, 법령, 규칙, 고시 등으로 규정되고 규제되는 사안이다. 즉, 법적 논의란 말이다.
따라서 법적 논의를 함에 있어 의사 우수성에 대한 의문, 검증 따위는 논외의 이야기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한가한 소리이며, 굳이 의사의 우수성을 개입 시키려면, 의사를 실력으로 구분할 수 있는 법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4. <기관 간 전달체계를 의사 간 전달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타당성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단견이라고 할 수 있다.
권 실장의 의미는 “비록 의원급 의료기관이라고 할지라도 실력, 시설 장비를 갖추었다면 의뢰받을 수 있는 의원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동네의원간 의뢰회송수가를 주면, 의원에도 유리한 것이 아닌가?” 라는 건데, (나쁘게 말하면) 그냥 의원을 향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왜냐면, 우리나라 법체계 즉, 의료법,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등은 모두 기관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고, 권 실장 말대로 <시설, 장비를 갖추면> 이라는 말 또한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기준이지, 의사 실력과는 무관한 것이다.
종별 가산율을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 더 주는 것도, 이들 기관이 더 많은 시설, 장비를 갖추기 있기 때문이지, 의사 실력이 더 낫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있다>고 하는 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 종별 표준업무를 고시할 때, 전문의가 근무하는 의원의 업무를 별도 고시하고 전달체계의 윗 단계에 포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는 이미 2009년 이래 복지부 내에서 있어왔던 것이다.
인터뷰를 보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포괄적 그림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현 제도에서 또 다시 땜빵하는, 낮은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좀 답답하다.
그래서 환자 중심의 논의라는 건, 참 듣기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당장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려면, 땜빵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먼저,
의료기관 분류를 다시하고,
이의 표준 업무를 정해두고,
각 법령 간의 의료기관 기준, 용어 차이를 정비하고,
정해진 표준 업무를 토대로, 건보법도 요양급여 이용 절차를 재설계하고
이를 위해 의료 인력 양성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더불어 수련제도도 개편해야 하고
수가 설계, 지불제도 개편도 해야 할 뿐 아니라,
비급여 문제 즉, 보장성 확대 문제도 확정 지어야 하며,
나아가 건보를 사회보험으로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연기금 화하고
보험료 징수를 없애고, 간접세로 대치할 것인지에서부터
아니면, 당연지정제를 해제하고, 의료 영역을 공공의료와 민간 의료의
투 트랙 전략으로 갈 것인지 등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설계하고 논의하고,
어느 정도 대략적 그림을 그려 두고 논의해야 한다.
이제까지 의료계, 정부, 보험자가 멍청해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수 많은 국가적 아젠다, 이해 갈등이 얽키고 설켜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고 여전히 이 같은 논의를 수면 위에 올려놓기 위해 물 밑에서 끊임없이 토의하고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권 실장이 발언했다는 그 토의 역시 그 중의 하나인 것이고, 그래서 사실 나는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든 크게 관심없다. 왜냐면 그들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므로.
<관련 자료>
<2016-03-25>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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