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제도, 나아가 의료제도를 개편해야 할 이유는 많다.



건강보험제도, 나아가 의료제도를 개편해야 할 이유는 많다.

첫째, 고령화가 가속화기 때문이다. 이는 고령인구에 의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반대로 생산 인구는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건보 구조에서는 줄어드는 생산 인구가 늘어나는 고령 인구의 건강과 의료를 책임져야 하며, 이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며, 곧 임계점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의료 기술의 발달, 새로운 의료 장비의 도입와 함께 소득의 증가는 의료비 지출 증가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소득 증가시 소득 증가율보다 의료비 지출율이 더 커진다는 사실은 입증된 바 있다.

즉, 우리 경제가 폭망해서 진료 받는 것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지 않는 이상, 의료비 지출 증가는 계속될 것이며, 더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결국 어느 순간 의료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의미이다.

셋째, 현재의 의료보험제도는 태생적 한계와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지금처럼 땜빵식 정책으로 지탱하기에는 불가능해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소비자인 국민도 불만, 공급자인 의사도 불만인 제도이다.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제도라고? 웃기지 마라. 이게 세계 최고 제도라면, 전체 국민의 70% 이상이 실손보험 등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월 평균 33 만원 비용을 별도로 지불할리가 있겠는가?

지난 77년에 시작해 89년에 확대된 후 2000년 건강보험으로 이름을 바꾼 이 제도는 애시당초부터 한 다리(의료공급자)는 길고, 다른 한 다리(의료소비자 즉 국민)는 짧으며, 나머지 다리(보험자, 정부)는 흔적만 남아있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다리가 세 개인 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긴 다리 하나가 다른 두 다리를 대신 해 솥이 쏟아지지 않도록 용을 쓰며 버텨 왔던 것이다.

까놓고 얘기해서, 지금까지 의료계의 희생이 없었다면 바꾸어 말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보상을 요구했다면 이 제도가 지금처럼 운영될 수 있었을까 되묻고 싶다.

의료계의 희생 뿐만이 아니다. 지금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간염 확산, 내시경 소독비용 문제와 같은 예는 부지기수라고 할 수 있다.

유리 주사기 사용을 비난하지만, 유리 주사기를 소독해 사용하는 건 오히려 애교 수준이고, 주사바늘, 봉합용 바늘, 심지어 환자의 몸에 삽입되는 도뇨관, 비위관, 관장용 튜브는 물론 수술 장갑까지 소독해 쓴 것이 오래지 않다. 심지어 대학병원에서도 말이다.

이건 병원, 의사들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도와 정부가 그렇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소모품의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서 이를 재생 사용하는 것을 묵인해온 당사자가 누구였는가 생각해 보라. 결국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 갔겠는가?

그런데, 이를 암묵적으로 조장하는 제도가 최고의 제도라고?

더 큰 문제는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땜빵식으로 봉합해 온 누더기 제도가 건강보험 제도이다.

이제 이 제도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의 과거 소득 수준, 건강 인식 수준, 의료 공급 수준에서 낮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화한 방법을 찾아 써 왔던 것이라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게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여건이 바뀌었으니,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40년을 실험해 보았으면 충분하지 않은가.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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