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감상기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꼈고, 그래서 안철수의 등장은 처음엔 신선했다.

마치 그가, 구질구질(!)한 보수와 냄새나는(!) 진보 혹은, 여와 야를 청산할 수 있는 새정치를 이룰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건 이미 5년 전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5년 동안 안철수의 좌고우면하는 모습, 결정 장애자와 같은 모습을 보면서 '혹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란, 이 사람이 정치하려는 게, 정치 개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말한다.

어찌되었든 이번 총선이 끝나면 국회는 과거에 비해 비대해진 여당과 과거에 비해 축소된 제 1 야당, 새롭게 등장한 제 2 야당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갖는 우려, 혹은 혐오(?)는 “이미 권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을 더 강화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일 것이다.

누가봐도 새누리당은 이 사회의 기득권 들인데, 국회의원이라는 또 다른 권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혐오는 그냥 나온 생각이 아니다. 이미 수십년 정치사를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각인된 생각이다.

그래서 그 진위가 무엇이든, 나 모 의원이 여론에 계속 집단 린치를 당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이 같은 국민적 오해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한계를 벗어나긴 어렵다.

또, 이번 총선 공천의 과정을 거치면서 소위 친박과 비박의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 주었고, 총선 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권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측을 남겼다.

사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 당의 정체성은 계속 애매해져 간다. 무엇이 정강 정책이고 당론이 무엇인지 구분이 잘 안 될 때도 많다.

한 마디로 보수 정당의 선명성 따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총선의 결과, 거대 여당이 아니라 보수로 위장한 잡상인 집합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우려도 된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헌 가능한 수 만큼 새누리당이 당선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우선은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악법이 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의 개정을 위해서는 개헌 가능한 국회의원 2/3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160명이 당선되기 보다는 180명이 되는 게 낫다. 어정쩡하게 수는 많고 2/3는 미달하는게 제일 좋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문재인 대표의 낙향, 김종인 위원장의 출두,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그리고, 이번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그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 주었다.

더민주당의 과거 십수년은 전통의 호남 세력, 친노 세력과 운동권의 합종과 연횡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셋은 동색이긴 하지만, 성질이 서로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친노와 운동권은 서로 겹치기도 하는데, 이 운동권이란 80년대 전후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의 학번을 가진 이들이며, 한 때 386이라고 불렸던 세대들이다. (즉, 80번대 학번, 60년대 출생자)

나이로 치면 이제 40대 후반, 50대이다.

민주화 운동 당시 데모에 따라다니던 이들 말고, 적어도 단과대학 대표를 했거나 의식화 교육을 받았고, 학습을 주도한 바 있으며, 수배되고 도주, 검거, 재판, 교도소의 경험을 한번은 거쳤던 이들 중, 50 대 전후에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제대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찌되었던 학생 운동 전력이 있고 전과가 있는 자들은 취업에 불이익을 당했고, 이런 자들 중에 원래 집안에 재산이 많은 이들 빼고, 녹록하게 자영업을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운동권 중에 고물상 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고물상을 우습게 생각하면 안된다. 기업에게 나오는 폐철 등 이권 사업이 한 둘이 아니다.) 시류에 따라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거나, 시류에 관계없이 소규모 건설업,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실 다 이권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비약하자면, 운동권에게 정치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자신의 생명, 자신의 가족의 생명 뿐 아니라, 운동권 선후배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학문이나 재물에 대한 권력이 없다면, 정치 권력이라도 있어야, 그들을 거둬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서로가 서로를 거두어야 할 도의적 책임과 끈끈한 동지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동권 선후배 뿐 아니라, 진보라고 불리는 이들도 챙겨야 한다. 수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진보 진영에 있다.

운동권이 국회의원이 되거나, 지자체 단체장이 되지 않아도 두루두루 챙겨 주고 받고(뭐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한 것, 이들이 정치, 행정에 참여하여 스스로 정치 권력화하도록 한 것이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가 제도화한 각종 시민사회단체 참여 민관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왜 문 전 대표가 안철수와 결별하면서까지 대표직을 끝끝내 놓지 않았는지 (혹은 놓치 못하도록 종용받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 전 대표의 김종인 위원장의 발탁은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당을 위해서는 마치 신의 한 수처럼 수많은 정치 평론가들로부터 평가받았지만, 과연 그런지는 결과를 봐야 한다.

안철수 대표야, 탈당하면서 전국 정당은 꿈도 못 꾸고, “호남 만이라도…” 라는 생각을 했겠지만, 사실 안철수와 호남 간의 어떤 공통 분모가 있는지 여전히 의아한 건 나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호남 만이라도…” 라는 생각과 더민주당에서 친노, 운동권에 치이고 뒷방 늙은이처럼 밀린 호남 세력들의 이익이 서로 맞아 떨어져, 이산집합하면서 호남 정치 세력은 그 껍데기(shell)를 더민주에서 국민의 당으로 바꿔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안 대표 입장으로는 빈집에 소 들어온 꼴이고, 소 뒷발에 쥐 잡은 꼴이다. 물론 안 대표가 워낙 정치 감각이 뛰어나 다 계산해 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총선 후 대선을 앞두고 또 한번 정치 개편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총선 성적표에 따라 크게 좌우될테니까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은 선명 보수 여당을 원하는 만큼이나 강력한 야당을 원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강력한 야당이란, 강력한 막말이나 유권자인 국민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강력한 권위를 내뿜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여당을 강력히 견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라. 여당 발목잡기를 하라는 게 아니다. 수백년 전 조선 시대의 당파 싸움처럼 말꼬리 잡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기득권이 자기 기득권 강화를 위한 정치를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그건, 야당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이 글은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에 정치의 ㅈ 도 모르는 사람이 졸음을 깨기 위해 아무런 근거 없이 상상 속의 이야기를 혼잣말 한거니 개의치는 마시라. 그러니 이 글로 괜히 시비 걸거나 근거를 대라고 하거나 정치 탄압할 생각도 아예 마시라.


2016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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