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김정은의 고민 / 하노이 회담 이후











연합뉴스 기사(기사 참조)에서 언급하는 ‘미 국무부 당국자’는 미북 실무회담에 참여한 실무자로 보이며, 그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실무 협상 중 북측은 영변 핵 단지 일부의 폐기를 전제로 ‘모든 제재의 해제’를 요구했으며, 미국 측은 영변 일부 핵 폐기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영변 시설 일부 폐기를 조건으로 완벽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리영호는 기자 회견을 자청해 북한은 영변 핵 단지의 영구적 폐기를 조건으로 일부 유엔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미북 실무자들이 협상 내용을 윗선에 보고했을 것이 분명한데, 왜 확실한 결론이 없는 체로 미북 정상이 만남을 가졌을까 하는 것이다.

추측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합의할 목적으로 베트남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미 회담 결렬을 염두에 둔 체 베트남과의 교역 (트럼프 대통령 방문 중 베트남은 보잉 737 110대, 항공기 엔진 215개 등 210억 달러, 24조원에 이르는 계약을 했다)을 목적으로 방문했으며, 미국 대통령의 며칠을 이것에 쓴 게, 나쁜 건 아니다.

게다가 미디어 플래시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수백명 기자들 앞에서 장시간 동안 조명을 받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김정은이다.

김정은은 66 시간 기차를 타고 오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적어도 2~3일간 그의 기차 여행은 21세기에 다시 볼 수 없는 기묘한 여행으로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 뿐이다.

김정은은 회담이 결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건, 북측 실무자들의 결정적 실수이다. 실무자들은 맹목적 충성심으로, 혹은 성과를 추구하는데 급급해 미국이 갸우뚱하며 ‘이런 거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걸 애써 무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결과 김정은은 잘못된 카드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실수를 해야 했다.

이렇게 보는 결정적 이유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한밤 긴급 기자회견 때문이다.

이 기자회견에 최선희가 다시 등장하고, 김혁철이 보이지 않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북한 실무 대표는 최선희가 아니라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였다.

리용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실무자의 주장과 달리)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 폐기와 핵무기, 미사일 실험 영구 중지 등을 내걸고 대북 유엔 제재 중 민생과 관련한 것만 해제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하기 위한 공작이라기보다는, 뒤늦게 이런 조건이라면 북한은 받을 수 있다고 읍소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이 주장은 뒤늦게 미국에 제시하는 조건이며, 북한은 이런 조건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인으로 보인다.

북한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앵커리지 미군 기지에서 연설할 연설문을 검토하고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F-22 랩터 격납고에서 미군 장병들에게 ‘미국은 갈등을 원하지 않지만, 싸워야 한다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리고 나온 미국의 반응은 애타게도(?) ‘말장난하지 마라’이다.

김정은이 무심히 날아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뒷통수에 대고 뒤늦게 ‘그럼, 이렇게 할께, 이렇게 할께~~’ 외쳤지만, 미국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다.

그럼, 김정은은 이제와 반성하고, 어쩔 수 없이 뭘 더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김정은은 귀국길에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김정은은 자기 제품의 가격을 더 내리던지 아니면 제품의 성능을 매력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걸 배웠을 것이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자칫 설레발치다가는 미국이 그걸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군사작전을 전개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긴장 탈 수 있는 묘책을 생각해내야 한다.

그게 뭘까? 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가 전세계 기자들 앞에서 심하게 김정은을 감싸는 척 하는 건, 북한이 이같은 돌발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즉,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있으니 가격을 내려 다시 거래해 보자는 사인을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 사인 탓에 아직 북한 관영매체들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삼가하고 있다.

이게 며칠이나 갈지는 모른다.




2019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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