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단다
언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지난 8일 모스크바에서 ‘미북 관계의 기회의 창이 매일 조금씩 닫히고 있다’고 발언했다.
[관련 자료] 北 조철수 "美 기회의 창, 매일 닫히고 있다"
그 의미는 연내 미국이 미북 대화를 해야 한다 즉, 대북 제재 해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은 외교 용어로 흔히 사용된다.
특히 북핵 관련해 ‘기회의 창’을 언급한 이들은 많다.
1년 전인 11월 20일, 스티브 비건은 한미워킹 그룹 미팅에서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Window of opportunity is closing)’고 발언한 바 있다.
같은 해 1월, 안토니아 쿠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전 ‘한반도에는 잠재적 핵 재앙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재앙을 피할 기회의 창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튼은 지난 3월 3일 CBS에 출연해 이렇게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회담을 통해 북한이 경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었고, 지난 8개월 간 그 창문을 열어놓고 기다렸다. 북한은 그 창을 지나가며 된다. 그건 전적으로 북한에게 달렸다.’
이 방송에서 볼튼은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으며, 비핵화에 동의한 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미북 회담을 중재한 스웨덴의 한반도 특사는 미북회담이 시시하게 끝난 후, ‘여전히 기회의 창이 열려 있으며, 스웨덴이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발언 했다.
이처럼 기회의 창은 외교적으로 자주 쓰이는데, ‘기회의 창’이란 외교 용어가 외교가에서 가장 의미있게 받아들여진 건, 지난 2003년이다.
당시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9/11 사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위한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발언한 2 개월 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기 때문이다.
이후 기회의 창 언급은 전쟁과 같은 강력한 대응 조치의 예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북한 외무성이 언급한 ‘매일 닫히고 있는 기회의 창’은 무슨 의미일까?
일각에서는 ICBM 발사 같은 도발을 추측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쩌면 김정은은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핵보유국으로 우뚝 설 적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대선을 코 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려 있고, 그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며, ‘서프라이즈한 기적’을 바라는 총선을 앞둔 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정권은 누가봐도 유사이래 가장 친북적 정권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있다.
북핵 해결의 방아쇠는 김정은이 쥐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방아쇠는 핵 시설을 파괴하고 비핵화를 이룰 방아쇠일수도 있지만, 자신의 관자놀이 향해 발사되는 총알을 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닫히고 있는 기회의 창 앞에서 갈등해야 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2019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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