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남과 북
북 외무성 미국 국장의 기회의 창 발언 이후 북한 국무위원회 역시 미국을 향해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다.
외무성 순회대사, 김영철, 김계관 등에 이어 북한의 '연말 시한' 발언은 벌써 5번째인데, 국무위원회는 북한의 최고 통치기구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남은 건, 김정은의 직접적인 발언 뿐인데, 북한의 통치 구조 상 김정은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을 향한 압박일 뿐 아니라, 중국을 향한 간절한 구원의 손짓이기도 하지만, 북한 주민과 김정은 추종 세력들을 달래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다.
즉, 연말까지 미국이 반응하지 않으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주민들과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김정은의 입지는 약화되었다는 반증이라고 볼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시한을 정함으로써 자신을 궁지에 몰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연말이 지나도 미국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 주민들과 김정은 추종자들은 김정은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민심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건 지금처럼 단순히 말로 공갈하거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정도로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단호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미 상원은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에 대해 '또 다른 정상 회담은 불필요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미 국무부나 트럼프 대통령도 반응이 없다.
한편,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국내에는 미 국방장관, 합참의장, 인도태평양 사령관 등이 대거 들어와 있다. 미국의 군사 최고 수뇌부들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을 주장한다.
지소미아는 사실 그 자체로는 간단한 협정이다. 즉, 상대국이 군사 정보를 제공할 때 그 정보를 제 3국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이 협정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그러나 그 상징성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태평양은 가장 큰 바다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앞 마당에 해당한다.
지소미아 협정은 서태평양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조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동진을 막고, 중국의 턱 밑에서 중국의 목을 겨냥할 수 있게 하는 기초 협정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지소미아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의미는 미국의 이 같은 전략을 위협하는 것이고, 한미일 동맹을 약화하겠다는 의미이며, 역내 미국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게할 수 있는 악수에 해당한다.
지리적으로 볼 때,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에서 일본은 쿠바에, 한반도는 플로리다와 유사하다. 케네디 시절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할 때 미국은 전쟁을 불사할 각오로 이를 막았다.
반대로 미국은 이미 일본과 한국에 미군을 배치해 두고 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최고 수준이다. 이 동맹들과 힘을 합쳐 패권을 동남아와 인도양까지 펼치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그런데, 한국이 이를 틀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미국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고집하면 미국은 전략을 바꿔야 한다. 그 전략에 배신한 한국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들어 갈 것은 명확해 보인다.
한국 정부도 뒤늦게 지소미아 파기 선언의 파장에 당황하며 체면을 깍이지 않고 이를 번복할 방법을 찾아 분주했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한국 정부의 유일한 방법은 체면 불구, 지소미아 파기 번복 선언을 하는 것 밖에 없다.
그 기한은 열흘도 남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건, 남북이 마찬가지이다.
2019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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