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를 예측하는 방법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면 ‘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매화가 피면 ‘봄이 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찬가지이다.
연어가 돌아오며 가을이 시작할 것이란 걸 알 수 있고, 밤에 개가 짖으면 밤손님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자연 현상과 동물의 반응을 보고 계절을 알거나 무언가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봄은 진달래와 개나리가 폈기 때문에 온 걸까? 가을은 연어가 하천으로 돌아와 올 것이고, 밤손님은 개가 짖어 몰래 월담을 했을까?
그건 아니다. 봄이 되니 봄꽃이 피고, 가을이 되니 연어가 돌아오고, 불청객이 들어오니 개가 짖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혹시 경제 위기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그 가정하에 수 많은 기관과 기업, 연구자들이 이를 연구하며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경기선행지수로 경기의 흐름을 예측한다. 경기선행지수는 대략 향후 3~6 개월 간의 경기 예측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경기선행지수는 생산, 소비, 고용, 투자 등의 8 가지 지표를 토대로 만들어 발표한다.
아래 표를 보면, 경기선행지수와 주가가 어느 정도 연동하여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그래프처럼 후향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볼때는 수긍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오늘 발표된 경기선행지수를 토대로 당장 3개월 혹은 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건지,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건지...
또 다른 그래프를 보면, 미국의 경제 위기와 주요 국가사들이 연대별로 나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88년 저축대부조합 사태로 야기된 주가폭락의 날인 블랙먼데이, 91년 걸프 전쟁, 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98년 러시아 금융위기, 2000년 닷컴 버블, 2001년 9/11 사태와 엔론 파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0년대 유로화 위기, 2014년 유가 하락 등이 표기되어 있다.
이 그래프는 미국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피크를 그린다.
이 그래프를 하이일드 스프레드(High yield spread)라고 한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서 발행한 회사채 즉,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s)의 금리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혹은 투자적격 회사의 채권 금리 차이를 말한다.
경기가 좋으면 신용이 탄탄한 기업은 물론, 신용도가 낮은 회사의 영업 수지도 좋아져 채권 금리가 낮아져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낮아지고, 불황이 닥치면 이런 회사의 영업 실적이 나빠지면서 채권 금리도 올라가 스프레드가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과거력을 보면 과거 불황과 호황이 시기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이를 토대로 위기를 감지할 수도 있다.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장단기 국채 금리 차이를 보는 것이다.
채권은 다른 자산과 달리 가격이 하락하면 금리(수익률)는 오르게 된다. 그건 채권을 발행할 때 미리 채권 가격은 물론 이율을 확정하기 때문이다. 즉, 약정 기간 후 그 채권 가치는 발행할 때 미리 정한다.
만일 만기 5년의 100만원짜리 채권을 발행하면서 이자율을 5%로 정할 경우, 그 채권을 가진 사람은 5년 뒤 105 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채권이 시중에 나오게 되면 거래되는 채권 가격은 변동한다. 즉, 더 싸질 수도 비싸질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이 가격은 채권의 수요과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
그러나 채권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기준 금리이다. 기준 금리보다 만기시 지급하는 채권 이자율이 더 크면 돈을 예금하는 것보다 만기 시 수익이 더 좋으므로 투자자들은 채권을 사게 된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 덩달아 채권 가격도 오르게 된다. 그러나 약정 기한 후 얻는 수익은 동일하므로 수익률은 낮아진다. 이를 채권 금리가 하락한다고 표현한다.
장기 채권의 경우, 이를 구매할 경우, 투자자의 돈이 묶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요는 낮을 수 밖에 없어 장기 채권은 통상 단기 채권에 비해 더 싼 게 일반적이다. 채권 가격이 낮으니 장기 채권의 수익률(금리)는 단기 채권에 비해 더 높다.
즉, 장기 채권은 단기 채권보다 수익률이 좋은 것(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종종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장기 채권에 비해 더 좋은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채권 금리 역전 현상이라고 한다.
미국 역사상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있었던 건, 지난 78년 이래 총 5 번이었는데, 그 때마다 불황이 찾아왔다.
왜 이런 역전 현상이 생길까.
기준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불황이 찾아오면 중앙은행은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
기준 금리를 내리면, 장기 채권일수록 투자가치가 좋아지므로,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을 찾게되고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된다. 채권 가격이 오르니 수익률은 낮아진다.
그래서 단기 채권보다 장기 채권의 수익률 즉, 금리는 더 낮아진다.
이렇게 단기 채권에 비해 장기 채권의 수익률이 더 낮아지는 경우를 채권 금리 역전이라고 하고, 불황이 다가오는 조짐으로 인식된다.
아래 ‘미국 국채 10년과 2년물의 금리 격차’ 표를 보면, 금리 역전 이후 미국 경제 침체기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78년 이후 모두 5번의 금리 역전이 있었는데, 지난 8월 14일 6번째 역전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8월 14일 당시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1.619% 였고,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1.628%로 역전되었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오늘(11월 21일) 자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31%,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1.569%로 장기 국채 금리가 더 높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의 금리 역전은 월가에 큰 충격을 주어 다우존스 주가는 3.05% 하락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와 지수는 그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심지어, 가정의 쓰레기 배출량이나, 소주와 맥주 판매량, 병원 방문 환자 수를 통해 실물 경기를 확인하기도 한다.
또, 불황일수록 여성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거나, 달콤한 것이 더 많이 팔린다는 속설도 있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의 짧은 치마 판매 건수나, 속옷 판매 건수로 경기를 가늠하기도 한다. 이걸 단순히 속설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게, 전 FRB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미국의 기준 금리를 정하기 전에 브래지어 판매 수를 확인했다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가 많다는 건, 그만큼 호황과 불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경기는 사이클을 그리며 호황과 불황 사이를 오간다는 것 뿐이다.
만일 지금 미국 경기가 호황이 분명하다면, 불황이 다가올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겨울이 오고 있다.
2019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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