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수가협상 - 명분도 없고, 실리도 잃고
















수가협상은 공급자(의료계)로 보면, 가을걷이와 비슷하다. 수가협상을 통해 내년도 수가 인상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찔끔찔끔 올려주는 수가 인상이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번 수가 협상에서 의협은 평소 2~3% 인상 했던 수가를 7.5%나 요구를 하고, 게다가 이렇게 4년동안 올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의도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수가 협상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최대집 회장은 수가 협상 최종일을 몇일 앞둔 지난 30일 건정심 탈퇴 선언을 했다.

건보공단이 제시한 수가 인상안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수가 협상은 지속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수가 협상 합의는 결렬되었다.

해마다 수가협상 전, 공단 재정운영위는 내년도 인상분 총액을 정하고 그 안에서 협상하도록 공단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즉, 수가 협상 전에 파이는 이미 결정된 상태이며 그 파이를 의협, 병협, 치협, 한의협 등이 어떻게 나눌 것인가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치협, 한의협이 가져가는 건 얼마되지 않는다. 결국 의협과 병협이 어떻게 나눌 것이냐의 문제이다.)

이번 수가 협상에서 의협이 무리한 요구를 하자, 공단은 의협과의 합의를 포기하고 병협에 수가 인상을 몰아주었다.

병협의 수가 인상율은 해마다 1%대 초반에서 결정되었는데, 내년도 인상분으로 2.1%를 받았고, 재정운영위가 정한 파이 약 9천8백억원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천6백억원을 챙겨가게 되었다.

연평균 수가 인상율은 2%대 초반에 그치지만, 실제 건보재정 지출 증가율은 10%를 상회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연 증가분도 있지만, 수가 인상을 억제해도 어떻게든 재정 지출은 10% 씩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병원이 가져간다는 것이며, 건보 재정의 의료기관 종별 점유율을 보면, 건강보험 초기 전체 재정의 30%를 훨씬 넘게 가져갔던 의원의 점유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의원에서 발생하는 행위가 별로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며, 1차 의료를 담당해야 할 의원이 쇠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수가 협상에서 의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고 또 실제 그래왔다. 왜냐면 이 같은 사실을 정부와 공단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이 의원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협은 의료인 단체이지, 의료기관 단체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의협이 의원을 대표해 수가 협상에 응했는데, 이번 수가 협상에서 수가 협상을 정부와의 기 싸움에 전략적으로 이용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게다가 지난 30일 최대집 회장은 뜸금없이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수가를 결정하게 되는데, 탈퇴를 선언했으니 수가 협상 결렬에 대한 공단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의협이 불참하면 누구도 의협을 대변해 주지 않으며, 수가는 건정심 가입자들의 입맛대로 결정될 것이다.

한 마디로 명분을 따지다가 한 해 농사를 망친 셈이며, 그 피해는 의원에게 돌아간다.

한편, 건정심 탈퇴, 수가협상 불참 등은 2012년에도 있었던 사태이다.

당시 노환규 전회장은 건정심 탈퇴를 선언하고 8개월만에 슬그머니 복귀했다. 당시 수가 인상율은 2.4%에 그쳤으며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의협의 건정심 탈퇴는 누구도 아쉬워하거나 불편함이 없고, 어떤 상징성도 없을 뿐더러 아무런 협상력도 없는 바보 짓이다.

이미 한번 겪어본 당시의 임원들이 지금 의협 지도부에 앉아 같은 바보짓을 또하고 있다.

올해 2.4%나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2018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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