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계, 망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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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비의 역사는 꽤나 깊다.

건강보험이 아니라 의료보험 시대(2000년 이전)에도 특진비라는 이름으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특진비는 의약분업 이후 선택진료비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지속되었다가 정부의 3대 비급여 (선택진료비, 특실료, 간병료) 폐지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폐지되었다.

선택진료비 폐지 논란이 야기되었을 당시, 폐지를 반대하는 의료계 등은 의료전달체계없이 무작정 선택진료비를 폐지할 경우, 대형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폐지를 지지하는 사회시민단체들은 선택진료비가 있었을 때도 특정 병원, 특정 의사에 대한 쏠림 현상은 있었으므로 폐지한다고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러나, 폐지 1/4 분기 만에 5대 대형병원에 대한 쏠림 현상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금방 들통날 잘못된 주장을 한 이들은 사과를 할까, 모른 척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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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7월)부터는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의 2,3 인실에 대한 상급병실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반대로 중소병원이나 의원의 병실료는 그대로 유지돼, 중소병원 입원료가 더 비싸게 된다.

결국, 입원 환자의 경우, 병실료 부담이 적은 종합병원 이상으로 대거 몰리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종합병원은 입원 대기로 몸살을 앓고, 중소병원 등은 경영 악화로 죽을 지경이 될 것이다. 종합병원 입원 대기는 집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응급실로 몰려 응급실 베드를 점거하고 입원될 때 까지 뻗치기하는 것이다.

결국, 진짜 응급환자들은 갈 곳을 잃고 제대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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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수입이 증가한 건, 단지 환자 쏠림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선택진료비 폐지로 인한 수입 감소를 우려한 병원계는 정부에 읍소했고, 정부는 이에 화답해 5천억원에 이르는 각종 지원책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록 선택진료비는 사라졌지만, 몰려오는 환자와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작년 대비 무려 16.8% 증가하는 매출을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병원으로서는 남는 장사를 한 셈인데, 문제는 이게 풍선효과라는 것이다. 즉, 동일한 파이에서 중소병원, 의원이 가져갈 몫을 대형병원이 가져간 것이다.

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점유율*은 건보공단이 지출하는 재정 총액에서 의료기관 종별로 가져가는 비율을 의미)

5대 대형병원은 물론 42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의 점유율은 모두 올랐고, 중소병원과 의원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의원은 점유율 감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왜냐면, 의원의 개체 수(분모)는 계속 늘고 있는데, 건강보험 초기에 비해 점유율(분자)은 현저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며, 이는 각 의원의 매출 감소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레토 법칙을 적용할 경우, 의원 중 20%는 성업중이라고 볼 때, 나머지 60%는 근근히 끌고가고 있고, 나머지 20%는 당장 폐업해야 할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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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경기가 어렵다고 하고, 장사가 안되면 망할 수도 있는거지, 의원 20% (무려 6천개 의원)가 폐업 지경이라고 해서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왜냐면, 의료는 치료재료, 약가, 수가 등이 모두 일방적으로 결정되며 행위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을 하면서 주식이나 다른 짓을 하다가 재산을 탕진했다면 모르나, 당연지정제 하에서 온전히 개업해서 정부 지침에 따라 정부가 정해 준 수가대로 진료했는데 경영난에 허덕인다면 그건 전적으로 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버스도 공영제라고 해서 적자가 나면 손실을 보전해 주는 마당에, 가장 사회주의적 제도인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면서 성실하게 환자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나면, 그건 모두 니 책임이라고 무시한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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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사들의 진짜 문제는 모범생 증후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고매한 척, 괜찮은 척하며 잘못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착각하고, 어렵다 힘들다고 하면 자존심 상하는 줄 알 뿐, 그러는 사이 창자가 썪어가는지도 모르고 낭떠러지로 기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망해도 싸다... 이렇게 말해도 좋을까.



2018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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