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모델로 핵보유국이 된다고?
태영호 공사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지난 2016년 노동당 대회에서 2017년까지 핵무력을 완성하고, 2018년 평화 공세를 펼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평화 공세의 목적은 핵보유이다.
이 핵보유 과정은 인도, 파키스탄 모델을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인도, 파키스탄 모델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먼저 NPT 즉, 핵확산금지조약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이 조약은 핵무기가 무분별하게 제조되거나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69년 유엔에서 체결된 조약이다. 이 조약은 애초 25년간만 유효하기로 결정했다가 1995년 무기한 연장되었다.
이 조약은 이 조약이 체결된 1969년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5개국 즉,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의 핵무기 보유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69년 이후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의 핵보유는 국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조약 이후 핵무기를 개발했거나 개발 시도를 한 나라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남아공, 리비아, 북한 등이 있다.
이 중 남아공은 자진해서 핵개발을 중단했으며, 리비아 역시 국제 제재를 견디지 못해 핵개발을 포기한 후 약 2년에 걸쳐 핵시설 일체를 미국에 넘겼다.
이스라엘은 핵 무기 개발이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무기 개발 실험을 인정했으며 핵보유 역시 인정하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한 2만 개에 달하는 원심분리기를 작동한 바 있으며,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란 스스로는 부정하고 있다.
즉, NPT 체결 이후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간주되는 나라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인데 이들 국가들은 국제 사회가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았고 묵인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 국가들이 핵보유를 묵인받는 이유는 명백하다. 미국의 국익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인도가 핵무장한 사실상 이유는 중국 때문이며, 파키스탄의 핵무장은 인도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때마침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기 때문에 핵무장이 인정될 수 있었다. 즉, 파키스탄은 공산권의 확산을 막아낼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써 핵보유를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파키스탄 모델을 따른다면, 북한의 파키스탄처럼 미국의 적대국의 패권을 막아낼 완충지대여야 하며, 친미 정권이 들어서야 하고, 미국과 동맹관계 있어야 한다.
만일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맺고 친미로 돌아서며, 미국을 위협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면 북한은 핵보유를 잠정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
태 공사의 증언처럼, 어쩌면 이를 위해 (계획대로) 평화 공세를 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이 성립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설령 북한 정권이 친미 정권이 된다고 해도 태생적으로 핵보유국이 될 수 없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이건 바로 북한은 이미 NPT에 가입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유엔 가입국이며, 유엔 가입국 193개국 중 NPT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단 3 개국뿐이다. 바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사실상 핵 보유국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처음부터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소련의 권유에 따라 1985년 NPT에 가입 (즉, 협약 체결)했으며, 1992년 IAEA 사찰에 반발해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다시 NPT에 가입한 후 2003년 제네바 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또 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문제는 1985년 NPT 가입 당시 전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소련으로부터 원전 기술을 이양받았다는 것이다.
즉, 핵 기술을 건네받은 후 NPT를 탈퇴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력이 있는 국가의 핵무장을 인정할 경우, NPT의 효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어느 나라는 핵기술을 이양받고 자기 입맛대로 탈퇴한 후 핵무장을 하였는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핵무장을 용인해준다면, 너도 나도 NPT를 탈퇴한 후 핵무장을 시도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전이 없어지게 된다. 이 경우 핵무장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NPT 가입에 싸인한 바 있는 북한의 핵무장 인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북한이 자기 맘대로 파키스탄 식 핵무장을 하겠다는 건, 헛된 희망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2018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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