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말로















올 들어 북한 기관지 로동신문에는 경제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경제 총력 노선에 대한 기사가 연일 실리고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 김정은 시장 경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일각에서 바라는 바와 같이 김정은이 비핵화와 시장 경제 도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해 보자.


최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군 서열 1~3 위에 해당하는 총정치국장, 인민무력상(국방부 장관), 총참모장 (합참의장)을 경질했다고 한다. 이는 비핵화를 합의할 경우 군 강경파들의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군내 온건파를 기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비핵화는 핵 노선의 포기이며, 김일성, 김정일의 지시를 어기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을 하며 허리 띠를 졸라매 개발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건 군부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김정은이 군사력 증강보다 경제 개발에 힘을 쓰겠다고 하면서 군 최고 서열들을 줄줄이 퇴출시키는 것도 참기 어려운 것이다.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건 단지 군 내부의 저항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어디나 강성 극우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북한에서의 극우는 곧 극좌를 말한다.

즉, 공산주의 이념 나아가 주체사상을 옹립하고 무조건 신봉해왔던 이들은 정체성의 갈등을 빚게 될 것이다.

과거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부르짖으며 개혁 개방에 나섰을 때, 당시 소련 부통령이었던 야나예프와 소련 공산당 보수파들은 쿠테타를 일으켰다. 당시 중공은 고르바초프를 변절자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이들의 쿠테타 즉 8월 혁명은 이틀만에 무위로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김정은의 강력한 통제로 쿠테타와 반대파들의 저항을 무마하고 시장 경제를 도입했다고 해도 혼란은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한라 혈통 (탈북자들의 송금으로 나아진 삶을 영위하는 북한 주민. 김일성 일가의 백두 혈동에 빗대 이들을 이렇게 부른다)과 장마당 경제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미 시장경제 원리를 꿰뚫고 있는 이들과 뒤늦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접하는 이들의 간극은 쉽게 메꾸어지지 않을 것이다.

즉, 소득 양극화는 북한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전개될 것이며, 배급 경제에 익숙했다가 국가 배급이 완전히 끊기면서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게될 이들의 반발은 더욱 더 거세질 것이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 시장주의 경제 체제로 이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집단농장 체제와 배급 경제가 우선인 북한에서 토지의 사유화가 가능해지고 배급이 끊기고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식료품을 전적으로 구입해야할 경우 당분간 극심한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던 모스크바 시민들의 모습을 기억해 보라.








장마당과 중국과의 밀수를 통해 부를 축적한 이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을 끌어 보아 조직화할 것이며, 이들은 머지 않아 사채를 통해 돈을 벌어 들이고, 곡류 등의 매점매석에 나설 것이며, 이들 조직들 간의 세력 다툼도 벌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도 심한 공무원들의 부패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며, 결국 힘없고 돈없는 이들은 끝없이 추락하고 밀려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전국적인 폭동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고난의 시간이 흐르면서 김정은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과 사치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자라날 수 있다. 김정의 호화 생활을 비판한다는 건, 지금 같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자본가들이 출현하고 이들이 권력에 붙어 그 권력자 즉, 김정은과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상대적 발탁감을 느끼고 의식이 깨어나면서 김정은 권력에 대한 저항 의식이 자랄 수 있다.

리비아 혁명도 이렇게 생겼다. 일자리 없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카다피 아들들의 호화로운 생활과 과소비, 지나친 행패에 저항해 리비아 내전이 발생한 것이다.

이들이 카다피를 비참하게 집단 폭행 한 후 총으로 쏴 죽이고, 그 아들들의 손가락을 자르거나 죽인 건 이 때문이다.


카다피 아들 무타심




카다피는 리비아를 40년 넘게 통치했으며, 김일성 일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많은 걸 베풀었다.

김정은이 개혁 개방에 성공하고, 그 이후에도 권좌에 머물고 있다면, 그의 말로는 이렇게 갈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통제하고 억압하고 감시하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깨어나면 북한에도 민주화 물결이 불지 말라는 법이 없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할 것이라는 건 거짓 희망일 뿐이다. 혹여라도 김정은이 ‘내가 북한 주민들이 잘 살게 해 주면 칭송받으며 영원히 권력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결국 그는 살이 디룩디룩 찐 욕심많은 돼지새끼라고 욕 먹게 될 뿐이다.



2018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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