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링거?
















1.

“수액을 맞으면 소변량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수액은 소변량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요즘 XX 대에서는 이렇게 가르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액의 종류와 관계없이 정맥을 통해 수액을 공급해 "순환혈액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소변량이 늘어난다. 특히 나트륨을 포함하지 않는 포도당을 투여하면 체내의 High pressure baroreceptors와 Osmoreceptors가 작동하여 소변량이 더 늘어난다.

이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2.

수액은 대단히 포괄적 의미의 용어인데, 병원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수액은 크게 포도당 (5%, 10%, 50% 등 다양한 농도의 포도당 수액이 있으며 서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 수액과 생리식염수 (0.9% NaCl 이 가장 흔히 쓰이고, 0.45% 도 종종 사용됨)와 하트만 용액이라고 불리는 수액이 있고, 생리식염수와 하트만 용액에 포도당을 섞어 만든 용액이 별도로 있다.

우리가 흔히 링거라고 부르는 건, 하트만 용액(=Ringer's lacatate Solution)을 말한다.

하트만 용액은 생리 식염수보다 약간 적은 농도의 NaCl 과, 포타슘(K), 칼슘(Ca) 과 젖산염(Lactate)이 포함되어 있다.

생리 식염수와 하트만 용액은 전해질 용액(crystalloid solution)이라고 부르며 이 용액들은 체액과 유사한 농도의 삼투압을 가지고 있어 isotonic fluid 라고 한다.
(체액의 삼투압은 약 290mOsm/L, 생리 식염수는 약 300 mOsm/L, 하트만 용액은 273 mOsm/L)

5% 포도당의 경우 그 자체는 체액보다 약간 낮은 270 mOsm/L의 삼투압을 가지나, 정맥 주사 후 포도당이 대사되면 삼투압을 잃게 되므로 crystalloid의 기능이 없다.

즉, 5% 포도당을 빠르게 주입하면 순간적으로 순환 혈액량이 늘어나게 되고, 인체가 갖는 여러가지 receptor와 홀몬, 신경의 작용으로 소변량이 증가해 결과적으로는 순환 혈액량을 오히려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출혈, 탈수 등으로 순환혈액량을 보충해야 할 경우에는 포도당을 쓰지 않으며, 전해질 용액(crystalloid solution) 이나 콜로이드 용액(Colloid solution)을 써야 한다.

링거 (하트만 용액)나 생리식염수와 같은 전해질 용액은 체액과 삼투압이 유사하므로 정맥 주사할 경우 순환혈액량을 늘려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유롭게 혈관 밖으로 이동할 수 있고 소변으로 배출될 수 있어 결국 장시간 순환혈액량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세포 간질에 분포하면서 부종을 유발하고 특히 제대로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폐부종으로 호흡을 악화시키고 심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누구나 그런 건 아니며 해당 환자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콜로이드 용액으로는 알부민, 혈장과 같이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거나 Hetastarch, Pentastarch, Dextran 등과 같이 분자량이 큰 구조물을 갖는 수액이다.

이런 콜로이드 용액을 정맥 주사하면, 혈관 안에 머물면서 삼투압을 발휘하여 혈관 밖의 조직내 체액을 혈관 안으로 끌어들여 순환혈액량을 늘려준다.

따라서, 실혈 등으로 순환혈액량을 보충해야 할 때는 콜로이드 용액을 써야 하며, 전해질 용액과 달리 세포 간질의 체액을 혈관 안으로 끌어당겨 폐부종 등을 제거할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3.

링거 (하트만 용액)가 병원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수술 등으로 혈액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나 실혈로 혈압이 떨어져 급하게 사용해야 할 경우이다. 특히 링거는 그 자체는 약산성을 띠나 체내에서 락테이트가 중탄산염으로 대사되므로 대사성 산증을 교정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대량 출혈이 되는 경우 흔히 대사성 산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마시는 링거'가 정맥용 링거를 대치하려면, 마시고 난 후 소변량이 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며 실제 순환혈액량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늘어났는지를 알아야 한다.

게다가 이온 음료는 물론 맥주를 마셔도 일시적으로 혈액량이 늘어나는 것이 상식인데, 마시는 링거의 효용성에 의문이 있는 건 투여 방법 때문이다.

만일 혈액량을 늘리기 위해 1 리터 혹은 그 이상을 마셔야 한다면, 의식이 없어 자발적으로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경우 아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한꺼번에 많은 양의 액체를 마실 경우 위에 저류되어 있다가 약간의 복부 압박 혹은 구역, 구토 등으로 역류할 경우 기도 흡입에 의한 질식의 우려도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마시는 링거가 의학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맥 주사라는 기존의 방법이 훨씬 안전하고 유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정맥 주사라는 투여 방법이 문제라면, 최근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IO (Intraosseous infusion) 를 국내에서 널리 보급, 개발하는 것이 더 가치있어 보인다. IO 는 실혈 등으로 빠르게 수액을 투여해야할 경우 뼈에 바늘을 꽂아 수액을 공급하는 방법이다.

혈관을 찾으려고 애 쓸 필요 없이 (실혈이나 쇼크로 심정지가 되는 경우 정맥이 납작해져 혈관 찾기가 쉽지 않으며, 특히 앰블런스, 헬기 등에서 이동하면서 혈관찾는 건 더 어렵다) 아래 다리나 어깨 뼈를 대충(!) 찌르고 수액을 주면 되고, 정맥을 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액이나 피를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군에서는 흔히 사용되며, 병원에서도 혈관을 잡기 어려운 소아에서 많이 사용한다.

마시는 링거는 어떻게 설명을 하건 결국 이온 음료의 변형된 형태이다. 여기에 타우린을 섞었다는 걸 보면, 변형된 박카스나 레드불과 같은 에너지 드링크일 뿐이다.

감히 충고컨대, 어줍잖게 사업을 하기보다는 그냥 의업의 길을 걷는 게 나아 보인다.



2018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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