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펙(NOPEC) 법안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는 미국 법 (반독점법)에 따라 OPEC의 석유 증감산 행위를 담합 행위로 규제하는 ‘노펙(NOPEC)’ 법안을 제정한다고 한다.

이 법안은 상하원 모두에서 발의되었고, 조만간 하원에서 표결에 붙여질 예정이며, 입법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펙 법안은 이미 지난 20여년간 수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석유수입국이었던 미국의 이익을 반영해 번번히 불발되었다. 2007년에도 미 의회를 통과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에 이 법안이 통과되면, OPEC의 회원국 중 담합에 가담하는 국가는 제재를 받거나 해당국 인사는 기소될 수 있다. OPEC은 이를 의식한듯 OPCE 회원국에게 ‘유가를 언급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미국이 노펙 법안을 만드는 이유는 명백하다.

OPEC이 생산량 조절을 통해 국제 유가 조작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유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유가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유가 인하는 OPEC 가입국 등 산유국에게 치명타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현재 OPEC에 가입된 산유국은 모두 13 개국인데, 많은 국가들은 정부 재정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며, 내년도 유가 전망에 기초해 국가 예산을 짠다.

2015년의 경우, 사우디는 배럴당 106 달러, 이란은 130 달러, 이라크는 100 달러, OPEC 가입국은 아니지만, 러시아는 110 달러/배럴을 기준으로 국가 예산을 짰다. 올해의 경우도 사우디는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야 재정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그런데 2015년 당시 OPEC은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를 고사시킬 목적으로 유가 인가를 감행해 배럴당 100불이 넘었던 유가가 60~70달러 선에 머물렀고, 그 결과 재정 여력이 있는 러시아, 사우디 등은 그나마 견딜 수 있었지만, 국가 예산 대부분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주엘라, 나아지리아 등은 유가 하락의 충격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미국의 노펙 법안에 대해 산유국들은 크게 반발할 수 밖에 없다. 노펙 법안은 사실상 담합에 의한 유가 인상을 규제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놓고 반발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한 미국의 셰일 가스 업체들을 고사시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OPEC 회원국이 다시 우월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이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된 것은 물론 에너지 수출국이 될 수 있었던 건 셰일 가스 덕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년 전까지석유를 전략자산으로 분류해 대외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셰일 가스 생산시 만들어지는 부산물인 콘덴세이트의 양이 급증하고 이를 처리하기 곤란해지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 수출을 허가했다. 지금은 천연액화가스 등도 수출하고 있다.)

그럼, 유가를 하락시키면 미국 셰일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까?

사실 미국의 셰일 가스 업계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유가가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이다.

셰일 가스와 셰일에서 나오는 타이트 오일은 생산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전통적 Crude oil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셰일 가스 역시 덩달아 수익성이 생기게 되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통상, 셰일 가스/타이트 오일의 생산 단가는 배럴당 70~90 달러로 추정하므로, 유가가 이 가격 밑으로 떨어질 경우 생산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셰일 가스는 초기 투자비용이 커서 그렇지 토지를 확보하고 초기 투자비용을 뺀 실제 생산 단가는 40달러 미만이기 때문이다. 즉, 유가가 40달러만 넘기면 수익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OPED 가입 산유국들이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40달러미만으로 유가를 떨굴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셰일 생산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전에 OPEC 회원국들이 파산할 수도 있다. 이미 지난 2015년경 유사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OPEC이 노펙 법안에 대응할 뾰족한 방법은 없을 수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이 OPEC을 해체하고, 비 OPEC 산유국을 망라하는 새로운 국제 산유국 기구를 만들려 한다는 관측도 하고 있다.

결국, 유가 하락을 유도해, 미국 중산층의 마음을 잡고, 이란 등 중동 산유국의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마찬가지로 석유, LNG 생산으로 국가 재정을 충당하고 있는 러시아의 발목을 잡고, 유럽의 대미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고, 새로운 국제 기구를 만들어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는 것.

이게 노펙 법안을 추진하는 미 의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Pax Americana의 시대이다.




2019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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