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 흉곽성형술 (Thoracoplasty)












근래에는 보기 드문 가슴 사진을 가진 환자가 왔다.

사진에서 보면, 우측 폐는 절제되어 없고, 흉곽은 함몰되어 있다.

즉, 우 전폐절제술(Rt. Pneumonectomy)과 흉곽성형술 (Thoracoplasty)을 시행한 건데, 통칭 Collapse therapy 라고도 한다.


이런 수술은 최근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수술은 20세기 초반부터, 국내의 경우 80년 대 전까지 주로 결핵병원 등에서 시행되었던 수술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내성을 갖는 결핵에 딱히 쓸만한 치료법이 없을 때 우격다짐(?)으로 이런 수술을 했다.

결핵 환자에게 이루어지는, 그러나 최근에는 보기 어려운 또 다른 수술은 이른바 OTD (Open thoracotomy drainage)라는 건데, 이건 결핵에 의해 생긴 만성 농흉 환자 중에서, 늑막박피술(Decortication)을 하기 어려운 경우 궁여지책으로 하게 되는 수술이다.

대개 이런 환자는 결핵과 늑막염 등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농흉이 생기고, 흉관 삽관을 통해 배농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름이 나오거나 재발하는 경우 대개 늑막이 두꺼워지는데, 이 비후된 늑막을 통으로 벗겨내는 수술이다.

결핵 환자의 폐는 심하게 유착되기 때문에 늑막박피술은 출혈이 심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이고 수술 후 또 다시 농흉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폐기능 약화로 장시간 수술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되면 가슴에 손바닥 2/3 크기로 가슴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지속적으로 드레싱을 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서너개의 늑골을 잘라내고, 피부를 안으로 감아 영구히 가슴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받고 밭에서 김을 매는 할머니도 있었고, 개인 사업을 하며 남들처럼 일상 생활을 하는 환자도 있었다. 물론 농이 흘러내리지 않게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내 경우, 96년 경을 끝으로 이런 수술을 더 이상 해 본 적이 없다.

결핵이 무서운 건, 결핵균이 조직을 녹여내린다는 것이다.

결핵균이 증식하면 조직을 마치 불에 녹은 치즈처럼 녹여내고, 우리 몸의 면역계는 결핵균을 잡기위해 각종 면역 세포를 총동원하고 섬유화하여 결핵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폐의 경우, 치즈처럼 녹은 조직이 기침을 통해 배출되면 폐에 빈 공간이 생기고, 운 나쁘게 결핵균이 먹은 조직이 혈관이면 각혈을 하게 된다. 이 빈 공간에 곰팡이가 자라 솜뭉치같은 Fungus ball을 만들기도 한다.

결핵의 특징적인 조직 슬라이드를 Tb granuloma 라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치즈처럼 녹은 조직(Caseation necrosis), 이 녹은 조직 주위를 울타리치듯 빽빽하게 둘러 싼 조직구 (Palisading Histiocyte), 항공 모함처럼 여러 개의 핵을 가진 거대 대식 세포(Multi-nucleus Giant cell) 를 볼 수 있다.

물론 조직 슬라이드만 보고는 알 수 없지만, 그 밖에도 여러 형태의 대식세포(macrophage)와 T-cell , B-cell 들이 모여 있을 것이다.

이 면역의 결과는 바로 섬유화(Fibrosis)이다. 이 섬유화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므로 앓고 지나간 폐결핵은 평생 흔적으로 남는다. 드물게는 이 섬유화의 결과 림프 액을 따라 흐르는 발암물질들이 필터처럼 걸러져 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핵이 계속 진행되면, 건락화된 치즈가 떨어져나가 생긴 cavity formation 과 fibrosis 가 계속 반복되면서 결국 폐의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남아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폐결핵의 End stage 를 Destroyed Lung 이라고 부른다.

결핵은 지금도 고질병이긴 하지만, 새로 발견된 결핵 환자에게는 '반드시 낫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반드시 낫는 병이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절대 약을 중단하지 마라." 고 반복해 말해 준다.

또 발견되었을 때의 상태에 따라 약의 복용 기간을 충분히 잡는다.

개인적으로 6개월 요법은 믿지 않는다. 최소 10 개월 복용을 권한다. 왜냐면 6개월 요법을 썼다가 재발되고, 그래서 더 고생하는 경우는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지금도 치료가 쉽지 않지만, 화학요법이 미진했던 20세기 초에 의사들은 당시의 약으로는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환자들을 수술로 치료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안해 시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케이스와 같은 Collapse therapy 이다.

원리는 전형적인 호기성 균인 결핵균에게 산소 공급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기흉을 만들어 폐를 collapse 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흉곽성형술을 통해 흉곽을 함몰시켜 폐로 들어오는 공기를 차단시킨 것이다.

이 환자는 35년전에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 환자는 그 덕에 35년을 더 생존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건강하게 사실 것 같다.


2019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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