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왜 김정은을 다시 만나려고 할까? (하노이 회담에 앞서)











미국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선정한 건, 누가봐도 명백한 메시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베트남은 한국전쟁 이후에 미국과 치열한 전쟁을 벌인 상대국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베트남은 종전 20 년만에 국교를 수립했고 지금 베트남은 친미 국가이다. (75년 베트남전 종전, 95년 국교정상화)

둘째, 중국은 베트남과 국경 분쟁, 베트남의 소련 지지, 캄보디아와의 전쟁 끝에 친 베트남 정부 수립 등등을 이유 삼아, 79년 베트남을 침공했고, 베트남은 중공군과 전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중국은 '목적을 달성했다'며 허무하게 철군했지만, 사실상 중국은 어떤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베트남에게 진 전쟁을 한 것이다.

즉, 베트남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중국을 모시고 사는 나라가 아니며, 중국과 대립해도 잘 살 수 있으며, 베트남을 모델로 삼아 북한도 중국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직간접으로 던진 메시지는 명쾌하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설 경우, 경제 대국이 되도록 해 주겠다. 단, 비핵화가 전제조건이다'라는 것이다.

일견, 이 제안은 그럴듯해 보이고, 사실일수도 있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미국의 견제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의 무역규제를 피해 많은 공장들의 탈 중국 러시를 이루고 있으며, 그 덕에 베트남 등의 국가들이 반사 이익을 얻었다. 그 대열에 북한도 가담할 수 있다는 것이 메시지의 늬앙스이다.

그렇다면, 즉 만일 비핵화가 미국의 유일한 요구 조건이라면, 북한의 또 다른 문제는 눈 감아주겠다는 걸까?

즉, 일당독재, 일인독재에 의한 인권 탄압, 정치 사찰, 언론 탄압과 같은 반 민주적이며, 글로벌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북한의 현실은 외면하겠다는 것일까?

우리는 이 점에 의문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만일 미국의 제안을 김정은이 받아들이고, 그래서 비핵화를 실현하고, 서방의 자본을 대거 투자받아 지금의 중국처럼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북한 주민들이 여기에 종사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 보자.

주민들의 생활 수준은 나아지고, 복지 수준도 향상되며 자연스레 국내외 소식을 더 접하게 되고, 해외 상황을 알게되면서 자신의 여건과 남한 및 해외 다른 국가들의 여건을 비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고 그 불만이 누적되면 김정은 독재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되고 내부로부터 민주화 열망에 들끓을 수도 있다.

이건, 산업화를 겪은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보여지는 공통된 현상이며, 아무리 압제한다고 한들 이런 불만과 욕구를 무작정 무한정 억누를 수는 없다.

즉, 개혁개방에 의한 산업화는 단지 주민의 복지 향상에만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된다.

김정은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북한을 경제대국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미국의 감언은 결코 달가운 제안일 수 없다.

왜냐면, 김정은 일당의 관심사는 자신들의 안위와 체제 유지일 뿐, 경제 대국, 북한 주민의 복지 향상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2월 말에 미북 대화가 이루어진들 무슨 결론이 내려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달콤한 제안을 할 것이고, 김정은은 우리의 예측과는 달리 그 제안을 수용할 것이다.

제안을 수용한다고?

분명히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체제 불안으로 연결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제안을 수용한다고?

만일, 김정은이 미국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첫째, 김정은이 대놓고 제안를 거부하면, 미국은 다른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밖에 없다.

다른 옵션이란 해상 봉쇄를 포함하는 더 강력한 제재가 될 수 있으며, 전력 전개 등 군사적 행동일 수도 있다.

둘째,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이 경제 대국으로 나갈 수 있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은 어떤 경로로든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게 되며, 특히 북한 부유층은 더 빨리 이 사실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이미 북은 마치 외환위기를 맞는 97년 한국처럼 대북 제재에 의한 경제 위기로 각종 사회적 부작용이 만연하고 있다. 애초부터 가진 것이 없던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의 반복이겠지만, 장마당 경제나 외화벌이 등으로 부를 축적한 부유층들의 몰락은 커다란 불만으로 쌓여 있다.

이들중 상당 수는 김정은 체제의 유지나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보다 자신의 안위와 자신의 부가 더 소중할 수 있다. 이들 계층은 만일 미국이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고 경제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해 준다면, 가장 먼저 더 큰 진짜 부를 누릴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지키려고 이 기회를 대놓고 거절했다?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불만은 전염병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퍼져 나갈 것이다.

이 역시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따라서 김정은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하며 시간을 끌 것이다.

그러나 이것 뿐이 아니다.

김정은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식량과 석유 등이 필요하다. 때문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며 이를 구걸할 것이다.

만일 북한이 비핵화하겠다며 식량과 석유 등의 원조를 요구하면 미국은 이를 들어줄 수 있을까?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있지 않다. 미 의회에 있다. 대북제재법 때문이다. 미 행정부가 북한의 원조 요구를 수용해도 의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해 줄 수 없다.

결국 여론과 의회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갑론을박하며 혼란해 질 것이며, 트럼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거셀 것이다.

그럼, 이런 시나리오를 미국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까?

결코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이미 짜고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명색이 거래의 달인이다.

그런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려고 할까?
만나서 얻어지는 이득은 무엇일까?

그 답은, 이 허접한 시나리오 속에 이미 담겨있다고 본다.



2019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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