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개발 혁신의 비밀










북한이 2017년 이래 화성 12호와 같은 IRBM, 화성 14, 15 호 같은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미사일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8년에는 미국의 제재와 평화 무드로 더 이상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으나, 불과 한 달 여 사이에 두 차례의 미사일 엔진을 시험하며 더 진보된 미사일 개발 기술을 자랑했다.

불과 2,3 년 사이에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의 정보기관과 언론들이 이 같은 의문 아래 북한 미사일 개발 혁신의 비밀을 캐왔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으나, 3 가지를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로켓 엔지니어들을 대거 고용하거나 기술 협조 아래 로켓 기술을 전파받았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대한 몇 가지 증거가 있다.

2017년 CNN은 북한 스파이 2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관련 기술을 훔치려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고,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는 보도를 냈다. 이 스파이 행위는 2011년에 있었던 것이며, 우크라이나 미사일 기술자의 협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북한 스파이들은 우크라이나 미사일 개발 기술자를 매수해, 로켓 도면을 촬영하다가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던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현장에서 북한 스파이를 검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촬영 중 검거해, 정보는 유출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 미국 물리학자이며, 미 국방부의 전략 핵기술 분야 고문이었던 Gerald E. Marsh 는 자신이 쓴 'Crossing The Red Line: The Nuclear Option' 에서, 러시아 기술자들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을 위해 북한으로 가려고 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 책에 의하면, 1992년 32 명의 러시아 미사일 기술자들이 탄도 미사일 개발을 돕기 위해 북한에 가려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경찰에 의해 제지되었다는 것이다. 이 기술자들은 대부분은 SLBM과 스커드 미사일과 같은 전술 미사일 개발에 종사하던 이들이었다.

또, 1993년에도 모스크바에 거주하던 북한 사람 남개옥(Nam Gae-wok)의 주도 하에 많은 수의 러시아 미사일 전문가들의 고용이 시도되었다고 러시아 정보 기관이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시도는 모두 94년 1차 북핵 위기 이전의 일이며, 당시에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는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던 시기이다. 이런 시도는 북한이 핵 농축 뿐 아니라 핵 미사일 개발을 그 때부터 시작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번의 시도는 불발로 끝났지만, 그 이후에도 같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란 기술자들도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협력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또,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은 러시아 기술로 우크라이나가 생산하는 RD-250 엔진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기술자들의 협조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두번째 가설은 엔진을 그대로 반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왜냐면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기술 협조가 있었다고 해도, 북한이 불과 2년여만에 백두산 엔진을 자체 생산했다는 건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켓 엔진은 구조가 복잡해, 아무리 외국 기술자들의 도움이 있어도 설계도면과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각 부품을 제조, 생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RD-250 Engine






때문에, 북한이 암시장에서 우크라이나 로켓 엔진을 몰래 구매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는데,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사실일 수 있다.

2017년, 주로 미국 의회와 백악관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등을 다루는 전문 매체인 The Hill 은 '유럽 은행이 북한 미사일 기술 진보의 열쇠이다'라는 제하의 탐사 보도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기사에는, '북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엔진은 RD-250이 아니라 업데이트된 RD-251이며, 2016년 20~40 개의 엔진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진술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진술을 한 자는 한국 정보기관 소속인데, 그는 '미사일 탄두 개발은 중국,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이 돕고 있지만, 엔진은 러시아에서 온 것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는 좀 더 명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의 증거를 뒷바침하는 증언도 있다. 우크라이나 군과 정보기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인으로 가장한 러시아 인이 엔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국가 안보의 전력이 있는 한 우크라이나 야당 정치인은 '나는 페트로 포로센코(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가 수 많은 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에 엔진을 제공한 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북한 미사일 엔진이 우크라이나에서 건너 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한편으론 북한의 ICBM 개발 책임을 면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보인다.

세번째 가설은 위 두 가지 가설을 합친 것이다.

즉, 북한이 우크라이나 혹은 러시아로부터 엔진 기술과 도면을 지원받는 동시에, 로켓 엔진도 제공받은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게 가장 타당해 보이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북한이 RD-250 도면을 보고 직접 이를 제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RD-250 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노즐은 나눠 달아 쏘기도 하고, 최근에는 RD-250을 묶어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RD-250 엔진 전문가의 조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로켓 엔진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서는 역시 이들 전문가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약 20~40개의 RD-250 (혹은 251) 엔진을 제공받았고, 아직 엔진을 자체 생산할 수 없어, 이게 북한이 가진 ICBM에 쓸 수 있는 엔진의 전부라면, 북한이 만들 수 있는 ICBM의 개수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화성 12호에는 RD-250과 달리 하나의 노즐 (엔진 챔버)를 가지며, 화성 14와 15 호에는 RD-250 엔진이 그대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에 시험한 엔진은 RD-250 두개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더 많은 엔진을 쓰는 이유는 더 무거운 중량의 탄두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이다.

즉, 북한에서 미국 본토로 핵탄두를 날려보내려면, RD-250 엔진을 두개 결합한 ICBM을 써야 하며, 이 경우 북한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ICBM의 갯수는 최대 8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미 발사해 소모한 엔진을 빼면)

만일 북한이 미국에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RD-250 엔진 두개를 묶은 탄도 미사일을 쏜다면, 북한이 가용할 수 있는 엔진의 수는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단 한 개의 ICBM도 위험하며, RD-250 엔진을 쓰지 않는 다른 미사일, 특히 지난 5월 시험 발사한 북한 이스칸다르 미사일이나 SLBM도 위협적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재래식 무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ICBM이 가장 위험한 무기이며, 만일 북한이 아직 엔진을 자체 개발할 수 없다면, 엔진을 자체 개발할 시간을 벌어줘서는 안된다고 판단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9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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