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100만명 vs 3천만~1억명








지난 달 출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 ‘트럼프의 백악관 속에서(Inside the Trump’s White House)‘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북한과의) 국경 바로 옆 서울에는 3000만 명이 산다.'
'오바마 대통령이 더 집권했다면 정말 전쟁을 했을 거라 믿는다. 3000만~1억 명이 죽었을 것이다.'


94년 1차 북핵 위기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발생했다.

클린턴은 퇴임 후 자서전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1994년 3월 하순 북한의 심각한 핵위기가 시작됐다. 나는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결심했다.'

94년 6월 13일 북한이 IAEA를 탈퇴하자, 클린턴 행정부는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6월 16일 작계 5027에 따라 한반도 인근에 전력 증강을 결정했다. 미국은 4개 항공모함 전대와 45만명의 미군을 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한미연합사에는 작계 5027 만 있었다. 애초의 작계 5027은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전면전에 대한 작전계획으로, 북한의 침공이 발발하면 후퇴후 방어선을 치고, 전력 증강을 기다린 후 북괴를 38선 이북으로 다시 밀어 올린다는 방어 개념의 작전이었다.

74년에는 남침시 개성까지 점령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고, 94년 5월에는 한미 해병대를 원산에 상륙시키는 계획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IAEA 탈퇴 직후인 6월 14일, 미국 정부는 사실 오시라크 옵션을 먼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시라크'는 프랑스가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에 건설하던 원자로 이름이다.

이라크의 핵무장을 우려한 이스라엘은 1981년 바빌론 작전(Operation Babylon)을 전개하여 전투기를 동원해 건설 중이던 오시라크 원자로를 파괴하였다. 오시라크 옵션은 이 공습에서 명칭을 인용한 것이다.


이스라엘 공급으로 파괴된 오시라크 원전

공급 경로



오시라크 옵션은 이를테면, 선제적 선별 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전은 후에 작계 5026(OPLAN 5026)으로 진화하였다.

오시라크 옵션을 실행하려면 두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했다.

하나는 작계 5027에 따라 한반도 인근에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주한 미국 시민권자들의 소개 작전 즉, (NEO.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였다. 둘다 시간이 필요했다.

만일 미국 시민을 소개하거나 전력 증강을 하면, 북한이 먼저 남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지미 카터가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방북 용의를 밝혔다. 당시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미 카터 대통령의 방북을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 클린턴은 방북을 묵인했고, 후에 자신의 자서전에 그 이유를 이렇게 썼다.

'나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양측이 입을 막대한 피해 규모에 관해 정신이 번쩍 드는 보고를 받았었다'

그 '막대한 피해'는 100 만명의 희생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그 핑계를 구실삼아 화근을 키웠다.

아무튼, 클린턴은 전쟁 발발시 100만명, 트럼프 대통령은 3천만~1억명의 희생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1 차 북핵 위기 당시의 미국 대통령과 현재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희생자의 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94년 당시에는 재래식 무기의 공격에 의한 사망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3천만~1억은 무슨 의미일까?

남북한 국민을 다 합쳐봐야 7천5백만명 수준이다.

즉, 이 수는 남북한은 물론, 미군, 일본 자위대나 국민 그리고, 중국인의 희생을 포함한 것으로 보여진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선제타격(작계 5026)을 해도 국지전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수가 사망한다는 건, 북한이 남한 혹은 일본에 핵을 쏠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미는, 미군이 한반도 일대에 막대한 전력을 배치하고, 시리아, 이라크 전에서처럼 토마호크 미사일을 수백발 동시에 날리고 수백대의 전투기가 선제 타격을 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북한이 반격할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아무리 미국의 군사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일거에 모든 핵무기, 생화학무기, 미사일, 장사정포 등을 제압할 수는 없다는 고백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나는 트럼프의 자서전에 씌여진 말은 대단히 전략적인 것으로 본다. 이 예민한 시기에 그의 속내를 모두 털어놓을 바보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3천만~1억명의 희생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전제를 살펴야 한다. 이 말의 전제는 '오바마가 더 집권했다면...'이다.

이 말은 오바마는 무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쏘고 난리 부르스를 쳐서 막대한 희생이 있을 것이라는 돌려까기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떨까?

클린턴 처럼 제 풀에 질려, 칼집에서 칼을 꺼내지도 못한 체 질질 끌려다닐까?
오바마 처럼 무능해, '전략적 인내'민 외치고 말까?

그래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말까?

생각해 보라.

김정은이 평화로운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상상 속의 순진한 바램일 뿐이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 뿐이다.



2019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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