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상 전망과 미국의 구세주 행세를 하는 사우디 왕세자







- 2016년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 기름 200억 배럴, 천연가스 16조 입방피트, 액체 천연가스 16억 배럴
- 2017년 7월 멕시코 20억 배럴
- 2018년 6월 가이아나 32억~50억 배럴
- 2018년 12월 미국 텍사스 울프캠프 셰일층 기름 463억 배럴, 천연가스 281조 입방 피트, 액체 천연가스 200억 배럴
- 2019년 3월 중국 쓰촨성 셰일가스 1천247억입방미터
- 2019년 11월 이란 530억 배럴
- 2019년 11월 UAE 70억 배럴
- 2019년 12월 멕시코 5억 배럴

위 리스트는 최근 몇 년간 새로 발견된 석유 매장량이다.

석유에는 유정(oil well)에서 생산되는 전통적 오일 (conventional oil)과 그 외의 것들에서 만들어지는 비전통적 오일 (unconventional oil)이 있는데, 비전통적 오일에 속하는 것은 셰일 가스(Shale gas), 타이트 오일(Tight oil), 콘덴세이트(Condensate)와 오일 샌드(Oil sand)에서 생산되는 기름이 있으며, 그 외에도 석탄이나 천연가스로 만들어지는 오일 (CTL, GTL),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s)등이 있다.

셰일 가스는 셰일 층을 크래킹 (수압파쇄) 하여 얻어지는 천연가스를 말하며, 타이트 오일은 이때 회수되는 kerogen 을 열처리해서 얻어지는 기름이다. 또 콘덴세이트는 지하에서는 가스의 형태로 존재하다 지상으로 끌어올릴 때 액체로 바뀌는 초경질유를 말한다.




위 리스트 중 2016년과 2018년 미국 텍사스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는 모두 비전통적 오일을 말한다.

한편, 내년에는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 배경은 위와 같은 새로운 석유의 발견에 고무되기 때문만이 아니다.

내년부터 기존 원유 생산국인 노르웨이, 캐나다, 브라질의 새로운 유전에서 석유를 추가 생산하기 시작하고, 특히 2018년 로또를 맞은 가이아나의 유정에서 하루 15만 배럴, 최고 75만 배럴을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가이아나 공화국 위치



게다가 미국은 계속 늘어나는 셰일 가스를 위해 새로 송유권을 가동하면서 미국의 원유 수출량도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모건 스탠리는 불과 한 달 전, 내년 유가가 배럴당 45 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긴 어렵다.

지난 6일,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회원 산유국 (이른바 OPEC +) 들은 빈에서 회의를 열어 내년 3월까지 하루 생산량을 17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OPEC 생산량은 하루 약 3천만 배럴이다.

OPEC 에서 감산안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자, 회의가 개최되기도 전에 유가는 올랐다.

생산 감산을 주도한 것은 사우디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가 생산량을 줄이자고 하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즉, 아람코 상장에 따라 주가를 띄우기 위해서이다.

아람코는 지난 12월 11일 사우디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종가 기준 아람코의 기업 가치는 1조8800 억 달러를 기록하며, 현존 최고가 기업인 애플(1조 3천억 달러)을 가뿐히 넘어서며, 세계 최고가 기업이 되었다.

아람코는 전체 지분의 1.5%를 상장해 256 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건 애초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기대한 것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다. 애초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 달러로 보고, 5%를 매각해 1천억 달러를 조달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빈 살만은 감산을 통해 유가와 아람코 주가를 더 끌어올리려고 한다.

빈 살만은 언론에 '이번 OPEC의 감산 결정은 미국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게 무슨 말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전부터 일관적으로 유가 인하를 주장하며, OPEC을 비난해왔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오르는 건, 미국 서민층에게 치명적이고, 선거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놀리는 걸까?

빈 살만의 발언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2008년 유가는 배럴당 160 달러로 치솟았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자, 미국에서는 비전통적 오일, 즉 셰일 가스 생산이 늘어났다.

90년대 말 개발된 수평시추법, 수압 파쇄법 등 셰일 가스 생산의 새로운 기술과 높은 유가 덕분이다. 당시 셰일 가스 생산 단가는 업체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대략 배럴당 40~90 달러이므로, 셰일 가스 개발은 유망 사업이 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투자처를 잃은 미국 자본가들은 셰일 가스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덕분에 미국의 셰일 가스와 타이트 오일, 콘덴세이트의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에너지 주도권을 빼앗길 것으로 생각된 사우디 등 OPEC은 미국의 셰일 가스 업체를 고사시킬 목적으로 OPEC 회원국의 생산량 유지를 선언해, 유가는 급격히 떨어졌다.

2014년 1월 104 달러를 넘어섰던 WTI 는 1년만에 50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고, 2017년 11월 부터 약 1년간, 2019년 2월부터 약 3개월간 60 달러를 넘어선 것 외에는 계속 60 달러 미만을 유지했으며, 2016년 1월에는 33 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자본가들의 투자를 바탕으로 셰일 가스 개발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유가를 인하하면서 곤혹을 치룬 건 오히려 OPEC 회원국과 러시아와 같은 비 OPEC 산유국이었다.

왜냐면 산유국 대부분은 석유 수출로 국가 재정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예산을 짤 때, 다음 년도 추정 유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러시아는 배럴당 110 불 기준으로 예산을 짰는데, 유가가 절반으로 떨어지자, 심각한 재정 적자에 빠지며 국가부도 위기설까지 돌았다.

러시아 뿐 아니다. 베네주엘라와 나이지리아도 직격탄을 맞았고, 리비아 (재정 기준 184 달러), 이란 (130.75 달러), 알제리 (130.5달러), 이라크 (100.6 달러) 등도 재정 적자를 봤다.

싸움을 시작한 사우디 역시 2015년 예산 기준이 배럴당 106달러였으므로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 위기가 도래했지만, 외환보유고로 버텼다.

결국 저유가 정책으로 셰일 업체들을 고사시켜 석유 주도권을 갖겠다는 사우디의 계획은 옳았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미국의 금융 자본들은 에너지 생산에 올인해 셰일 업체들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셰일 가스 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셰일 가스 생산 단가는 점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셰일 업체들의 생산 단가가 40~90달러로 격차가 큰 건, 초기 투입되는 토지 구입비, 기계 설비비의 격차가 크기 때문인데, 일단 인프라가 구축되면 생산 단가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셰일 업체들의 평균 배럴당 생산 단가는 약 37달러로 추정한다.




결국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이룬 것을 넘어서 수출국이 되었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으며, 중동에서 서서히 손을 떼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내 셰일 업체들이 모두 행복한 건 아니다.

2018년 28건이었던 셰일 업체의 파산 신청은 2019년 3분기까지 33건으로 늘어났다. 채굴기는 올초 877 개에서 660 대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가 조사한 주요 29개 셰일 업체는 지난 10년 동안 모두 1,120억 달러 적자를 봤다.

미국 금융계는 막대한 자금을 셰일 산업에 투자했으나 이익을 보지 못했고, 더 이상 셰일 업체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결국, 낮은 유가가 유지될 경우, 이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채굴기 가동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OPEC 회의에서는 미국 셰일 업체가 견디지 못하고 몰락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고 한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발언 즉, '미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말은 유가를 끌어올려 셰일 업체들의 고사를 막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발언이 진실로 그 같은 의미만 담고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빈 살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셰일 업계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왜냐면, 미국의 셰일 업계는 이미 한 차례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2015∼2016년 미국 10대 셰일 업체를 포함한 업체 114개가 저유가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한 바 있다.

이 10대 업체 중 8개가 2017년 회생했고, 지금은 재 상장하고 흑자를 내는 곳도 있다. 이들은 이 사태 이후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당장 큰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포기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물론, OPEC의 감산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의지와 무관하게 미국의 셰일 업체에 좋은 소식이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자가용 운전자들에게 유가 인상은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석유 제품 수출에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석유 화학 산업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자 수출 효자 종목이다. 유가가 오르면 이들 산업의 수익성도 덩달아 커진다.


2019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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