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시위 현상과 그 배경








홍콩 시위는 3월 말부터 시작해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홍콩 시위의 발단과 전개는 잘 알려지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곳은 홍콩 뿐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이란에서 발생한 시위로 1천명 이상 사망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지난 2009년에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2017년말부터 2018년까지 또 한 차례 전국적인 시위가 지속되었다.






2009년 시위는 민주화 (정치적 자유)가 이슈였으며,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2018년 시위는 소도시 및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발생해 이란 지도자 즉,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니의 퇴진을 외치며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이유는 유가 인상 때문이었다.

이란 정부가 11월 15일 기습적으로 리터당 약 100원인 유가를 150원으로 올렸기 (보조금 삭감)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이란 국민들은 즉각 전국적인 시위를 전개했다.

이라크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이라크 국민들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이라크 총리 퇴진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빈곤과 실업 때문이다. 이란에서도 수백명이 사망했고, 수만명이 다쳤다.

레바논에서도 10월부터 반정부 정권 퇴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레바논 시위를 촉발시킨 건, 레바논 국민들이 널리 쓰는 왓츠앱 사용자들에게 하루 230원의 세금을 물린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레바논 국민들은 경제 위기에 더해 시리아 사퇴로 몰려든 150만명의 시리아 난민 등에 불만을 품고 있다 폭발하면서 정권 퇴진을 위해 시위를 했다.

정부의 강압적 진압으로 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고, 결국 10월 말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퇴했지만 여전히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또 심각한 시위가 있었던 곳은 바로 칠레이다.

지난 10월 칠레 정부는 출퇴근 시간대 기준 800페소(약 1,320원)인 지하철 요금을 830페소(약 1,370원)으로 인상했다. 50원 정도 오른 셈이다. (칠레는 출퇴근 시간대 요금이 더 비싸다)

겨우 30페소 오른 것 때문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하철 요금 인상을 방아쇠였을 뿐, 칠레 국민들의 불만은 누적되었던 것이다.

칠레 국민의 빈부 격차는 매우 극심하다. 국민의 상위 1% 가 부의 26%를 소유하고, 하위 50%가 2.1%를 나눠갖는 구조이다.

근로자의 절반은 월 소득이 40만 페소(약 66만원)에 불과한데, 지하철 요금은 우리나라보다 비슷해, 이들은 소득의 30%를 교통 요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위주로 시위가 시작되었으나, '요금 인상을 번복할 수 없다'는 교통 장관의 대응과 국민들이 거리에서 시위하는 가운데 고급 식당에서 느긋하게 저녁을 먹는 대통령의 사진이 공개되자 폭발했다.

10월 14일 시작된 시위와 정부의 진압은 날이 갈수록 과격해져 시가전 양상을 띄면서 19일부터는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11월 개최 예정인 APEC도 취소되었다.

그외에도, 이집트(정부 부패),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구속), 볼리비아(대통령 연임반대), 에콰도르(연료보조금 폐지 및 휘발류 가격 인상), 수단(대통령 퇴진) 등등에서 시위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유례없이 전세계 각국에서 다발적인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이같은 시위에 대한 분석도 분분하다.

타임즈 등은 이들 시위의 특징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럴까?

이들 국가들의 시위의 공통 분모를 생각해 보자.

1. 시위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시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건 이미 지난 2010년 경 아랍의 봄 사태 당시 밝혀진 사실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스마트 폰 사용자나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절대적 숫자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적지만, 인구대비 사용자율은 매우 높으며, 당시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이 정권 교체 공로가 가장 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소셜 미디어는 은밀히 시위 장소와 시간이나, 시위 상황을 전파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칠레, 바르셀로나 등에서는 홍콩 시위를 소셜 미디어로 전파하며 '우리도 홍콩처럼 시위하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2. 시위의 원인


2010년 아랍의 봄 시위 사태를 촉발한 건, 튀니지에서 분신 자살한 한 노점상이었는데,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는 노점을 하지 못하게 막은 정부에 대한 항거였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높은 청년 실업율이 있었다. 이 시위는 경제적 불만과 정부의 무능과 부패, 독재 정권 타도로 이어졌다.

젊은이들의 실업은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중동과 아프리카는 더욱 더 심각해, 이 지역에서만 최소 2,700 만명의 젊은이들이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노점상 역시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하지 못한 젊은이였다.

지금 전세계적 시위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다.

경제적 불만은 대개 누적된 것이며 높은 물가와 실업율, 보조금이나 복지 혜택의 축소가 그 이유이다. 이런 경제적 불만은 곧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홍콩의 경우도 유사하다. 홍콩은 정치적 불안으로 시작되었지만, 그건 곧 경제적 불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3. 시위를 주도하는 청년


현재 홍콩 시위를 이끄는 죠슈아 윙은 1996년 생으로 23세 이다. 그는 17 세의 나이로 우산 혁명을 이끌며 주목받은 바 있다.

어느 시대에서나 혁명은 청년의 몫이었으므로, 청년들이 시위를 주도하는 건 놀라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시위를 주도하는 청년들이 누군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10대 후반~20대이며, 대개 90년대 후반과 밀리니엄세대들이다.

가디언 지는 이들이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성인이 된 세대이며, 유레없는 극단적 양극화와 높은 실업율을 경험한 세대이며, 이에 따라 삶의 질 저하, 긴축, 경기 침체 등을 온 몸으로 겪은 세대'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바르셀로나 시위 역시 분리독립자들의 구속으로 촉발되었지만, 사실은 '치솟는 등록금, 불안정한 직업'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들의 특징은 국가를 막론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는 것이다. 레바논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 역시 대학생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무조건적인 복종 요구나 권위에 의한 강압적 통제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단순히 투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지지하는 단체에 기부하거나 더 큰 액션을 취하는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특징도 있다.

또, 이들은 자라면서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사용해, 더 넓은 세상을 더 쉽게 접했다는 차별점도 있다.

내 주변이 다 같이 궁핍하면 경제적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차창 밖을 지나는 또래의 고급 차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 페이스북, 인스타를 통해 인플루엔서나 셀렙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은 식견을 넓히기도 하지만, 불만은 키우기도 한다.

그러나 불만 그 자체는 나쁜게 아니다. 불만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

한편, 전세계적 시위 열기에 빠질 수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나라 역시 촛불 시위와 태극기 시위가 있었다.

이 둘의 차이는 하나는 매우 정략적이고 다른 하나는 매우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주도하는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불만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2019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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