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대한 시험'의 실체
지난 7일 북한은 동창리 위성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대한 시험은 일각의 추측과는 달리 고체 연료 엔진 시험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액체 연료 엔진 시험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왜 북한은 새로운 액체 연료 엔진을 시험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자.
동창리 발사장에는 로켓 엔진 시험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북한의 ICBM에 사용 되는 백두산 엔진의 연소 시험을 한다.
백두산 엔진을 사용하는 미사일은 IRBM인 화성 12호와 북한의 ICBM 등이다.
백두산 엔진은 구 소련이 개발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로켓 엔진 RD-250 을 카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두산 엔진 |
RD-250 |
즉, RD-250을 밀반입하거나 설계도를 구해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2011년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이 로켓 엔진 생산 공장 직원을 매수해 설계도를 촬영하다가 발각되어 간첩죄로 처벌된 예도 있다.
일각에서는 2016년 이후 RD-250 개량형 엔진 20~50 개를 북한으로 반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RD-250은 엔진당 노즐이 2개이며, 882 kn의 추력을 갖는데, 북한이 사용하는 엔진 즉, 백두산 엔진은 이를 쪼개 하나의 노즐과 약 400 kn의 추력을 갖도록 만들어 진 것이다.
화성 12호(KN-17)에는 하나의 백두산 엔진 즉, 하나의 노즐과 약 400 kn의 추력을 가지며, 사거리 약 5 천 킬로미터로 IRBM 으로 분류한다. 이 미사일은 이동형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으며,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
화성 12호 |
화성 12호 발사 모습 |
현재 북한에는 화성 13(KN-08), 13호 개량형(KN-14), 14 호(KN-20), 15 호(KN-22) 등의 ICBM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혹자는 무수단 미사일 (화성 10호) 도 ICBM 으로 분류하는데, 무수단 미사일은 중국 혹은 소련제 미사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며, 시험 발사 결과나 추정 원형으로 볼때 사거리는 ICBM의 기준인 5,500 km 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화성 13호(KN-08)은 무수단 미사일에 사용된 엔진을 사용하며, 이는 대포동 미사일에 사용된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미사일은 북한이 백두산 엔진을 개발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화성 13호 |
화성 13호는 최초 미국에 의해 2008년 발견되었고, 2012년 선을 보인 바 있다. 당시 화성 13호가 실존하는 미사일이 아니며 종이로 만든 가짜라는 설이 무성했다. 그러나 2016년 실제 시험 발사를 했고, 두 차례 시행된 실험에서 모두 실패했다. 이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백두산 엔진을 주축으로 개발되어 북한의 화성 13호는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화성 13호의 개량형 미사일으로 알려졌던 KN-14는 2014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퍼레이드에서 최초 공개되었다. 이 미사일은 추정 사정거리 8천~1만 km의 이동형 발사대를 갖는 ICBM 로 추정하나 실제 시험발사한 바는 없다.
KN-14 |
화성 14호 (KN-20)은 사거리 6,700~1만 km의 ICBM이며, 2017년 7월 4일, 28일 두 차례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화성 14호는 사실상 최초 성공한 북한의 ICBM 으로 2017년 북한 미사일 위기의 단초가 되었다. 북한은 김정은이 특유의 날아가는 글씨체로 쓴 메모 '당중앙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승인한다. 발사하라!' 를 공개하기도 했다.
화성 14호 |
화성 14호의 엔진은 화성 12호에 사용된 것처럼 1개의 노즐을 갖는 백두산 엔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엔진 추력은 400 kn 내외로 추정된다.
화성 15호는 2017년 11월 29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화성 15호(KN-22)는 사거리 13,000 km의 ICBM 으로 워싱턴 DC 등 미 전역이 사정권이 될 수 있다.
화성 15호 발사 장면 |
북한 미사일 사거리 |
화성 14, 15호의 시험 발사는 미사일을 세워놓고 시행되었지만, 고정형이 아니라 모두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발사 할 수 있다.
화성 15호의 엔진은 백두산 엔진 2개 즉, 2개의 노즐을 갖는 RD-250의 개량형을 사용해 추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화성 14호와 15호의 차이는 엔진의 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세 제어 방식도 다르다. 화성 14호는 주 엔진 하나 주변에 4개의 작은 엔진을 배치해 이 보조 엔진을 통해 자세를 제어하지만, 화성 15호는 주 엔진 노즐을 짐벌로 조정해 자세를 제어한다.
북한이 7일 발표한 '중대한 시험'은 바로 백두산 엔진을 묶어 연소시키는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액체 연료가 아닌 고체 연료 엔진을 시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했으나, 고체 연료 실험은 엔진을 눕혀 시험하므로, 발사 시험대에 세워 시험했다면, 고체 연료 엔진 시험을 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보도가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백두산 엔진 4개 즉, 4개의 노즐을 갖는 로켓 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소련의 핵미사일 SS-19의 엔진 노즐 |
이 경우 화성 15호의 추력의 2 배를 갖는 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
이미 화성 15호의 시험 발사를 성공했는데, 왜 이런 시험을 했을까?
화성 15호로는 충분한 중량의 탄두를 실어나를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성 15호 성공 당시에도, 엔진의 추력으로 볼 때, 충분한 중량의 탄두를 실어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 통상 최대 상승 고도의 3배를 사거리로 추정하는데, 화성 15호의 최대 상승 고도는 4,475 km 이었고, 이 때문에 13,000 km의 사거리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탄두가 '빈' 미사일이다.
즉, 약 700 kg에 달하는 탄두를 장착해 같은 거리를 날리려면 더 많은 추력이 필요하다.
RD-250 은 구 소련의 최대 핵 미사일인 SS-18 사탄의 엔진으로도 사용된 바 있는데, SS-18 사탄의 초기형은 RD-250 엔진 3개 즉, 노즐 6개를 배치했다.
Tsyklon-3 의 엔진. Tsyklon-3 은 SS-18을 인공위성 발사체로 개량한 것이다. |
즉, SS-18 사탄은 백두산 엔진 6개를 사용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는 건, 실질적으로 충분한 무게의 핵 탄두를 탑재한 ICBM을 미국에 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국방부와 외교부 등이 연일 북한에 경고를 날리고, 감시 전략 자산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런 미사일은 미국에만 위협이 될까?
아니다. 괌이나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치명적 위협이 된다.
북한의 화성 12호 즉, IRBM이나 14, 15호 ICBM을 고각으로 쏘면 그 어떤 방어체계로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은이 핵을 쏘겠어? 라고 생각하며, 불안감은 1 도 없겠지만...
2019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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