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인증은 약효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GMP는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 약자이며, Manufacture(조제) 에 대한 WHO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All operations of purchase of materials and products, production, quality control, release, storage and distribution of pharmaceutical products, and the related controls"
즉, 의약품의 원자재 구매, 생산, 품질관리, 유통, 저장, 배급과 이와 관련된 관리를 포함하는 모든 조작을 말한다.
탕약 현대화 사업이란, 조제한약을 GMP 인증 의약품 수준으로 조제하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방침은 어제 오늘 결정된 것이 아니며, 과거에도 탕약의 조제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정부 방침이 꾸준히 있어왔다. 한의약 육성법이 그 기초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의료계 일각에서 이 법을 한의학 육성법으로 오인하고 성토한 바 있다. 그 일각이 의협 수뇌부였다는 건, 비밀이다.)
이 정책 기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GMP 인증 탕약을 제조토록 하겠다는 것이 한약의 약효나 약리기전, 부작용 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탕약이나 이른바 약침(약침이라고 읽지만, 사실은 주사이다. 주사제의 실체는 본인외에는 누구도 모른다.)을 스스로 제조하여 사용하도록 허용해 왔다. 그러니,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약효는 있는 것인지는 고사하고 청결한 건지, 오염된 것은 아닌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비약하자면, 한방 삼계탕에 들어간 한약재가 무언지, 그렇게 막 먹어도 좋은지, 먹을 수 있기나 한 건지 모르고 아무나 막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녀노소 아무나 먹을 수 있고, 특별히 부작용이 없다면 약재라기보다는 들이나 산에서 자라는 야채나 향신료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한의학계는 "수백년에 걸친 비방"이라는 방패를 쳤다. 현대 의약품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돈이 많이 드는 임상 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 탕약은 수백, 수천년에 걸친 임상 실험을 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을 해 왔다.
탕약이 질환에 어떻게, 어떤 약리학 기전으로 약효가 있는지에 대한 답은 별로 없다.
탕약을 GMP 인증 의약품 수준으로 조제하도록 관리하겠다고 하면, 사실 한의약계는 당장 반대하고 성명서를 발표해야 맞다. 의료계라면 아마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 기사와 같은 내용의 기사가 한의협이 발간하는 한의신문에게 게재되었지만, 이에 달린 댓글은 없다. 물론 한의계 내부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반대일수도 있다. 언급한 바대로 이 같은 정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나 식약처 한약정책과 등에서 이미 추진한 바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미 추진한 사업을 새삼스레 새로 포장해 내놓는 건, 잘 안됐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이러다 말 것이라고 예단했을 수도 있다.
사실 복지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과연 잘 될까 의심이 든다. 왜냐면, 소규모 한의원에서 GMP 인증을 받는 것은 요원한 일이며, 이 정책을 밀어 붙이면, 결국 몇 군데 GMP 인증을 받은 곳에서 만들어진 탕약이 배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의원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 바로 "나만의 비방" 말이다. 애초 표준화, 객관화되지 못한 의약품을 비특정 다수를 상대로 허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게다가 GMP 인증이 약효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좀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걸 보장할 뿐이다. 하지만, "나만의 비방" 대신에 "GMP 인증"을 새로운 돌파구로 내세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므로.
2017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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