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포석
알면서 속아주는 게 세상사이긴 하다.
지난 20일 jtbc 뉴스는 “시청자 여러분께”라는 앵커 브리핑을 내보냈다. 짐짓 결연한 표정의 손석희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하였는데, 결론은 ‘건드리면 그만 두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jtbc의 사주 홍석현 회장이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중앙일보, JTBC 회장직을 사임했다.
홍석현 회장의 대선 출마 설은 수 개월 전부터 모락모락 피워 올라왔었고, jtbc가 줄기차게 왜곡 보도를 내 보낸 이유가 홍석현 회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것이라는 루머도 끊임 없었다. 그 루머는 한 마디로 손석희는 현직 대통령을 낙마시키고 조기 대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손석희는 홍석현 회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마중물이었고, 장기판의 졸이었다는 것이다.
이 루머가 사실인지 아닐지는 두고 보면 안다.
재미있는 건, 이 루머를 부인하듯, 혹은, 홍석현 회장의 사임과 대선 출마를 마치 비난할 것처럼, 앵커 브리핑을 통해 결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손석희의 신념이라면, 굳이 이런 변명을 할 필요없이 대선에 둘러싼 자신의 사주였던 홍석현 회장에 대한 사실 보도를 하면 된다.
그런데, 저널리즘(Journalism)까지 끌어다가 마치 자신이 늘 정의의 편에 섰고, 그럴 것처럼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면, 변명을 하든 말든 어차피 판단은 시청자들, (그들이 좋아하는 용어로 하자면) 국민들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앵커 브리핑을 한 건, 결연한 표정과 결연한 어투의 포석을 함으로써, 자신의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로써의 자기 신분을 지키고, 다가올 더 큰 비난을 회피해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드는 것이다.
어쩌면, 한 두번 쯤 홍석현 회장에 대한 비난 보도가 나갈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진짜 손석희가 jtbc를 사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자는 체면치례일 것이며, 후자는 무엇인가가 보장되었을 때 일것이다.
아무튼 매우 얕은 수준의 포석을 보았다.
또 다른 포석도 마찬가지의 얕은 수준의 포석이다.
“얕은 수준”이란 상대에게 읽히기 쉬운 수를 말한다.
그건 바로 미국의 군사력 전개이다.
최근 짧게는 수 개월 전, 길게는 1년여 전부터 다양하고 수 많은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전략 자산의 전개는 일종의 무력 시위이며, 그 대상은 가깝게는 북한, 멀게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은 핵 개발 등으로 긴장을 조성했고,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등으로 긴장감을 조성했기 때문에, 무력 시위는 타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 한미 연합군의 KR/KE 훈련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전략 자산이 속속 한반도에 도착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KR/KE 훈련 전에 대규모 미일 연합 훈련이 동중국해에 있었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애초 한미일 연합 기동 훈련을 계획하였으나 한국의 반대로, 한국이 빠진 체로 미일 간 연합 훈련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다만, 최근에 북 미사일 추적을 위한 한미일 연합 훈련이 있었을 뿐이다.
이와 별개로, 작년 11월에는 한미영 3국의 공군 군사 훈련이 있었는데, 영국이 연합 훈련에 참가한 것은 6/25 이후 처음이었다.
군사력 전개와 이와 동반하는 군사 훈련은 개전(開戰)의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와 1만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본토에서 군사력을 이동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군사 작전의 일환이다.
KR/KE 훈련은 군사력 전개를 위한 썩 좋은 핑계이고, 군사력 전개는 다음 수순을 위한 중요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훈련으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홍 회장의 대권 진출이 미수로 끝나는 것과 같다.
아니면, 개전(開戰)에 대비한 포석일수도 있다.
두 포석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고, 하나는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물론 격(格)의 수준 차이는 말할 필요가 없다.
2017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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