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은 제외했다는 동아일보의 오보?






동아일보는 "트럼프 대북정책 선제타격은 제외"라는 17일자 주미 특파원 기사를 통해 마치,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 타격 방안을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기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 대응 방안으로 신중하게 검토했던 ‘선제 타격’을 선택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그 근거로, 미 국무부의 한 소식통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 소식통은 "NSC가 선제 타격 방안을 최종 제외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오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첫째, 국가 안보에 대한 기밀 사항을 전화로 기자에게 노출했을 가능성은 없다.


NSC(National Security Council. 미 국가안보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이나, 통상 신임 허버트 맥매스터(Herbert Raymond "H.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 주관 아래, 백악관 내외의 각 분야 참모와 보좌관, 각료, 군 장성 등이 모여 주요 국가 안보 사항을 논의하여 대통령에게 <보고, 자문>하는 회의체인데, NSC는 최근 수 차례 모임을 갖고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Herbert Raymond "H. R." McMaster & President Trumph




이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종 언론들이 추측성 기사를 내고 있으며, 그 기사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그리 많지 않으므로 쉽게 추정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북핵 정책 기조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6자 회담을 포함한 북한과의 대화, 국제 사회를 통한 각종 제재 방안, 중국을 통한 압박 그리고 무력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NSC는 동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토의한 후 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으며, 이미 상당 부분이 보고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NSC가 어떤 결과를 돌출하였든, 그 중요한 기밀 사항을 기자에게 전화로 알려줄 리 없다고 봐야 한다.

둘째, 설령 이 제보자가 사실을 말했다고 해도, 이 제보자의 발언이 곧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타격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면, NSC는 무엇을 결정한다기 보다는 참모 혹은 자문 기구의 성격을 가지며, 최종적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보도와 달리,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어제 도쿄에서 미일 외교장관회담 후 "지난 20년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며 외교나 다른 부분에서 노력해왔지만, 실패한 접근법이었다"며 "북한의 위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것은 명확해졌다"고 말했다고 연합 뉴스는 보도하고 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또, 지난달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의견일치를 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재확인할 것을 알려지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은 무엇일까?

앞서 포스팅한 바와 같이, 비핵화를 목표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유엔이 결의한 경제 제재와 중국을 통한 압박, 그리고 무력 대응 밖에는 없다.

그러나 경제 제재는 실효성이 없고, 중국은 북한을 압박할 의향이 불분명하고, 중국이 압박한다고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을 통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것이다.)

중요한 건,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전략적 인내"를 고수하지 않을 것이며, 외교를 통한 비핵화는 실패한 접근법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제 타격 방법을 버렸다는 보도는 기자의 의도적 오보이거나,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선제 타격이 아닌 다른 방법의 무력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은 국제법 상 침공에 해당하며, 전쟁 도발 행위이다. 반면,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는 자위권 발동으로 간주하며 전쟁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선제 타격의 사례로는 6일 전쟁으로 불리는 1967년 이스라엘의 이집트 침공, 2003년 WMD를 제거하기 위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이 있으며, 1981년 이스라엘이 오시라크에 있는 이라크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명 "Operation Opera (혹은 Operation Babylon이라고 부름)" 등이 있다.

지난 93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 등을 파괴하기 위해, Operation Opera와 유사한 작전 즉, 오시라크 옵션을 고려한 바 있다.

이 작전은 이후 OPLAN 5026으로 진화하였고, 오늘에 이르는데, 이 때문에,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이지만, 선제 타격은 명백히 침공 행위이며, 전쟁 도발 행위이다.

미국은 침공에 따른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학자들이 동원되어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고, 그것이 바로 예방적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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