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믿는 건 신앙의 본질이 아니다
가짜 뉴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나는 가짜 뉴스를 만드는 언론들과 싸우고 있다."며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황교안 대통령 대행도 가짜 뉴스를 언급하며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선거를 앞둔 프랑스, 독일 역시 가짜 뉴스를 향해 칼을 뽑았고, 구글과 페이스북도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가짜 뉴스는 언론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에 의해 생산되고 유통된다. 뉴스의 생산과 배포가 용이해지면서, 가짜 뉴스의 폐해가 더 극심해졌다. 따라서 미디어의 발달이 정보의 왜곡을 부추긴다는 문소영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은 "의심하는 토마가 필요한 이유"라는 컬럼 (중앙일보. 2017년 2월 6일)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 도마를 예를 들어, 의심하고 질문하는 자세를 강조한 바 있다.
사실 문소영 부장의 컬럼 상당 부분에 동의하면서도 못내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가 10대 시절 들었다는 강론 이야기이다. "맹신하는 것보다 토마처럼 의심하고 질문하는 게 오히려 좋은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신부님이 강론했다는 부분이다.
jtbc의 손석희 앵커도 이 컬럼을 읽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2월 21일자 앵커 브리핑을 통해 '도마'의 의심과 그 신부님의 강론을 예를 들며, 거짓뉴스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합리적인 의심'을 품는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손석희 앵커가 거짓뉴스를 비난할 입장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 강론 부분에 대한 문소영 부장의 기억이 왜곡 되었거나 어쩌면 지어낸 이야기일지 모른다고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예수님의 제자, 도마(Thomas) 에 대한 이야기는 4대 복음서 중 요한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다. 이 중 도마가 출연하는 에피소드는 모두 3개인데, 그 중 첫째는 요한복음 11 장에 있다.
당시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박해를 피해 요단강 건너편에 머물고 계셨는데, 값비싼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아 드렸던 마리아의 오빠 나사로가 병들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제자들에게 "유대로 가자"고 하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유대인들이 돌로 치려고 하는데, 갈 수 없다'며 반대하였고, 오로지 도마 만이 제자들에게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죽으러 가자"고 주장했다.
결국 예수님과 제자들은 예루살렘 인근에 있는 베다니로 가서, 죽은 자를 살리는 기적을 행하셨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요한복음 14장에 있다.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이른 것을 아신 예수님은 제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이 때 예수님은 괴로워하며 "너희 중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고 말씀하셨고, '주님을 위해 목숨도 버리겠다'고 큰 소리 친 베드로에게 "닭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를 위해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해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돌아와 너희를 데리고 가서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함께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도마는 예수님께 "주님, 저희는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예수님은 매우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로 답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가지 못한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바로 "의심의 도마"로 불리게 된 이야기이다.
요한복음 20장에 따르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후 예수님은 모두 4 번에 걸쳐 사람들 앞에 나타나셨다.
그 첫번째는 예수님의 무덤이 열린 체 시신이 없어진 것을 보고 울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나신 것이며, 두번째는 그 날 저녁 제자들 앞에서 나타나신 것이다. 그 때 도마는 그 자리에 없었고, 예수님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않으면 예수님이 나타난 것을 믿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생떼"는 "합리적 의심"이라기 보다는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도마로써는 다른 제자들은 뵐 수 있었던 살아나신 예수님을 뵙지 못한 안타까움이나 아쉬움, 혹은 질시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8일 후 예수님은 세번째로 나타나시며 도마에게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라고 하셨다.
도마는 손가락으로 넣어 확인하는 대신,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이 때 예수님은 또 다시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셨다.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종교의 본질은 신앙심이며, 신앙은 본질은 보이지 않는 것, 보지 못한 것, 볼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다. 보고 믿으며, 검증하여 믿는 것은 과학에 가깝다.
신앙은 신뢰나, 신용처럼 믿음의 한 종류이지만, 의심하거나 검증하거나 확인하여 믿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이 좋은 믿음이다? 그것을 신부라는 성직자가 강론을 통해 신도들에게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가톨릭 신앙은 의심하고 검증하여 믿음을 가질지 모르지만, 기독교 신앙은 그렇지 않다.
기독교인은 예수님의 부활을 본 적이 없으며, 생전의 예수님을 본 적도 없지만, 성경을 통해 그의 말씀을 믿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음을 믿고, 그로부터 사흘만에 부활하신 것을 의심없이 믿는다.
도마에게 하신 말씀처럼,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에게 다가 갈 수 있음을 믿으며, 이 모든 것을 보지 않고 믿는다.
도마가 "의심장이"였는지 모르지만, 성경에서 보여지는 도마는 사실 강직하고 충성스러운 제자이다. 성경에는 예수님 앞에서, 예수님을 "주, 그리스도"로 부른 제자가 둘이 있는데, 바로 도마와 베드로이다.
마태복음 16장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시자, 제자들은 각기 세례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 혹은 다른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예수님께서 다시 묻자, 시몬 베드로는 "주님은 그리스도이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대답하였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너는 베드로(반석)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며 크게 세우시고, 축복하셨다.
도마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 진짜 예수님인지 확인하는 대신,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라고 고백했다.
예수님은 그런 도마를 도구로 하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말씀을 남기셨다. 바로 신앙의 본질과 구원의 길에 대한 것이다.
도마는 훗날,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라."는 명령에 따라 동방 (동양) 선교에 나섰고, 인도를 복음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도마는 아시아 선교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일각에서는 도마의 전도로 예수님을 믿은 인도의 공주 중 한명이 가락국 땅에 와서 김수로왕의 왕비가 되어, 한반도에 기독교가 전파 되었던 바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김수로왕이 인도 공주를 왕비로 삼은 건 삼국유사에도 기록되어 있다.
2017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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