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공약을 지켜야... 무상의료로 가자!









1. 이들의 목표는 결국 '무상 의료'이다.


‘100만의 개혁’ 이란 연간 최대 본인부담금 백만원으로 모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급여화되어도, 본인 부담이 있는 만큼, 의료 혜택을 받을수록 본인 부담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미 지금도 이렇게 늘어나는 본인 부담의 상한을 정하고, 이를 넘는 경우 더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본인부담금액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근거 : 건보법 시행령 제 19조)

이에 따르면, 소득을 기준으로 10 분류를 하고, 최소 연간 122만원 (2017년 기준)에서 최대 512 만원의 본인 부담금을 낼 경우, 그 이상을 초과하는 본인 부담은 사후에 환급해 주도록 하고 있다.

즉, 현재도 연간 최대 512 만원 (진료비, 약값 모두 포함) 이상의 본인 부담 의료비는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난적 의료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본인부담 상환제의 대상은 보험 급여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상급병실료, MRI, PEC-CT 등 일부 검사 등에 적용되는 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좌파 단체들이 추구하는 건, 이런 비급여를 모두 급여로 전환하고, 본인부담 상환 기준을 100만원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즉, 무상 의료와 다름없다.

전면 급여화 후 본인 부담 상한 100만원이라는 건, 월 10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추가 부담없이 의료기관, 약국을 원하는대로 이용하겠다는 것과 같다.

지금 좌파 시민단체들은 이 공약 즉, ‘100만의 개혁’ 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약이 후퇴하였다며, 문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의료급여 1종 (보호 1종)의 경우에도 월 5만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연간 60만원을 본인이 부담하므로, 100만의 개혁은 전국민을 의료급여 1종처럼 만들자는 이야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2. 이들이 원하던 대로 100만의 개혁이 이루어지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우선, 의료수요가 폭증 하게 된다. 지금도 외래 진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적어, 굳이 의료기관을 찾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수없이 의료 이용을 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기전이 없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건보 재정은 순싯간에 거덜나게 되고, 건보 공단은 은행에서 차입하여 요양기관에 급여비를 지불하거나, 아예 지불이 미루어질 수도 있다. 급여비 지급이 미뤄지면, 의료기관은 직원 월급과 경상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나마 대출이 가능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는 요양기관은 도산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의료비 지출 억제책을 쓸 것이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삭감과 실사를 통해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지불제도 개편이 필연적이다.

현재로처럼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늘어나는 재정 지출을 예측하기 어렵고 감당할 수도 없으므로, 연간 지출되는 의료비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지출하도록 통제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병원 단위는 총액계약제를 통해, 다음 해 지출되는 총액을 미리 계약하고, 그 안에서 지출하도록 통제하고, 의원의 경우, 진료량을 정하고 그 안에서 지출될 총액을 정하게 되는데, 진료량은 평균 방문 환자 수에 연간 추정 방문 회수를 곱하여 정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인두제의 형태가 될 것이다.

즉, 의원 진료량을 추계하기 위해 의원의 환자 등록은 의무화될 것이며, 이는 곧 주치의 제도와 같다.

무상의료에서 총액계약제와 주치의 제도는 자동차의 엔진과 브레이크처럼 필연적으로 따라 붙어야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무상의료를 실현하면서 총액계약제와 인두제 같은 지불제도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폭주하게 되어 재정이 거덜나게 되고, 주치의 제도와 같은 게이트 키퍼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의료시스템은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병원은 총액 계약으로, 의원은 진료량 고정과 주치의 제도로 묶어 놓을 경우, 정해둔 예산이 소진되면, 환자는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만일 공단에서 의원에 지불할 급여액 규모가 연간 1억2천만원 즉, 월 1천만원이고, 진찰료 수가가 건당 2만원이라면, 그 의원은 월 500 명, 하루 25명만 진료할 수 있다.

즉, 하루 25명에 대한 진료, 상담, 처방으로 그 의원의 역할은 끝나는 것이다. 26번째 환자부터는 진료가 거부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월 기본 급여비와 등록 환자당 연간 관리비, 기본 급여비에 해당하는 환자 수를 초과 진료할 경우에 추가 급여비 등을 복잡하게 계산하고 제도의 여유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어느 쪽도 의사에게 유리하게 제도가 마련될 리 없으므로, 25명 진료 끝내고 셔터 내리고, 최저임금제 보장되는 편의점 알바하는게 나을 지도 모른다. 동유럽이나 남미의 의사들이 택시 운전 알바하는건 다 이유가 있다.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연간 병원 경상비 즉, 직원 급여, 감가상각, 재료대 등등을 계산해서 다음 해 지불될 병원 예산과 비슷한 금액을 지급해 주기로 계약하고, 병원은 그 예산 안에서 재정을 소모할 수 있는 정도의 환자를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경우, 공단이 넉넉하게 예산을 잡아줄리가 없다.

따라서, 그 예산에서 결코 추계해 주지 않을 금융비용이나 기타 경비를 감당하려면 우선 직원을 줄여야 한다. 그런 다음 치료 재료를 줄여야 하고, 환자를 더 본다고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환자도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를 예상하고, "평가" 기준을 만들고, 평가에 따라 지급액 규모를 조절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도 각종 평가가 난무하고 있고, 각 의료기관은 그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정부가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

의료기관이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고 하는데, 그에 따른 지원금 때문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물론, 지원금을 노리고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해 애쓰는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평가에 목매는 진짜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다.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시험 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해 살 수가 없다.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라도, 다른 병원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래서 플랭카드라도 하나 더 걸어 놓아야한다는 일종의 모범생 증후군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지, 알량한 지원금 때문에 미친 듯이 동분서주하는 것이 아니다.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면, 진료 실적 등으로 평가하고 이에 따른 당근책을 제시하더라도,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집어 덜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상 의료를 실시하는 캐나다, 영국 등의 국가에서 병동을 닫고 응급실, 중환자실을 폐쇄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국민이 의료인을 종 부리듯이 대하는데, 사명감 따위로 자위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게다가 총액계약제, 인두제를 한다고 국민총의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리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료 이용은 획기적으로 불편해질 것은 분명하다.

우선, 의사들은 말 그대로 의느님이 된다.

의사들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진다. 더 이상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만면에 미소를 띄며 환자를 맞이하는 일도 없어진다.

주치의 제도가 도입된다는 건, 주치의가 교통경찰, 관제사, 학급 담임이 된다는 말과 같다.

환자들은 무조건 주치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주치의에게 비타민 수액 하나만 놔 달라, 몇일 날 내시경하게 날짜 잡아달라는 말 따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주치의에게 와서 반말 조로 병원 진료하게 해달라거나, 전문의 진료를 하게 해달라고 성질부릴 경우, 그 환자는 병이 스스로 다 나은 다음에나 다른 병원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주치의에게 가서 진상부릴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은 이 제도가 도입되고 수 년이 지나서야 뇌리에 박힐테니, 그 동안에 주치의들은 칼부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3. 무상 의료는 바라는 바이다.


만일 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100만의 개혁"이 정말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식 무상의료는 세계적으로도 획기적인 의료제도가 될 수 있다.

캐나다나 영국과 같은 NHS를 도입한 나라도 약값은 전액 본인 부담이다. 물론 보험 적용도 안된다. 100만의 개혁처럼 의료비와 약값을 모두 무상 공급하는 나라는 고작해야 인구 몇 백만의 규모의 중동 석유 부국 정도라고 할까?

사실, 개인적으론 무상의료, 총액계약제, 주치의 제도 다 했으면 좋겠다.

물론, 의사가 된다음 개인 병원을 차리고, 그걸 성장시켜 굴지의 종합병원으로 키워보겠다는 야망을 가진 이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건보 재정 지출 속도와 노인 의료비 증가 추세, 보험 제도에 대한 정부의 추진 방향과 시민 단체들의 압박 등을 고려할 때, 지금 현 제도로는 앞으로 의료계의 비전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무상의료, 총액계약제, 주치의 제도로 최소한의 대우를 보장받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물론 그 이행 기간 즉, 제도 정착 기간 동안 누가 유탄을 맞고 장렬히 희생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피해 수준 역시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때문에, 정부가(사실은 그 이면의 숨어 있는 일부가) 이런 식으로 판을 흔들면, 의료계 역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니다. 100만의 개혁은 답이 아니다. 전면 무상의료로 가자. 저소득층에게 보험료를 물리도록 하는 것도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보험료를 폐지하고, 세금을 보험 재원으로 하자. 전국민의 40% 이상이 소득세를 내지 않으므로, 이들은 보험료도 내지 않을 것이다. 그게 사회 정의이다."

나라면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모름지기 싸움은 끌려가서는 진다. 끌고가야 한다.

알랑가 모르겠지만...


2017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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