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 식이나 한 사람이 할 소리인가?












유시민 전 장관이 하도 욕(?)을 먹길래, 일부러 썰전을 찾아 봤다.

유시민의 썰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답답할 지경이다.


그의 첫 발언은 "의료서비스 시장은 특수한 시장이어서 소비자 주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중국집(요식업)은 소비자 주권이 있단다.

그의 워딩을 그대로 적으면, "아픈 이유가 뭔지, 원인이 뭔지, 병원에서 해 주겠다는 치료법이 맞는 건지, 맞다고 해도 가격이 적정한지, 이에 대해서 소비자가 판단을 전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 주권을 대신 행사해 줄 사람이 필요하며, 그것이 건보공단, 심평원"이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이야기지만, 생각해 보자.

중국집의 짜장면은 고기가 얼마나 들었는지, 정량의 짜장과 양파와 면을 쓴 건지, 청결하게 요리한 것인지, 그릇은 제대로 닦은 건지 알 수 있나?

그걸 모르면서 중국집 이용에 소비자 주권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나?

유시민은, 중국집은 여러 군데가 있어 서비스가 마음에 안들면 옮길 수 있지만, 병의원은 안 된단다.

사실일까?

의사가 불친절하다고 생각하면 당장 병원을 바꾸고, 여기서 수술해도 된다고 해도, 굳이 대학병원 가겠다고 의뢰서 써 달라는 환자가 널려 있는데?

검사하자고 하면, 필요없다고 거부하고, 검사를 안하면, 왜 검사해 주지 않느냐고 따지고, 감기로 열나는데 왜 주사도 주지않느냐고 따지고, 왜 수액 놔주지 않느냐고 따지는데, 소비자 주권이 없다고?

게다가 공단, 심평원이 있어야 의료 소비 주권이 생기는 것이라면, 의사 행위에 대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심사와 평가를 하는 우리나라 심평원같은 국가 기구가 없는 미국, 캐나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의 의료서비스의 소비자 주권은 어떻게 된걸까?

기본적으로 이들 국가와 국민은 의사를 믿고 의지한다.

우리가 중국집에서 짜장면, 짬뽕 사먹을 때, 먹고 배탈날 일은 없을거라고 믿고, 청결하게 조리할 것이라고 믿고, 기분 좋게 먹으면 한 끼를 잘 해결하고, 그걸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것처럼, 의사가 의학의 전문가이고, 내 건강을 알아서 잘 지켜 줄 것이라고 믿으니까, 묻고 따지고 들지 않는 거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 국민은 의사를 닭잡듯이 잡으려고 하고, 행동 하나하나 일일이 따지고 들려고 하고, 어떻게든 통제 구역 안에 두고 싶어하는 것이지, 소비자 주권 따위로 어설프게 변명하려 들지 마라.

그는 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의료기관이 적자라는데, 의료서비스 원가 산정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실상은 노동시장으로 통해 알 수 있으며, 노동시장은 대입을 보면 안다.

공부잘하는 애들이 모두 의대간다는 얘기는 그래도 먹고 살만하니까 그런 거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의료 서비스를 40년간 해왔으면 의사가 돈벌이가 안돼야하지 않느냐."

이런 개소리가 있나.

의료 수가 원가 계산은 어려울 뿐,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수가 구조가 적자라는 건, 의료계의 주장이 아니라, 심평원의 주장이었다.

심평원은 급여 항목은 적자이며, 비급여를 통해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급여를 통해 적자분을 보전한다고 해도, 의료 수입만으로는 적자를 벗어날 수 없어, 병원으로 하여금, 병원 안에 주차장, 수퍼, 식당, 영안실 등을 통해 의료외 수입을 내서 이윤을 챙기라고 한 것도 정부이다.

대부분의 병의원은 어떻게든 적자를 모면하고자 쥐어짜는 경영을 한다. 그렇게 쥐어 짤 필요가 없는 공공 의료기관 즉, 서울대병원 등 일부 국립대병원, 지방공사 의료원 등은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다. 그걸 착한 적자란다. 젠장.

공부 잘하고 성적 좋은 애들이 의대를 지망하는 건, 의사가 되서 번듯한 병원 건물 세우고 떵떵거리고 잘 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운 때, 그나마 의사가 되면 취업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이 제일 클 것이다.

물론, 지금 의대가는 애들이 전문의 따고 나오는 15년 뒤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의사들의 소득이 좋다는 것도 옛날 이야기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이 적용된 89년 이전, 아니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 년 이전에 의사들은 나았을지 모른다.

소득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그 당시 과거의 의사들 소득은 비슷한 성적을 가지고 공대나 상대를 가서 대기업 임원이 된 이들에 비해 나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비교 불가이다.

의사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남들보다 성적이 좋아 의대가서, 남들 대학 시절 즐길때 뼈빠지게 공부해서, 쥐어 터져가며 수련받아 전문의되서, 국가가 만든 제도 안에서, 국가가 시키는대로 법과 규정에 따라 열심히 환자보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줘야 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의사 10만명이고, 유시민 말대로, 노동 시장 측면으로 보면 5천만 인구의 0.2% 이다. 노동 시장은 대학입학을 보라며? 성적 순으로 따져도 1% 안에 들어간다.

그럼, 대우도 사회 1% 안에는 해줘야 옳은게 아닌가? 지금 의사들 중에 소득 수준 대한민국 1%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왜 20년전, 30년전의 소득 수준이 지금은 안되는 건가?

이게 사회 정의인가?

의사들이 분노하는 건, 밥 빌어먹지 못해서가 아니다. 평생 노력하고 국가가 시키는대로 따라왔을 뿐인데, 갈수록 대우가 나빠지고 살기 힘들어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래도 한때 보건복지부 장관 식이나 했던 사람이 국민들 다 보는 방송에 나와서 저게 할 소리인가 싶다.

지금 젊은 의사들은 모르겠지만, 의약 분업 이후 10여년 동안 정부로부터 쥐어 터지고, 당해왔던 40, 50대 의사들은 몸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



2017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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