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교수 컬럼에 대한 반론











이번 발사르탄 스캔들을 일으킨 발사르탄 원료 회사는 Zhejiang Huahai 제약회사인데, 이 회사는 발사르탄 제조 공정을 변경한 후 문제가 된 NDMA가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자발적으로 유럽 EMA에 보고했다.

이 회사가 생산한 발사르탄 원료는 23 개국에 팔려나갔으며, 미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발사르탄 원료를 생산하는 제약사는 전세계에 모두 16개 회사가 있으며, 이 중 중국 회사로는 문제가 된 Zhejiang Huahai 를 포함해 3 개사일 뿐, 인도 회사가 가장 많아 모두 11개 사이며, 이태리와 이스라엘 회사도 있다.

발사르탄 스캔들의 핵심은 제조 과정 중 의도치 않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이형기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복제약 시장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복제약의 잇점은 오리지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보 재정의 1/3 이 약값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제비를 줄이는 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요소가 아닐 수 없으니, 정부는 제네릭 사용을 권장한다.

그럼, 복제약 사용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복제약의 약효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복제약(제네릭)을 출시하려면 “의약품동등성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의약품동등성 시험이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비교용출시험, 비교붕해시험 등을 말하며, 복약약으로 인정받으려면 오리지널을 대조약으로 하여 복제약이 이 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의약품동등성 시험은 약효 동등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즉, 제네릭의 약효가 오리지널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동등성 시험의 핵심은 바로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인데, 이는 생체이용율을 기준으로 하며, 복제약을 투여했을 때 일정 시간 후의 약물의 흡수 속도와 양이 오리지널과 유사한지를 보는 것이지, 약효가 오리지널과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제네릭 약을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를 검증하는 절차가 없어, 실제 약효가 동등한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 정부는 생동성 시험을 엄중히 관리한다고 하지만, 너무나 많은 복제약 제약사들이 남발하고 있고, 동일 성분의 너무나 많은 의약품이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어 이를 모두 제대로 관리, 감독한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

실제, 2014년 대법원은 기소된 93년 제약사에 대해 생동성 시험을 불법으로 조작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러니 의료인들은 생동성 시험 조작이 이뿐이겠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 국내 복제약 시장의 다른 문제로 가격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 발사르탄 스캔들은 우리나라 복제약 시장의 문제점을 드러냈거나,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언급했듯이 발사르탄 스캔들은 제조 방법 변경에 따른 부산물이 생성된 것일 뿐, 이것이 왜곡된 국내 복제약 시장 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형기 교수가 문제로 지적한 ‘위수탁 생동’ 또는 ‘공동 생동’이 발사르탄 스캔들을 야기한 것도 아니므로, 이것을 이 파동의 주범으로 보면, 헛다리를 짚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번 발사르탄 스캔들에 연루(?)된 제약사 들 중에는 이형기 교수 말대로 ‘고만 고만한’ 회사도 있지만, SK 케미컬, 종근당, 한독, 셀트리온, 한림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부광, 건일 등등 굴지의 중견 제약사들 역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발사르탄 원료 파동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매우 경솔하다.

오히려, 국내에서 발생한 발사르탄 파동이 야기한 문제는 식약처의 부적절한 대응이 더 커 보인다.

이형기 교수는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식약처가 주말에 발표를 해 혼란이 가중됐다고 비판하지만 호사가의 입방아다.”고 단정하지만, 주말이 시작되는 토요일에 전격 발표해 수 백만명에 이르는 고혈압 환자들이 불안에 주말을 보내야 했고, 아예 약을 중단하기도 하여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켰다.

문제가 된 발사르탄 원료로 만든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정부 발표에 의하면 17만명에 그친다. 그런데 수백만명이 불안해해야 했다.

게다가 NDMA는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이지 발암 물질이 아니며, 이 물질로 실험실 밖에서 암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 게다가 미량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미 장기간 약을 복용했음이 분명한데, 하루 이틀 발표를 연기했다고 그것이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식약처는 이랬든 저랬든 안전서한을 발표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래서 한바탕 소동과 환자들의 불안이 야기되었고 병의원은 전화 문의 세례를 받아야했으며, 게다가 서둘러 발표하느라 제대로 된 리스트를 발표하지 못해 혼란은 더 가중되었다.

이게 발사르탄 파동이지,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이형기 교수의 컬럼은 이 소동으로 제네릭의 문제점을 이끌어내고 싶어하는 전형적 견강부회일 뿐이다.

과도로 소를 잡겠다고 덤비면 되겠는가?



2018년 7월 11일


<관련 자료>



추가 코멘트




사실, 오리지널 신약은 약효가 입증되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유사한 생체이용율을 보여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동일 성분이고, 생체이용율이 유사하면 오리지널과 같은 약효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산 발사르탄이 중국에서 제조되었기 때문에, 가짜 계란이나 시궁창에서 건져 올린 식용유처럼 엉떠리로 제조되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대부분의 제네릭들은 과거에는 자국의 제약회사들이 생산해 왔지만, 단가를 줄이고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금은 원료 생산회사에서 원료를 수입해 제조한다.

이 같은 제네릭 원료 회사는 과거에는 미국과 영국에 많이 분포되었으나 최근에는 아시아 특히 인도와 중국에 제약 원료 회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들 원료 회사가 생산하는 건 제약 원료의 중단 단계 물질이거나 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이다. 완제품을 만드는 제약사들이 이 API를 수입해 캡슐과 같은 부형제(excipients)와 합쳐 약을 만든다.

실제 약효를 가진 건 API 이며, API 제조 회사들이 이들 타국에 수출하려면 각국의 식약청에서 생체이용율 검사 즉, 생동성시험과 같은 의약품동등성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약처나 미국의 FDA, 유럽의 EMA처럼 이런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구를 갖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제약 원료나 신약을 수입할 때 FDA나 EMA 허가를 받았는지를 따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 식약처 인증을 받은 약을 타국에서 그대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FDA나 EMA는 단지 약효나 의약품동등성 시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공장의 시설, 기준도 따진다. 이 기구들의 기준을 따르는 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API 제조업자들이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허가를 얻은 이후에도 줄기차게 관리 감독하기 때문에, 허가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르탄 원료를 생산한 zhejiang huahai pharmaceutical co.도 같은 과정을 거쳤고 이 회사가 자발적으로 EMA에 NDMA 발생 가능성을 신고한 것도 허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이를 감출 경우 EMA는 수입 허가를 취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zhejiang huahai pharmaceutical co.는 발사르탄 원료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 원료 중간 단계 물질을 포함해 30~40 가지 원료를 생산하는 대형 제약사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로 만들어진 제약을 싸구려 복제약이라고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원료로 만든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약효가 동등하다는 보장은 하기 어렵다.


2018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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