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은 왜 북한에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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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싱가폴 회담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오만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고, 실망하기도 했다.


- 누가 이 강력한 미국 군사력 앞에 맞짱뜨겠는가?
- 김정은이 살아남을 길은 비핵화를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 미국이 아니라면, 북한이 개방개혁으로 나와 보다 나은 삶을 누릴 방법이 또 뭐가 있겠는가?
- 그러니, 김정은은 당연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비핵화 수순을 밟을 것이다. 왜냐면, 그의 선택지는 비핵화, 단 하나일 뿐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또 만일, ‘클린턴, 부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속았지만 나는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분명 오만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이런 오만이 아니라면, 싱가폴 회담 이후 미국의 태도를 설명할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건 우리는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모종의 미북간 합의 혹은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폴 회담 이후 수주간 지난 지금 후향적으로 볼 때, 후자보다는 전자의 가능성 즉,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오만의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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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박 2일간 평양 방문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은 tapping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즉,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사실인지, 북한 수뇌부와 그 체제가 김정은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진단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그의 일정을 볼 때, 실무회담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일정이 짧고, 미국 국무장관이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모습을 감추고 있고, 그렇다고 이번 방북으로 미북간 또 다른 합의나 결론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언론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만족감을, 북한 김영철은 불만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방문시 북한이 미국에 요구할 리스트를 잔뜩 만들어 가지고 있었는데, 폼페이오는 그걸 보는 둥 마는 둥하고 돌아가버렸기 때문에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박2일의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단초를 읽었고, 방북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만족했다고 표현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폼페이오 장관을 북한에서 무엇을 읽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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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 국무장관(우리나라의 외무장관에 해당)은 전통적으로 국제 문제를 외교적 해결로 풀어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교적 해결이란 대화와 협상을 말한다.

즉 그 어떤 과격 성향을 가지고 극단적 해결을 원하는 인물도 국무장관이 되는 순간 대화와 협상만 강조한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왜냐면 그는 국방장관이 아니라 외교장관이기 때문이다.

전임인 틸러슨도, 현직인 폼페이오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폼페이오 장관을 비둘기파로 본다면 착각이다. 그는 웨스트 포인트를 수석 졸업한 미 육군 장교 출신이고, 하버드 로스쿨 역시 수석 졸업한 영민한 재원이다. 뿐만 아니라 캔자스 주 하원의원을 4선 역임했고, CIA 국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그는 대 이란 정책에 매우 강경하며 반 이슬람적이다. 그는 의회 시절 '이슬람의 이름을 걸고 자행되는 테러에 침묵하는 이슬람 지도자들은 테러의 잠재적 연루자'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했다. 그는 최근(2017년)까지 한반도 비핵화의 당위성에 대한 주장은 물론 북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폼페이오는 대화와 협상이라는 외교적 수단으로 비핵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의 복심은 분명 아니라고 고개 젓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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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연 그럴까?

싱가폴 미북 회담은 매우 혼란스럽고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갈피(point)를 잡지 못하게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나 발언이 그랬다.

수 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그 혼란은 유효하다. 김정은에게 애정을 보이는 듯하고 추켜세운 그 발언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고착화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대북 전략과 같은 중요한 사항을 범부가 알아차린다면 그것도 웃기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봉황은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고 읍조릴 때 참새들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체 좁은 소견과 시각에서 본 자신만의 망상을 재갈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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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는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과연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인가 하는 것과 그로 인해 나와 내 가족, 친지들의 운명이 바뀌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은 나거나 나지 않거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즉, 확률은 50%이므로, 대충 던져도 절반은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은 스포츠토토가 아니다. 즉, 단지 몇 푼 잃고 마는 게임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봉황들의 작은 몸짓, 얼굴의 미소, 단어 하나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애쓴다.

애쓴다.

그러나 애만 쓸 뿐이다.

결국, 스마트 폰 긴급 알람이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날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읽을 때까지 애만 쓸 것이다.



2018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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