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cading failure에 의한 대정전
지난 24일 전력 예비율이 7% 대로 떨어진 바 있다.
전력 예비율이 감소한 건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 반해, 공급 능력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전력 공급 전략은 생산 가격이 저렴하고 고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전으로 기초 발전으로 하고, 가격은 비싸나 유연하게 가동할 수 있는 LNG 발전소를 이용해 전기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이 약 39%, 석탄이 약 41%의 전력 생산 비중을 차지하며, LNG는 현재 약 13% 비중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7%는 유류 발전, 수력발전 및 대체 에너지 생산이 차지한다.
석탄의 전력 생산 단가는 LNG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나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문제가 있다. 2017년 12월 기준 전력 생산 단가는 kwh 당 원자력 81 원, 유연탄 78원, 무연탄 104원, LNG 120 원 등이다.
만일 정부의 원전 폐쇄 정책 등으로 전략 생산량이 더 줄어들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여 생산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국내의 경우, 매 15분 단위로 전력 수요량을 예측해 미리 설정한 목표전력의 초과가 예상되면 경보신호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프로그램된 순서에 따라 일시적으로 차단 가능한 부하를 차단시키고, 부하가 감소하면 다시 순서에 따라 전력을 공급해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하고 있다.
이 기능을 하는 최대수요전력감시제어 장치를 흔히 디맨드 컨트롤러(Demand Controller)라고 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로 구성되어 있다.
즉,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 한전은 의도적으로 전기 공급을 중단해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디맨트 컨트롤러가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3년 미 대륙의 동부에서 발생한 대 정전 사태는 디맨드 컨트롤러 소프트웨어의 버그로 인해 과부하 차단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정전으로 뉴욕시 전역은 물론 대부분의 뉴욕주,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 오하이오, 캐나다 오타와, 온타리오 등 모두 5천5백만명이 길게는 1 주일 가까이 정전 사태를 맞아야 했다. 당연히 모든 가정은 물론, 기업, 공장, 도로, 공항 등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이로 인한 사망 사건도 급증했다.
이렇게 단 한군데의 발전소 소프트웨어 버그로 동부 전역이 대정전된 이유는 각 발전소와 전력망은 Power grid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8월 무더위에 전력 수요가 급증했을 때, 한 발전소가 과부하로 다운되자, 주변 발전소에 갑작스럽게 부하가 걸리면서 cascading failure 즉, 순차적 다운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방식의 대정전이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건 이 때가 처음이 아니다. 65년에도 캐나다 온타리오의 한 발전소가 과부하로 정지하면서 동부 지역 3천만명이 정전 사태를 맞아야 했고, 77년에는 발전소가 전기를 맞으면서 뉴욕 일대에 대정전이, 98년에는 폭설로 송전탑이 무너지면서 3백만명 이상이 정전과 추위로 떨어야 했다.
유난히 동부에서 이런 사고가 빈번한 건, 동부에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낡고 오래된 발전소와 전력망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 예비율이 낮다는 건, 이 같은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전력 그리드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만일 우연한 사고로 한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 cascading failure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만, 전력 예비율이 높아 공급 전력량이 충분할 경우에는 한 발전소가 다운되도 다른 발전소에 부하가 몰릴 가능성이 크지 않으므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대정전이 생길 가능성은 적어진다.
또, 우리나라 전력의 품질이 우수하고 잘 통제되고 있으므로 미 동부 지역 대정전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극히 낮다는 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18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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