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외교 PC










미국의 지난 대선 때 이슈가 되었던 용어로 PC (Political Correctness)가 있다.

국내에서는 PC를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해석하는데, 이는 인종이나 종교, 성차별 등을 언급할 때, 편견이 포함되지 않는 용어를 쓰자는 일종의 완곡어법(euphemism) 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이 갖는 어려움을 이해하자는 측면도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PC를 거부한다며, 거침없는 발언을 해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일각에서는 위험할 정도로 경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여 미국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불만은 지난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한 것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았으며,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4시간 전부터 변했다'며, '미국과 러시아 간에 오간 건설적인 대화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기회를 줄 것'이라는 등, 러시아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 모습을 보이고, 러시아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 했다'고 비난했으며, 심지어 공화당 서열 1위인 하원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기본적 가치와 이상에 있어 적대적이며, 도덕적 등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회담에 대해 '가장 수치스럽고 비극적 실수'라고 비난했다.

NYT, CNN 등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미 언론은 일제히 포문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심각하고 맹렬하게 비난했으며, 심지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폭스 뉴스도 '이건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비판자들을 달래기 위해 잘못된 외교 정책을 펼 수 없다'며, "미국과 러시아 간에 오간 건설적인 대화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나는 정치를 추구하느라 평화를 위험에 빠트리기보다는 차라리 평화를 추구하며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겠다. 언제나 미국과 미국 사람들에게 최선인 걸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외교 활동을 보면 전통적 동맹 관계를 갖는 영국, 프랑스나 공고한 동맹 관계에 있어야 할 독일 등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고 쌀쌀맞는 태도를 보인 반면, 중국, 북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우호적 태도와 저 자세 외교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즉, 앞에서 얼르고 달래기 외교를 보인 것이다.

사실,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는 미국의 대표적 적대 국가라고 할 수 있고, 국력으로 보자면 미국은 절대 갑이며, 이들 국가는 절대 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상대적 약자에 속하는 나라이다. 미국이 맘만 먹으면 심각하게 괴롭히거나 제재할 수 있는 나라이고, 실제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과 국제 사회의 제재를 이미 받고 있으며, 중국 역시 무역 전쟁을 통해 통상 압력을 받고 있고, 이미 그 전에도 다각도로 견제받던 을에 속하는 나라였다.

이렇게 상대적 약자에 속한 국가에게 저자세를 보이고 완곡한 용어를 쓰며 얼르고 달래는 건, 외교적 PC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은 이 같은 외교적 PC를 전략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저자세 외교 비난에 대해 "더 밝은 미래를 만들려면 과거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세계 최고의 두 핵 강국으로서 서로 잘 지내야 한다!"고 변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이나 김정은, 푸틴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동안, 미국 조야, 국민, 언론은 그의 태도에 대해 비난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억지로 친분을 과시하고 상대를 추켜세운다고 실제 이런 노력이 현실 외교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진핑을 자기 리조트에 불러 극진한 대접을 하고, 좋은 관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북핵 문제에서 북한 편을 들었고, 결국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김정은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러는 동안 김정은은 평양 외곽에서 몰래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푸틴같은 영약한 지도자가 한 나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칭찬받고 우쭈쭈 당했다고 대미 전략을 바꿀리 없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그리도 혐오했던 PC에 빠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는 그것이 밝은 미래를 위한 전략적 외교 PC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대중은 비동맹국에게 우호적인 척하는 미국 대통령의 외교 방식에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미국의 PC 충마저, 대외 관계에서는 비난할 때 비난하고, 욕할 때 욕하는 미국 대통령을 원할 지 모른다.



2018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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