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들의 죽기 아니면 살기















우리나라 의사 수련제도의 문제는 매우 복합적인 요소에 기인한다.

그 중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전문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의대 졸업생의 90% 이상이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다.

페친 엄윤원장이 피 토하는 심정으로 지적했듯 이들은 대학에서나 시행할 술기를 배우고 나와 정작 개원해 그 고급 능력을 썩힐 수 밖에 없다.

너도 나도 수련을 받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대학이나 대형 병원은 저렴한 가격에 싸게 부려먹기 위해 최대한 많은 수련의를 뽑기 때문이다.

각 병원은 해마다 전공의 TO를 확보하기 위해 피 튀는 혈전을 벌인다. 오히려 복지부는 TO를 줄이려고 애쓰지만, 병원은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고 온갖 로비와 술수를 써 결국 도루묵이 된다.

그러니 일차적으로는 병원에 문제가 있고, 이차적으로 싼 노동력으로 병원을 돌리지 않으면 안되는 수가 구조에 책임이 있다.

또, 허드렛 일을 도맡을 전공의를 두려는 대학 교수나 과장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들은 수련은 하는 둥 마는 둥하며 자기 새끼의 앞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니 전문의는 양산되고 이들 중 극소수만 대학에 남고 결국 대부분은 페이 닥터로 밀려가거나 개업을 택한다.

문제는 이들은 개원 즉, 일차의료에 적합한 수련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번째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련 제도에는 일차의료를 전담할 의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가정의학과가 있으나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배경에는 일차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역할 분담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의료전달체계의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개원가 의사의 80% 이상이 전문의이다. 과거에는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개설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지만, 지금은 전문과목이 개원을 방해한다며 감추려고 애쓴다.

왜냐면 외과도 내과를 봐야 하고, 피부과 비뇨기과도 봐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뭐가 잘못되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 악순환의 구조를 끊어내려면, 우선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달체계 구축의 가장 큰 저해 요소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병원계이고 다른 하나는 개업 전문의들이다.

전달체계를 만들려면, 싫으나 좋으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할 일차의료의가 있어야 한다. 그건 가정의학과도 좋고, 포괄적 진료를 할수 있는 내과, 외과의라도 좋다.

그런데 막상 포지션이 애매한 건, 병동을 가진 의원이나 게이트 키퍼로 포괄적 진료를 하기 쉽지 않은 전문과목 의원들이다. 사실 외국의 경우 이들은 대학과 마찬가지로 2차 진료를 담당하는데, 과연 개원의가 대학과 경쟁하며 2차 진료 전담의로써 경쟁할 수 있겠느냐 하는 우려가 있다.

(캐나다 등 외국의 경우, 패밀리 닥터는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꼭 대학으로 보내지 않는다. 개원한 전문의에게 흔히 보낸다.)

병원계는 병원계대로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면 환자가 줄어들고, 일차의료전담의 양성이 늘어나면 전공의 TO도 줄 수 밖에 없으므로 반대한다.

그러나 이 틀을 깨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하나 뿐이다.

대기업처럼,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 성향에 따라 의료 공급을 모두 대형병원 형태로 개편하는 것이다.

시군구는 물론 읍, 면 단위까지 500 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으로 채우고, 지금의 일차의료 즉, 개원가를 말려 죽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므로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대형병원으로 재편하면 정부의 통제도 용이해지며, 총액예산제나 총액계약제로 전환하기도 쉬어진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병원에 고용된 형태이므로 입맛대로 통제할 수 있다. 급여 삭감은 물론이다.

이 방법은 전혀 불가능한 방법이 아닐 뿐더러, 실제 현 건보공단 이사장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자, 어떻게 할까.

이대로 갈까? 아니면,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게이트 키퍼와 2차 진료를 담당하는 컨설팅 닥터의 이상적인 구조로 나아갈까?






2018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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