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지구 최고의 권력자로 만드는 것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기반은 공화당은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이 출신 당 즉, 여당의 지지 속에 권력을 향유하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나 의회의 지지를 갈망하거나 추구하지 않는다.

왜냐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며, 이들은 트럼프를 새로운 대안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은 오히려 이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아려야 할 판국이다.

이 같은 권력 역학 관계가 여실히 드러난 사태가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의 정계 은퇴 사건이다.


Bob Coker




밥 코커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건설업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테네시 주의 시장을 역임하며 행정 경험을 쌓은 공화당 중진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공화당 친한파이며, 대북 강경파이기도 하다. 그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의존하지 말고, 북한 정권을 침몰시킬 직접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후보에게 등을 돌릴 때 그는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큰 힘이 되었고, 한때 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8월 테네시 주에서 열린 로터리 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과소평가하는 발언(대통령으로써, 성공에 필요한 안정감이나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을 하였고, 그 발언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밥 코커 의원을 망신주는 일까지 생긴 바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밥 코커가 중간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begged), 거절했으며, 국무장관으로 임명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필요없다(No thanks)”고 했다며 공개적으로 밥 코커 의원을 망신주었다.

결국, 밥 코커는 지난 9월 말, 이미 이번 임기를 끝으로 상원에서 은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밥 코커 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므로, 남은 임기 동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껏 의정 활동을 할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세제개혁안이나 이란 핵 재협상 추진 등이 거센 파도를 맞을 수도 있다.

지금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서 지지한다기보다는,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나 행정부 중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원하는 말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북한과의 대화에 힘빼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트윗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이런 태도에 질색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과외 선생이라고 할 수 있었던 미 외교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틸러슨 장관에게 사임하라는 트윗을 날렸을까.

미국 대통령과 여당 중진 의원 간의 인신공격성 설전을 두고, 고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아무리 강력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의회의 도움없이 미국 대통령이 펼 수 있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되어 갈 때 그의 수중에 무엇이 남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노회한 기성 정치 세력이 아니라, 미국 대중의 지지이다. 그를 재선 당선으로 이끌 당사자는 미국 시민들이지, 여당 정치인들이 아니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로 이를 입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을 쏟아내는 건, 그가 무례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실리적이고 겉치례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영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PC(Political correctness)를 머리 속에 새겨 놓고 젊잖빼며 말을 돌려하기보다는, 비수를 날리듯 직설화법을 써 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 미디어, 의회, 행정부 등에 적을 만들어 가면서도, 그의 머리 속에는 이런 맥락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표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꿀 수 있지만, “군”은 아니다. 군은 정치와는 먼 조직이고,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조직이다.”

그의 생각대로, 결국 그의 손에는 강력한 미군이 남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적절한 명분과 동기가 부여되면, 군을 동원할 것이다. 그 상대가 이란이든, 북한이든 상관없다.

왜냐면, 그것이야 말로 트럼프가 지구 최고의 권력자임을 보여줄 수 있는 극명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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