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화를 놓고 벌어진 미 수뇌부의 혼선, 어떻게 봐야 할까?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0일 중국을 방문해 "북과의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블랙아웃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대화 제스처에 청와대와 여당은 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대화론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바램은 헛물이 되었다.

미 국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은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북과의 협상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기운 빼지 말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해야 할 일"이란 군사적 행동을 의미할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틸러슨 장관의 북경에서 대북 대화 채널 언급을 보고, 미국이 군사 행동에 앞서 마지막 명분을 쌓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 추측이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제까지 미국의 대북 기조는 "비가역적이며, 완전한 북핵 폐기 후 혹은 이에 준하는 행동 이후에 대화한다."는 것이었다. 북핵 폐기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 북핵 폐기 대화를 진행한 바 있으나, 매번 속아왔으며,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만 벌어 주었을 뿐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수 차례 반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언론, 미국무부 등은 대북 채널이 있다, 없다를 놓고 수 차례 설왕설래한 바 있었지만, 매번 실질적인 대화는 없었다.

따라서, 미 국무장관의 대화 제스처는 의도적이고 기획된 것이라고 읽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국무장관이 주요국에 가서, 내부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발언을 할 리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상식적 추측은 틀린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왜냐면,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 직후 국무부의 대변인 성명이 있었는데, 그 성명은 워싱턴에서 있었고, 아마도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이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발표되었을 것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이를 입증한다.

자, 그렇다면 미국 수뇌부의 이같은 혼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틸러슨 국무 장관은 대북 정책에 있어,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지난 9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틸러슨 장관의 경질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워싱턴 정가에 틸러슨 장관 대신 차기 국무장관으로 니키 헤일리 미 유엔대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만일 이번 혼선을 미국 수뇌부의 갈등으로 이해하면, 그 연장선 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 CEO 출신의 틸러슨 국무장관이 공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수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어긋나는 행동을 한 바 있는데, 이번 발언 역시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이며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저지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이 일로 퇴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체, 자신의 신념(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을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추정이 사실이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윗에서 틸러슨을 "Wonderful Secretary of State"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이 틸러슨을 비꼬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이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간이 촉박한 지금,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새로 국무장관을 선임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니키 헤일리 대사는 유엔에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당장 불러들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트윗을 적을 당시 트럼프의 심정은, 틸러슨 장관의 '대화' 언급이 국제 사회에 나쁜 사인으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랬을 것으로 보인다.

'나쁜 사인'의 대표적인 예가 한국 정부와 여당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대화 언급이 착각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바랬을 뿐, 틸러슨 장관을 매도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사임을 염두에 둔 의도적 발언이라면, 트럼트의 의지와 관계없이 사직서를 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국무장관으로써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국무장관은 사안을 외교적으로 풀 의무가 있으며, 외교적 해결 방법은 "대화와 협상"이다. 따라서 동일한 사안을 놓고, 국무장관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방장관은 군사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상적이며,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놓고 둘의 의견을 조정하고,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대화채널을 가동 중인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여전히 그는 자신의 말의 무게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의도적인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의도란, 언급 했듯이,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수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17년 10월 2일



No comments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