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식 비핵화란...
미국의 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볼튼이 주장하는 리비아 식 비핵화는 한 마디로 "선폐기 후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리비아 식 비핵화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카다피가 영국 정보기관을 통해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밝힌 건 2003년 6월이며,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직후이다.
당시 미국-리비아 관계는 심각했는데 리비아 대통령 궁이 미국의 폭격으로 붕괴되어 카다피 딸이 사망하기도 했으며, 강력한 제재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리비아는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이고 북한 못지 않게 강력한 독재국이었지만 미국의 제재로 리비아 국민들의 원성이 들끓어 정권이 위협받았던 것이 핵포기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리비아가 공식적으로 핵포기 선언을 한 건, 2003년 12월 말 경인데, 12월 중순 도망다니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 검거되어 압송된 바 있다. 즉, 후세인의 검거가 핵포기 선언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카다피는 자신도 사담 후세인 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는 핵포기 선언에 환영을 보내면서도 핵무기,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완전 폐기 확인시 까지 제재를 풀지 않았다.
리비아의 핵폐기 절차는 폐기 선언 이후 즉각 시행되었지만, 완전 폐기는 2005년 10월에 이루어져 22 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미국은 핵폐기 완료 시점이 지난 2006년 5월 리비아와의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고 리비아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즉, 리비아 핵 폐기 역시 최소 1~2 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주장인 "리비아식 핵 폐기"는 제재 해지, 보상, 대화, 국교 정상화 등은 폐기가 완료된 후 하겠다는 의미이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 해법인 '살라미 전술'은 살라미 쪼개 먹듯, 비핵화 단계를 잘게 쪼개, 각 단계를 이행할 때마다 보상을 요구하며 시간을 끄는 것이다.
지난 2008년 6자 회담에서도 살라미 전술을 내세우며, 이미 3단계 비핵화를 합의한 이후 또 다시 몇 단계 과정과 그에 따른 보상을 추가로 요구해 결국 합의가 불발된 바 있다.
김정은이 방중 기간에 발언한 단계적 비핵화는 이 방식의 리바이벌이며 이미 식상한 구태일 뿐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의 말대로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건 아니다."
즉, 청와대가 내 놓은"고르디우스의 매듭 자르기" 방식은 비핵화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청와대의 고르디우스의 매듭 방식이라는 건, 정상 간의 합의(TV 코드 뽑기)에 의해 탑다운 방식으로 비핵화를 하겠다는 건데, 이게 하나마나한 말인게, 김정은의 결단없이 비핵화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즉, 밑의 사람들이 협상을 통해 비핵화 결정과 과정을 논의한 후 김정은의 결재를 받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2018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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