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방중(?)
김정일은 생애 공식, 비공식을 모두 합해 9번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초의 방중은 37세이었던 1983년 조선노동당 서기의 자격으로 중국의 요청에 의한 중국을 찾았다.
김정일은 항공기 이용을 극도로 꺼려 김일성 사후에는 주로 기차로 북경에 갔다. 그러다보니 중국 방문 기간은 늘어질 수 밖에 없어 중국 방문에 보통 5~6일이 걸렸고 일주일을 넘긴 것도 두 차례나 된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한번 방중시 소요 금액이 100억원에 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일성의 공식 중국 방문은 13회인데, 비공식 방문을 합하면 37회나 된다고 한다.
김정은은 2011년 권력을 잡은 이후 중국 방문은 물론 단 한 차례도 해외에 나간 기록이 없다.
만일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사실이라면, 왜 이 시점에 김정은이 중국을 향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계획대로라면, 4월에 남북정상회담, 5월에는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은 김정은이 자신을 빼고 다른 정상을 먼저 만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김정은 역시 자신이 만나는 최초 국가 정상의 타이틀을 동맹국에게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만일 김정은의 방중이 사실이고, 이런 이유로 방중한 것이라면, 남북정상회담이나 특히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이 때문에 중국을 갔을까?
김정은이나 시진핑은 모종의 약속을 주고 받기 위해 만났는지도 모른다.
미국에 의해 궁지에 몰린 건, 북한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양쪽 모두 사실상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며, 그 다음 챕터에는 무력 전쟁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중국이 지역 패권을 휘둘러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무력 충돌이 생길 경우 미국은 즉각 개입하게 될 것이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야기해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대한 무력 제재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은 양국 간의 동맹을 다질 필요가 있으며, 특히 김정은은 남북정상, 미북 정상 회담이 중국을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양국은 지난 1961년 김일성과 주은래 간에 체결한 조중동맹조약 (조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20년을 주기로 연장되는데, 2001년에 연장되어 2021년에 다시 연장된다.
김정은은 중국에 지은 죄가 있다. 친중 인사인 장성택을 처형했을 뿐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후견을 받고 있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장성택 처형은 사실상 북한 내 친중파에 대한 경고장을 날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현재 김정은이 기댈 곳은 중국 밖에 없으므로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설명하고, 시진핑에게 조아리며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시진핑 역시 김정은이 내미는 손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시진핑이 북핵을 포기하라고 권유할까?
그럴수도 있다. 김정은이 그 권유를 받아들여 핵을 포기한다면 말이다. 이 경우, 시진핑은 영웅이 되고, 그 보상으로 미국의 무역 제재를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권유만으로 김정은이 목숨 줄과 같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 예민한 문제로 모처럼의 만남을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럴 수는 있다. 둘이 공모하여 페이크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김정은을 설득해 북핵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시간을 버는 것 말이다. 이 경우, 보증인이 둘이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김정은의 방문 이유와 그 성과는 머지않아 드러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의 이번 방중이 한국, 북한, 미국, 중국 간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18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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