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이념과 용어의 통일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지속될 당시,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개입한 바 있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소련이 미국내 학생, 노동자, 주부 등은 물론 유력 정치인들을 포섭하고, 장기간에 걸쳐 반정부 친소 인사들을 양성해 왔다는 것도 비밀이 아니다. 미국도 소련을 상대로 그랬다.

소련이 미국과 달랐던 건 매우 오랫동안 아주 조금씩, 훨씬 더 집요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소련뿐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이며, 이런 방식의 장기적 포섭이나 사회적 영향력 확대는 공산주의의 핵심 전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어땠을까?

북한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매우 유리한 점이 많았다. 월남자 중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도 있고,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반대한 나머지 그 안식처를 북한식 공산주의에 안착한 어리석은 자들이 숱하게 많으며,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치가들 뿐 아니라 심지어 납북 어부들까지, 공산주의의 실체를 모르는 순진한 이들을 포섭, 설득, 강요, 협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진해서 주체 사상을 신봉하고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달려드는 젊은이들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이다.

7~80년대 대학가에는 맑시즘이나 레닌주의, 나아가 조선노동당 강령이나 주체사상을 학습하는 운동권 그룹이 많았다. 이런 현상은 한때 열병처럼 학원가에 퍼져나가기도 했다. 물론 학습을 받았다고 다 주사파나 PL(민중민주) 계열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학습이 지금도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다.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건, 직접 눈으로 목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10년전에도 운동권 학습같은 형태의 집회가 국회 내에서도 있었다는 것이다.

학습이 토론과 다른 건, 특정 사안에 대한 이념이나 용어를 통일시키는 것에 있다.

보통. 동일 사안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수 있지만, 운동권들에게는 이건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동일 사안에 대해 동일한 이념을 부여하여 같은 용어로 똑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이른바 단일 대오로 뭉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상을 세뇌시키고 현실을 왜곡 주입하려면, 의문이나 가능성을 떠올려서는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조직,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 재야 학계, 사회시민단체 등 뿔뿔히 흩어져 활동하는 이들을 모아 이들을 결집하고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게 하고, 동일한 주장을 하도록 하려면, 이들을 학습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 이같은 토론회(를 가장한 학습)에 참석한 바 있는데, 지도부(?)가 정한 것에서 약간의 개량주의적 발언을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격렬한 어조로 강력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직접 목도한 바 있다. 바로 국회 안에서 말이다.

우리는 과거 주사파 핵심 인물들이 청와대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주장을 듣는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권력의 핵심, 청와대에 이 같은 학습이 반복되고 있는지 말이다.

그래서 간혹 서로 부딪힐 것 같지 않은 A와 B가 너무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용어를 쓰며, 같은 주장을 할 때 섬찟해지곤 한다.

물론, 기우이길 바라지만.


2018년 9월 24일





No comments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