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목거리 (String of pearls)에 대하여





“String of Pearls” 는 2005년 미국의 한 컨설팅 업체가 주장한 가설(hypothesis)로, 중국이 인도양 주변에 항구 등 해상 인프라를 구축하여 인도양에서 중국의 군사적 해상 장악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제 이 가설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13년에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건설이라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발표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현재 인도양에서 확실하게 중국의 손에 넘어간 항구는 다음과 같다.

1. 지부티 공화국, 지부티 항 (Djibouti port)
2. 파키스탄, 과다르 항 (Gwadar port)
3.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 (Hambantota port)
4. 미얀마, 차우퓨 항 (Kyaukpyu port)




1. 지부티 항






지부티 공화국의 지부티 항은 아라비아 반도 남쪽 아덴만과 홍해를 연결하는 Bab al-Mandab Strait (밥알만다브 해협)에 접해 있다.

밥알만다브 해협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관문인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이며, 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 사이), 말라카 해협(벵골만과 남중국해 사이)과 함께 동서양을 이어주는 해상 물류의 가장 중요한 바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와 말라카 해협은 단지 무역뿐 아니라 석유 및 가스 수송로라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지부티 공화국은 국민소득 2천불에 불과한 빈국으로, 한때 프랑스 자치령에 속했다가 독립했다. 지금도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으며, 지리적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이 지부티 공화국에 돈을 지불하고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

미군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이곳에 지상군 및 공군 기지를 영구 설치키로 결정하고 6억 3,000만 달러(첫 10년 임대료)를 지불해 빌린 캠프 르모니에(Camp Lemonnier)에 4,500여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일본은 9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땅을 빌려 기지를 건설한 뒤 자위대 병력 170명을 파병해 놓고 있다.

그런데, 2017년 미군 기지와 불과 12km 떨어진 곳에 중국이 군사 기지를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디오피아와 지부티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해 주기로 하고, 최소 5억9천만 달러 이상 투자해 기지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공군의 지부티 기지는 3중 보안 방어벽에 8미터 두께(thick. 속은 비어있는 것으로 추정)의 벽을 세웠고, 주요 시설을 모두 지하화한 공군 및 해군 기지이다. 400미터 길이의 활주로와 관제탑도 설치되어 있으며, 항만 길이는 330미터에 이른다. 이미 함정도 파병한 상태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지부티 기지



지난 5월에는 비행 중인 미국 항공기가 중국 기지에서 발사된 무기급 고에너지 레이저 공격을 최소 3 차례 받아 조종사 두 명이 눈에 외상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에 즉각 항의했으나 중국 정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관영 환구시보는 지부티 중국 기지는 작은 규모의 군수 기지일 뿐이라며 레이저 공격 소문을 내지 말라는 반박 기사를 실었다.





2. 파키스탄 과다르 항







중국과 파키스탄은 460억 달러(53조7500억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프로젝트에 합의한 바 있으며,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과다르 항에 중국의 군함을 파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460억 달러 중 절반이 넘는 280억 달러를 우선 투자해 과다르 항을 개발했고, 2015년부터 43년간 장기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60%는 페르시안 만에서 나와 2~3개월에 걸쳐 16,000 km를 항해해 상해로 수송되는데, 해적, 해상 기후 등의 위험이 있다. 만일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과다르 항에 석유를 하역하고 과다르-중국으로 이어지는 하이웨이를 통해 수송할 경우, 항해 거리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과다르 항과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를 연결해 중국 본토로 석유를 직접 수송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현실화할지는 아직은 의문이다.

Karakoram Highway는 파키스탄과 중국을 연결하는 도로이며 파키스탄-중국 국경이 있는 해발 고도 4,700 높이의 고개를 지나가야 한다. 또, Karakoram Highway는 지역이 험준하고 겨울에는 폭설로 접근이 어려워, 육로 수송비용이 매우 비싸게 먹히고, 아예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는 페르시아 만에서 나오는 중국 유조선 및 컨테이너 선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인도를 견제하고 인도양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군사 요충지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3.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










함반토타 항은 지난 2004년 인도양 지진 해일로 크게 파손되었는데, 2010년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정부에 함반토타 항구 개발을 요청했으나 인도 정부는 거절한 바 있다.

이에 스리랑카 정부는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의 참여하여 중국으로부터 11억 2000만 달러를 빌려서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했다. 그러나 적자만 쌓일 뿐 빚을 갚지 못해서 이 항구 지분의 80%와 99년간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는 수모를 겪었다.

영업이 안돼 적자가 난다는 건 민간 화물이 적다는 것인데, 그건 인근 콜롬보 항으로 민간 컨테이너 선들이 주로 입항하기 때문이다. 즉, 함반토타 항은 한적해서 중국 함정과 잠수함이 비밀리에 출입하기 적당하다.

따라서, 머지않아 함만토타 항은 중국 해군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4. 미얀마 차우퓨 항









중국 정부가 가장 공들이는 해외 항구중 하나가 바로 미얀마의 차우퓨 항이다.

차우퓨 항에는 2015년 이미 윈난(雲南) 성 성도인 쿤밍(昆明)을 잇는 770 여 ㎞의 송유관과 가스관이 건설되어 이를 통해 중동에서 수입한 원유와 가스를 보내고 있다. (Sino-Myanmar Crude Oil and Gas pipelines) 원유 수송 능력은 일일 40만 배럴에 달한다.

Sino-Myanmar Crude Oil and Gas pipelines




이렇게 할 경우, 원유 수송 유조선은 말라카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들어올 필요 없이 차우퓨 항에서 중국 본토로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수송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차우퓨 항은 중국에서 미얀마를 거쳐 인도양에 직접 화물을수송할 수 있는 무역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현재 차우퓨-쿤밍 간 연장 1,215 km 철도도 계획하고 있다. 이 항구가 건설되면 중국의 기업들은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육로를 통해 상품을 인도양까지 실어나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미얀마 정부가 중국이 후원하는 90억 달러(약 9조 6천억 원) 규모의 차우퓨 항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차우퓨 항 건설에 75억 달러, 차우퓨 경제특구 조성에 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는데, 차우퓨 항 건설의 지분 70%는 중국으로 넘어갔고, 30%는 미얀마 정부와 민간기업이 가지고 있다.

건설 비용은 중국으로부터 차관으로 빌려 충당하게 되는데, 막대한 건설비용도 부담이지만, 만일 중국으로부터 빌린 건설비용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되면 항만 운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리랑카 함만토타 항이 이런 식으로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 4개의 항구 외에도 중국은 인도양 주변에 여러 항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중국은 중동으로부터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이들 항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항구들이 사실상 해군기지화 될 경우, 인도는 물론 주변국들은 위축되고 압박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이 항구들은 역내 중국 패권을 팽창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 태평양 사령부의 명칭을 아예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꾸고, 태평양은 물론 인도양내의 동맹국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이 패권의 발톱을 드러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건 인도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확정되었거나 확정된 것과 다름없는 이 네개의 항구를 이으면, 인도를 둘러싼 진주 목걸이는 마치 인도의 목을 조르는 사형수의 밧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도의 반중 정서는 우리의 상상보다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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