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나부낀 한반도 기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은 1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발의하여 만들어졌고, 그 목적은 또 다시 세계전이 발발하는 것을 막고 국제 평화를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해 국제연맹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전쟁이 끝나가던 1943년, 미국와 영국은 연합군 선언에서 다시 유엔(United Nation)을 발의하였고, 1945년 유엔은 그렇게 출범했다.


유엔의 목적은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 세계 질서 확립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간 외교는 엄중한 것이다.

인류사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상대국을 입이나 무력으로 굴복시키거나 위협하는 건, 역사 깊은 중요한 외교의 수단이다.

거기에 비겁하게 굴복하거나, 저항할 배짱이나 힘이 없거나, 유려하게 헤쳐나갈 외교력이 없는 국가는 늘 두들겨 맞고, 노예로 끌려가 능멸당했으며, 침략당하고 조공을 바쳤던 것이 근대화 이전의 외교 관례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간 외교에 민주주의는 없다’는 건 상식이다.

심지어 전쟁방지, 평화를 기치로 삼고 193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한 유엔의 모든 회원국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것도 아니다.

만일 188개 국가가 단결하더라도, 5개 나라가 반대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그 5개 나라가 바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며 이들을 상임이사국이라고 한다.

국가 간 평등이란 없다.

물론 평등은 유엔뿐 아니라, 세상사 어디에서든 가상의 개념, 허상일 뿐이다. 그러니, 왜 평등하지 않냐고 발끈하는 건 순진하거나 무식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유엔 역시 가상의 국제 조직이다. 유엔은 국가가 아니며, 국가를 통치하지도 않는다. 다만, 유엔의 깃발 아래 서면 세계 평화가 오고, 세계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을 뿐이다.

해외의 외빈을 환영할 때 자국기와 외빈국 기를 흔들고, 그 외빈이 묵는 숙소에 그 나라 국기를 거는 건 국가간의 예의이며, 외교의 기본이다.

그런데 만일, 미국 대통령이나 러시아 대통령이 상호 우호를 위해 적대적 국가에 갔을 때, 연도에 선 그 나라 국민들이 자국의 국기와 유엔기를 흔들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건 외교 관례를 벗어난 것이며, 미국이나 러시아 대통령, 나아가 그 나라 국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한 마디로 엿 먹어라 하는 것과 같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했는데, 이란 국민들이 이란 국기와 유엔기를 흔들고 있었다면, 그 즉시 차를 돌려 이란을 떠나버렸을 것이다.

푸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기는 가상의 깃발이다. 한반도 기는 89년 노태우 정부시절 남북 단일팀이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 들고가기 위해 만든 것이다. 즉, 체육행사용 깃발일뿐 통일 한국을 상징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한반도 기가 통일 한국과 평화를 상징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유엔깃발과 같이 평화를 상징하고, 전쟁을 막자는 것이라고 마찬가지이다.

일부가 한반도 기를 들었다해도, 그 절반은 태극기를 들었어야 한다.

게다가, 한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괴뢰집단이 무단히 점거한 대한민국의 영토를 방문한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평양에 휘날렸어야 하며, 대통령이 묵은 백화원 영빈관에도 태극기가 걸려 있어야 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태극기를 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정부가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평양에 간다는 기대와 흥분,
어떻게든 남북정상 회담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강박감,
평양에 선 대통령이 연설하고, 백두산을 나란히 걷는 것과 같은 그림이 중요하지, 국가의 상징이 어떤 홀대를 받던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착각,
태극기 운운했다가 평양 방문을 파토내서는 안된다는 비겁한 생각.

이런 것들이 북에 태극기를 게양하라고 강력히 요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밖에 추측되지 않는다.

곧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다.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묵는 숙소에 태극기가 걸리지 않는다면, 혹여 거기에 한반도 기가 걸린다면, 그건 엄청난 외교적 결례이고,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외교부 담당자는 당장 옷을 벗어야 한다.

자주적 평화 통일이 국가의 표상이나 양심을 팔아먹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2018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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