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보자기, 노동집약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불세출의 영웅들과 같은 시기의 여러 기업인들, 이병철, 정주영, 최종건, 최종현등등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


그럼 희망이 없을까?

별로 없다고 본다.

그나마 희망을 거는 건, 우리에게는 한글, 보자기, 노동집약의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글이 있기에 쉽게 글을 배울 수 있어 교육이 가능하다. 만일 한글이 없었다면, 문맹율은 더 높았을 것이며, IT 가 이렇게 강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글은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Brand new 문자이며, 음절문자로 우연히도 컴퓨터 사용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반면, 보자기류를 오래 써운 습성때문에 아날로그에 강하다. 우리 말에 두어개, 서넛 등 경계가 불분명한 말이 많은 건 보자기 문화때문이다.

보자기는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책보도 되고, 시장 주머니도 되며, 이불 보따리도 된다. 바꾸어 말해, 융통성, 창의성이 길러지며 서양과 달리 정수로 떨어지지 않는 허수의 개념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 정신은 더 빛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fuzzy이고 나아가 AI이다.

우리는 자원이 없고, 노동력이 많은 탓에 노동집약적이었다. 노동집약적이란 건 곧 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짝퉁 명품을 제일 잘 만드는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나라 제품 중 의외로 세계 1위에 있거나 1위를 찍어 본 제품들이 많은데, 이 역시 노동집약적으로 해보겠다 맘 먹으면 성능을 극대화시켜버리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K-pop이 짧은 시기에 이만큼 성장한 것도 좋은 리더들이 노동집약적 방식으로 집중 투자해 엔터테이너들을 길러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엔터테이너 비즈니스가 극도로 발달한 나라이다. 거기서, 우연이든 능력이든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부모의 성원, 선수의 자질, 교육열, 집약적 노력, 아날로그적 능력이 결합할 수 있어 계속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손톱깍기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 너나할 것없이 일제를 쓴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격노가 있자, 몇년 만에 일제를 능가하는 손톱깍기를 만들어냈다.

전기 밥통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출장간 공무원, 기업인들이 너나할 것없이 그걸 사오자, 또 한번 난리가 떨어졌고, 지금은 국산 전기 밥통이 일제에 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한반도 사는 사람들이 참 희안한 사람들인 것이다.

게다가 흥의 기운이 있어서, 한번 힘을 합쳐 해보자! 하면 무섭게 파고들어 끝장을 모는 민족이다.

그러나, 그것도 앞장을 끌어주는 리더가 있어야 가능하다.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고 이념으로 이리저리 갈갈이 찢어놓는 이상 불가능하다.

희망은 있는데, 희망이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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