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유감








지난 9월 7일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입국해 확진받았다. 3년전으로 돌아가보자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최초로 메르스 감염자가 확진되었다. 이후 4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려 186명이 메르스 확진을 받았고, 이중 38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20%에 이른다.

당시 대한민국의 메르스 대처는 비상식, 안이, 무지, 오만, 불통으로 점철되었다.

보건당국은 안이했고, 학자들은 무지하면서도 오만했으며, 비상식적이었다.

메르스 발생 초기, 보건당국과 소위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를 들어, 메르스는 감염력이 낮아 국민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며, 그 배경으로, 메르스는 접촉 감염에 의해 전염되므로 병원에서 주로 발생할 뿐 일상 생활에서 걸릴 가능성은 적고, 3차 감염이 생기는 경우는 결코 없으니 지역 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낙타로부터 직접 감염되는 경우를 1차 감염, 그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2차, 이렇게 감염된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경우를 3차 감염이라고 한다.)

- 3차 감염의 경우는 없었다.
- 2차 감염자의 증상은 가벼웠다.
- 감염 지수가 낮다 (잘 옮기지 않는다)
- 지역 사회 감염은 없었다.

는 건 모두 사우디아라비의 경험이었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도 그럴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는 접촉 감염뿐 아니라 비말 등의 호흡기 감염으로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심지어 3차 감염도 발생해 지역 감염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었다.

또, 그들이 갖는 메르스에 대한 지식은 오로지 2년전 즉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메르스 경험과 이를 근거로 작성된 미국질병통제본부의 정보가 전부였다. 그러나 사우디의 질병 통계 특히 메르스 통계는 믿을 것이 못되었고 그들이 내놓은 경험 역시 신뢰하기 어려웠으며, 게다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왜냐면 사우디는 독재국보다 더한 왕국이며, 그래서 왕권의 힘으로 사안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미 2013년 메르스의 부적절한 대처와 질병 통계를 조작했다는 이유를 들어 보건부 장관, 차관이 모두 경질된 바 있다. 또, 사우디의 의료수준으로는 제대로된 역학 조사를 할 능력이 안되고, 무엇보다 광활하고 척박한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고 인구가 밀집되기보다는 흩어져 있고, 낙타를 자주 먹거나 접촉하는 그들의 특성상 제대로 된 질병 통계을 내거나 역학 추적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우디의 경험을 인구가 밀집된 한국의 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메르스 경험이 전혀 없는 국내 감염학자들이 애초부터 신뢰해서 안되는 몇몇 정보를 국내에 전파된 메르스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며 안이하게 생각하는 오만을 부렸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보건 대책을 짠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확대시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에는 없었거나 흔하지 않았던 감염병에 대해서 보다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흔히 조류 사이에 전염되고 인간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H5N1 바이러스는 97년 홍콩 조류독감을 일으켰고 사람도 감염돼 사망했다. 지금까지 H5N1 감염으로 약 600 여명이 사망한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2009년 전세계적으로 14,000 명이 사망한 H1N1 (우리에게는 신종플루로 알려져있다)은 H5N1의 돌연변이 변종으로 추정된다.

H1N1은 지금도 국내에 주기적으로 창궐하며 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는 이미 H1N1은 거의 계절병으로 토착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조류독감의 원인 바이러스로 이 역시 결코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고 간주되었던 H7N9도 2013년 중국에서 최초 3명이 동시에 감염되어 2014년까지 중국 홍콩 등지에서 419명이 감염 확진되었고 이중 12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H7N9조류 독감이 발생해 수만 마리의 조류가 살처분된 바 있다.

메르스나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모두 RNA 바이러스인데,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낙타나 조류 등 동물 사이에서만 전염되었다가 사람을 감염시키는 변종이 발생하고, 종국에는 낙타, 조류의 매개없이 사람대 사람으로 직접 전염될 수 있는 변종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며, 결코 그런 일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변종의 발생은 오로지 바이러스 증식의 환경과 시간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낙타 사이에서만 감염되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을 감염시키는 메르스 바이러스로 변종되었을 뿐 아니라 사람대 사람 감염의 변종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상 의사들 중에서도 메르스는 전염력이 낮고, 기존의 질병을 가진 경우에서만 사망자가 발생할 뿐, 건강한 일반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기존의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들이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죽지 않았을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되어 죽은 것이다.

고령자, 혈압, 당뇨, 결핵 등의 기왕력이 있는 고위험 군의 수는 거의 우리나라 인구 절반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제쳐놓고 건강한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도대체 어떤 설득력이 있을까?

또, 사망자가 나온다 해도 결핵 등의 기존 질환에 의한 사망자에 비하면 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이건 메르스 같은 이슈가 되는 신종전염병에 투자하는 것만큼 기존의 질환에도 투자해야 된다는 주장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메르스 감염과 사망에 결핵 사망자를 들먹이는 의도가 무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의 경험을 보면,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들은 단지 같은 병원 병동, 응급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부지불식간에 전염되었다. 단지 환자를 잠깐 진료한 의사, 환자를 이송한 앰블런스 기사도 감염되었고, 평소 건강했던 이들은 ECMO를 달아야 할 정도로 급속히 상태가 나빠졌다.

그런데도 메르스 감염력은 낮으며 별것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침몰하는 배의 승객에게 '안심하고 선실에 남아 있어라'고 방송하는 것과 같다.

또, 2015년 확진된 186 명 외에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으로 자연 회복된 수가 더 많아 20%라는 치사율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그렇게 자위하며 치사율을 낮춘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새로 확진된 메르스 감염자는 2차 혹은 3차 감염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낙타 농장에서 낙타와 직접 접촉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3차 감염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므로, 조심해야할 필요도 있다.

이번의 경우 다행히 조속히 격리되었고, 그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20여명 역시 격리 상태에 있으므로 전과 다르게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은 많아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다. 우리 모두 그러길 희망하고 있다.

결론은 이거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가능하다면 경각심을 늦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망자를 단지 불운하다고 생각해도 안되고, 사망의 원인을 그가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질환에 전가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의 안이함과 오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불안을 전염시킬 필요도 없다. 그건 질병 통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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