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충돌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 연설에 대해, “(연설 내용이) 세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신뢰 구축을 호소한 것이지 그게 왜 센 겁니까.” 라고 VOA 기자의 물음에 답했다고 한다.

그래, 김성의 말을 믿어 보자.


쎄게 말하지 않았다는 건, 양념은 다 들어내고 담백하게 말했으며, 이건 진심을 상당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리용호가 말한 진심이라는 건 이렇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선의를 가지고 선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없었으며, 그래서 여전히 (미국의 공격에 따른) 체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걸 해소할 방법은 종전 선언이다. 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핵무장 해제를 강압하는 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즉, 미국이 상응적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다시 말해 주고받는 단계적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미국이 무언가를 주려면, 비핵화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대북 제재법이 그리 정하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 이제까지 이란, 리비아, 남아공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단 한번도 미국이 먼저 제재를 해제하거나 어떤 보답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바마도 이란 핵협상을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협상 조건을 이행하는지 지켜본 후 제재를 일부 해제했다. 리비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리비아 핵무기, 시설을 완전히 해체한 후 상당 기간이 지나서야 제재를 풀었고, 미-리 관계도 수년에 걸쳐 회복했다.

셋째, 북한의 요구 (주고받기 식 해결)를 따르기에는 강경파들이 너무 많다. 특히 의회가 그렇다. 민주당은 물론 핵심 공화당 의원들 모두 법과 관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미국과 북한 이해는 상호 충돌하고 있다.

외교는 물론 많은 계약이나 인간 관계에서도 이런 충돌은 늘 있어왔다.

예를 들어 보자.

현대 조선소를 지을 당시, 정주영 회장은 조선소를 지을 돈도 기술도 없었다.

그래서 조선소를 지을 차관을 빌리려고 할 때, 상환할 수 있는지 입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상환 가능성은 선박을 만들 기술력,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영업력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주문을 받으려고 선주와 접촉하면 조선소를 보여달라고 한다. 조선소도 없는 선박 회사에 누가 배를 주문하겠는가. 정주영 회장이 보여줄 수 있는 건 허허벌판의 사진과 거북선이 찍힌 지폐뿐이었다.

결과적으론, 2대의 선박을 선주문받고 이를 통해 차관을 얻어 조선소 착공 2년 만에 선박 1 척을 먼저 진수 한 후 조선소를 완공했다. 배와 도크를 동시에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건 정주영 회장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북간의 비핵화에서 이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 게임에서 승패는 누가 더 배짱이 좋으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 이 둘 중 누가 더 배짱이 클까? 불문가지이다.

다만, 리용호의 연설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이었다면, 조선반도비핵화 문제는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남한은 만만하다는 말이다. 미국과 달리 남한은 자기들 맘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게 가장 큰 변수이다.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수록, 북한은 남한에 제스처를 더 취하게 될 것이다. 왜냐면 한동안 북한은 남한에 기생하며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한 정부는 북한이 빨대 꽂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알아서 퍼 줄 생각일테니 말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스탠스를 위협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징벌은 각오해야 한다. 그게 순리 아니겠는가.


2018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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