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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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술은 대개 S 자 커브를 그리며 성장한다.

그래서, 처음엔 기술 개발이 더디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다시 완만한 기술 성장을 이룬다.





때문에, 기술 개발 완료 90% 쯤 되는 시점에 이르면, 나머지 10%의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급 성장을 하던 시기보다 몇 배 혹은 몇 십배 더 투자해야 해 필요성이 생기며, 덩달아 투자대비 기술 성과는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기술 개발 정체기에 이르면, 빨리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술에 눈을 돌려야 이유이다.

스마트폰은 개인용 컴퓨터에 이어 인류에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 준 기기였다.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 모두 스티븐 잡스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로 인해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가 조성되어 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소비자의 패턴을 바꾸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난 40년간 개인용 컴퓨터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사실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마트폰이 활용된 것 10년이 안 되지만, 스마트폰은 엄청난 시장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었고, 혁명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아랍의 봄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아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개인용 컴퓨터의 기술 개발은 사실상 정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데스크 탑 컴퓨터가 했던 업무는 노트북으로 다시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으로 옮겨가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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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애플이 발표한 새 아이폰 Xs 시리즈를 본 소비자들의 공통적 반응은 '새로울 것이 없는데 가격은 너무 비싸다'라는 것이었다.

두드러지게 바뀐 건, CPU와 메모리, 디스플레이, 크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내세우는 주력 기능들이 있지만, 과거만큼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다.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왜냐면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기술 정체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삼성 모두 해마다 새 제품을 출시한다.

해마다 혁신적인 기술을 탑재한 새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건 개발팀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사는 물론 중국과 같은 후발업체들에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기술 혁신의 커브가 정점에 이르면, 앞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과 투자는 한없이 커져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 폰 시장은 이 시장이 처음 열렸을 때에 비교해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즉 신규 소비자는 줄고, 기존의 사용자들이 스마트 폰 교체 시기에 이르러야 새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은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혁신적 기술 개발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어려워지며, 후발 업체들이 맹렬히 추격해 오는 4중고, 5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이때 애플의 경영진이 취할 전략은 무엇일까?

그 첫째가 바로 고가 전략이다.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아이폰은 아이폰6이다. 판매 개시 첫 10개월 만에 무려 9천만대를 팔았다. 이렇게 판매 댓수가 급증한 건, 당시 많은 스마트 폰 사용자들이 교체 시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시기를 슈퍼 사이클이라고 한다.

지난 해 출시된 아이폰 X는 여러 모로 말이 많았는데, 첫 10개월 동안 6천3백만대 판매에 그쳤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감소치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10개월 동안 두 기종의 판매가액은 모두 620억 달러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즉, 가격이 더 높았기 때문에 적게 팔려도 매출에는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 덕에 애플의 주총액은 1 조 달러를 넘겼다.

이처럼 향후 판매 댓수의 감소를 감안할 때 애플은 고가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삼성과 달리 프리미엄 폰 시장에 집중하는 애플은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애플은 충성고객이 많아 유리한 편이다.

그럼 왜 이번에 애플은 Xr 이라는 중저가 모델을 같이 출시했을까?

이는 신흥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두번째 전략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이미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신흥 시장은 있다.

특히 인도, 중국, 남미는 떠오르는 신흥 시장이다.

아이폰 X는 중국에서 약진했다. 중국인의 소비력이 이미 아이폰 X를 구매할 수준이 되었고, 자국에서 생산되는 저가형 스마트폰보다 애플에 눈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폰 X의 판매 중 75%는 미국, 중국, 일본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새 아이폰을 내놓으며 중국 시장에서만 물리적 유심을 두 개 넣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여러 대의 전화를 쓰는 습관을 가진 중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도 판매량은 아이폰 전체 판매량 중 1%에 불과하다. 현재 인도는 삼성과 중국의 저가폰으로 시장이 구성되어 있다. 이는 애플이 파고들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말한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곳에는 저가 모델로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은 일단 발을 담으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애플이 조성한 생태계에 코가 끼어, 기종을 바꾸면,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이나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 불편이 있고, 막대한 돈을 주고 산 앱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슈퍼 사이클에 집중하는 것이다.

언급했듯이 해마다 새로운 혁신적 기술을 내놓은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신제품 출시를 건너뛸 수도 없다.

때문에 소비자가 깜짝 놀랄 기술은 슈퍼 사이클에 맞춰 내놓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애플 스마트폰 이용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아이폰 7을 사용하고 있다. 전체 이용자의 17.34%이다. 그 다음이 아이폰 6s 사용자들이며 13.01%이고, 다음이 아이폰 7+ 사용자로 12.06%이다. 이들이 전체 아이폰 사용자의 42.41%를 차지한다.

아이폰 6s는 2015년, 아이폰7은 2016년에 출시되었다. 이들은 올해 아니면 내년에 스마트폰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즉, 아이폰 이용자의 40%가 새로운 아이폰을 구입할 수퍼 사이클이 올해나 내년에 온다는 것이다.

만일 올해 출시된 아이폰에 실망했다면 내년에 보다 혁신적이고 충격적인 기술을 탑재해 이들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추측컨대, 만일 애플의 경영진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내년을 슈퍼 사이클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혁신적 기술은 없이, 가격만 비싸다"는 올해 신제품에 대한 혹평을 속으로는 내심 웃으며 넘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8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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